2025년 1월 넷째주 일기
1/20 (mon)
새벽에 쉬 한번 시키고 기상. 아침은 떡을 먹겠대서 떡을 조금 잘라줬다. 책을 보면서 먹겠다길래 세 권을 읽어주고 나니 떡 하나 먹는데 50분이 걸리더라. 아 이건 아니다 싶어 이제 밥 먹으면서 책 읽는 거 절대 금지하기로 했다. 수아야 우리 밥 먹을 때 책 보지 말고, 엄마랑 아빠랑 같이 대화하면서 이야기하면서 먹자. 하고 말해줬는데 뭐 울고불고했지 뭐.
영유아검진 하위 15% 이후로 먹는걸 계속 신경쓰게 된다. 이전엔 먹는 것에 재미 붙여주려고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된다고 최대한 의사를 존중했는데 이젠 안 되겠다. 강압적으로라도 식판을 싹싹 비우게 해서, 사탕이나 영상을 보여주는 등 보상을 해야겠더라. 마이타민 같은 영양제도 좀 먹여보고... 몸으로 뛰어노는 것도 좀 더 많이 시켜야겠네. 에혀
수아 보내놓고 난 달리러 갔다.
미세먼지가 미쳤지만 2주만에 날이 좀 풀렸길래 나갔다.
2주 만에 오랜만이라 3킬로만 달렸음.
집 와서 씻자마자 산부인과엘 갔다. 생리가 보통 5일 이내로 끝났는데 3개월 전부턴 최소 열흘에서 2주까지 해버려서 아 이거 이상하구나 싶었다. 갔더니 치료법(?)이 두 개인데 하나는 피임약 복용, 하나는 미레나 시술이라고. 둘 다 구토나 구역의 부작용이 무조건 따라온다고 함. 그래서 둘째 계획을 줄기차게 물어보시더라. 쨌든... 난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료해야 할 줄은 몰랐지. 우선 좀 피곤해서 그런 거 같아요 하고 몇 달 뒤에도 지속되면 다시 오겠다고 하며 나왔다. 쩝. 자꾸 둘째 가지라고 강요(?) 하시는 담당 선생님... 요즘 생각 싹 사라졌는데요.
점심은 오빠가 사다둔 짜슐랭 먹었다. 엄청 맛있었다. 청소하고 좀 쉬고 수아 데리러 갔다.
동네 한 바퀴 돌고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었다. 저녁은 푸실리 토마토 파스타, 스테이크, 매시드 포테이토 해줬더니 아주 싹싹 긁어먹었다. 책도 안 보고 나랑 대화하면서 밥을 잘 먹었으니 뽀로로 비타민 한 개 줬다. 수아 씻기고, 재우고, 설거지에 청소 다 하고 마무리. 오빠는 친구들하고 술 먹고 자정 넘어 들어왔다.
1/21 (tue)
이제 새벽에 쉬 실수 안 하는 수아. 휴 2주간 진짜 너무너무 힘들었다. 히히 수아 아침은 식빵, 바나나, 주스 줬다. 수아가 요즘 뭘 먹고나면 배가 아프다고 해서 뭘 먹고 배가 아픈지 계속 기록 중. 오늘은 사과당근 주스를 줬는데 배가 아프다고 했다. 차갑지도 않았고 빈속에 먹은 것도 아니고 평소에 먹었던 건데 왜 그랬을까. 흠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두툼한 마스크를 씌웠다.
오후엔 청소하고 할 일 하고, 점심은 밥이랑 김만 대충 먹었다. 3천원 주고 산 작은 파인애플을 손질해서 넣어두었다. 통 파인애플은 저렴한데, 손질해 둔 건 왜 거의 1만 원이나 할까.
수아 하원! 집 오는 길 노란고양이를 만났다. 집 오자마자 치즈 두 장 흡입한 수아. 저녁은 당근채 전, 볼락 무조림, 파인애플, 소고기 주먹밥 줬다. 볼락 무조림을 잘 안 먹었지만, 최대한 타이르고 설명해 가며 다 먹였다. 이러다간 내가 금방 지칠 게 분명한데... 걱정이다. 오빠 퇴근하고 수아 씻기고 재우고! 오빠 늦은 저녁으로 수아가 남긴 볼락 무조림에 오빠 좋아하는 곤드레밥 잔뜩 해뒀던 거 꺼내서 양념장 만들어 차려주었다. 나는 맥주 한 캔 마시고 책 좀 읽다가 잔다.
1/22 (wed)
아침 기상. 수아가 갑자기 아빠 오늘 회사 가냐고 물어보길래 간다고 했더니 엉엉 울어버린다. 흠 아침은 소고기 다짐육과 새우살 다져 넣어서 죽 끓여 먹였다. 열심히 설명해가며 꾸역꾸역 다 먹이고 등원시켰다.
나는 러닝하러 나갔다. 5킬로 가볍게 뛰고 집에 왔다. 미세먼지가 심해서 그런지 목이 좀 칼칼했다. 집에 오자마자 싹 씻고 점심은 밥 위에 낫또 올리고 계란프라이 올려서 간장이랑 참기름 넣고 비벼먹었다.
수아의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고민하던 칭찬스티커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참 잘했어요>라는 사이트에 귀여운 칭찬스티커판이 있길래 오빠에게 부탁해서 두어 장만 프린트해달라고 했지. 냉장고에 붙여놓고 하원한 수아에게 설명해 주기로 했다.
수아 하원! 집 오자마자 퍼즐맞추고 기차놀이도 하고 실바니안도 갖고 놀았다.
저녁은 비엔나 소세지 올리브 솥밥, 브로콜리 감자 샐러드, 파인애플 닭꼬치를 했다. 다들 간단한데 있어 보이는 메뉴라 그런지 수아가 아주 잘 먹었다. 특히 파인애플이랑 닭다리살을 번갈아가며 꽂아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요리는 수아가 "음~"하면서 먹었다. 구운 파인애플이 진짜 맛있긴 하지! 다 먹고 냉장고에 있는 칭찬스티커판에 스티커도 하나 붙였다. 퇴근한 오빠가 수아 씻기고 내가 수아 재우러 들어갔다. 하 재우는데 40분 넘게 걸렸다. 정말 정말 피곤하다.
1/23 (thu)
수아 아침은 간장버터계란밥 해줬더니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밥 다 먹고 참잘했어요 스티커도 붙이고 등원했다. 나는 바로 집에 와서 라면으로 아점 먹고 일했다. 종일 엉덩이도 못 떼고 하다가 급하게 화장실 청소만 하고 수아 데리러 갔다. 집 와서 놀다가 저녁은 오리고기 굽고, 어묵탕, 애호박볶음 했다. 생오리고기는 인기가 없었고, 어묵탕에 밥을 두 그릇 말아먹었고, 애호박볶음은 사실 내가 먹으려고 한 거였는데 수아가 두 번이나 리필해서 싹싹 긁어먹었다. 애호박 편식하는 아이인데 한 번 맛보라고 해서 용기 내서 맛본 것도 고마웠고, 맛있다며 밥이랑 같이 먹어줘서 넘 고마웠다. 엄마가 노력하는 만큼 아이도 노력하고 있구나라는 걸 절실하게 느꼈지.
칭찬스티커 3개 채우면 엄마 까투리 보여준다고 했기에, 3개 딱 채우는 순간 엄마 까투리 틀어줬다. 그거 보여주면서 옆에서 손톱이랑 발톱 깎아주고 설거지까지 마쳤다. 흐흐 수아 씻기고 재우러 들어갔는데 잠이 안 온다고 흐느껴 울던 수아. '수아야, 눈을 꼭 감으면 저 멀리서 잠이 천천히 올거야.' 라고 말은 하지만.... 내 속은 부글부글 아니 왜 이런 걸로 흐느껴 울어 어쩌라고 하며 외치고 있다.
수아가 잠들라하면 오빠가 밖에서 설거지하는 소리에 또 잠깐 움찔하고, 여러 소음으로 깼다 잠들었다를 반복하다가 10시 넘어 방문을 열고 나왔다. 각종 스트레스가 겹치니 한동안 잠잠했던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졌다. 위부터 식도, 이젠 목까지 타들어갈 것 같아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된다. 하루 마무리가 진짜 거지 같다고 생각했던 날. 하루 그냥 진득이 혼자 시간 보내며 쭉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싶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신경 쓸 일 없이 오로지 내 것만 하고 싶다. 휴
1/24 (fri)
수아 기상. 아침엔 미리 만들어둔 통밀 또띠아에 계란이랑 치즈 올려서 퀘사디아처럼 내어줬는데 수아가 잘 안 먹었다. 하하하 잘 안 먹었으니깐 칭찬스티커는 못 붙여. 엄마까투리도 못 봅니다. 했더니 울먹울먹 하다가 울어버렸다. 차근히 한 번 더 설명해 줬지만 음식을 더 먹겠다는 제스처는 없었다. 쩝
어린이집에서 설날 명절 행사한다고 한복 입혀 등원하래서 한복 꺼내놨다. 하루 전날 콘에어 스팀다리미 꺼내서 싹 다려놨지! 보라색이 어쩜 이렇게 잘 받는지 모르겠넹. 치마 길이는 괜찮은데 저고리가 살짝 찡겨서 아마 내년까지 겨우겨우 입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수아 보내놓고 달리러 갔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고, 축구장에 축구 하는 사람도 있고 활기찬 트랙 모습에 나도 힘이 났나 보다. 근데 아 몸도 너무 힘들고, 다리도 묶이는 거 같고, 뭔가 스트레스받은 상황이라 대충 뛰었는데 으잉 페이스가 잘 나왔넹. 이제 그냥 5분 후반대가 기본이 되었구나. 그리고 오늘은 음 더 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음엔 5킬로 뛰고 한 2분 걷다가 2킬로나 3킬로 정도 추가로 뛰어봐야겠다.
집 오자마자 씻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먹는것, 마시는 것, 메뉴 고르는 것이 너무 귀찮은 요즘. 입맛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먹는 시간이 아깝다.
빽다방에서 디카페인 라테 큰 거랑 핫도그 하나 시켜서 컴퓨터 앞에서 후딱 먹었다.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하루 종일 매달려도 부족하다. 하원 시간이 돼서 수아 데려와서 놀았다. 저녁은 미리 준비해 둔 돼지고기 앞다리 수육, 감자튀김, 호박나물, 딸기 이렇게 주었다. 대체로 잘 먹었고 스티커 붙이고 수아 씻기고 재우려는 찰나 오빠가 집에 도착했다. 오빠랑 수아랑 인사하고, 일찍 재우고 하루 마무리.
오늘 받은 키즈노트인데 세배를 왜이렇게 이쁘게 하는지 허허... 알려준 적 없는데 잘 배워왔구나. 히히
1/25 (sat)
연휴 시작인데 오빠는 새벽같이 회사엘 갔다. 회사가 설 연휴 기간에 이사를 가게 돼서;;; 주말 내내 전 직원 출근해서 이사해야 한다나 뭐라나. 7시 반쯤 일어난 수아랑 바나나 팬케이크 나눠 먹고 사과도 먹었다.
밖에 날씨가 너무너무 좋더라. 날도 따뜻하고, 미세먼지도 없고 흑흑 나랑 수아는 집에만 있었다.
점심은 돈까스랑 우동 시켜서 나눠먹었다. 집에 재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귀찮아서 걍 시켜 먹었다. 수아가 우동 한 그릇을 다 먹어버렸다. 허허 양치하고 같이 잠들었는데 2시간을 내리 자버렸다.
예약한 도서가 도착했대서 도서관 운영시간 마감 30분 전에 부리나케 달려갔다.
내가 빌릴 책 빌려서 어린이 도서관엘 갔다. 안에 들어가서 조금 구경하고 운영시간 끝났다길래 나왔는데 수아가 "수아 분홍 자동차 어딨어?"라는거다. 생각해 보니 집에서 나올 때 자동차 장난감 갖고 나왔는데, 도서관에서 나오니 장난감이 없는 거다. 기억을 되돌려보니 수아랑 어린이 도서관 갔을 때 수아 겉옷을 벗겨주다가 수아 손에 있던 장난감이 떨어졌었다. 근데 내가 그걸 안 줍고 수아 옷만 챙겨서 지나갔던 것 같은 느낌이... "수아야 장난감 잃어버린 거 같아 엄마가 찾아보고 없으면 똑같은 거 사줄게 "했는데 수아가 "싫어요 안 돼요 내 장난감!!!!!!" 하면서 집까지 가는 길 내내 오열했다. 그렇게 우는 건 또 처음 봤던지라 허허 그냥 웃음이 나오더라.
그래도 다시 기분 풀려서 놀이터 왔다. 오랜만에 찾은 놀이터에서 실컷 놀았다. 집 와서 저녁은 소고기 볶음밥, 감자국, 비엔나소시지, 딸기 줬는데 그럭저럭 잘 먹었다. 수아 씻기고 재우는데 괴물이 있다고 울고불고하질 않나, 자는 거 같더니 쉬 마렵다고 하질 않나 으아아아ㅏ 나도 열받고 힘들어서 뭐라 뭐라 혼내고 재우고 나왔다. 오빠는 이사준비에 절어서 집에 도착했고, 나는 육아에 절어서 하루 마무리했다. 하 이런 날은 삶의 의지가 그냥 사라짐.
1/26 (sun)
오늘은 모두 다 쉬는 날. 오전엔 집 청소 싹 해놓고 동서네 만나서 점심 먹으러 갔다. @블렉베어 창동점
오빠 승진턱 기념으로 맛있는 파스타 먹으러 갔다. 수아는 까르보나라, 나는 뇨끼, 다들 하나씩 담고 마르게리따 피자까지 시켰다. 동네에서 뇨끼를 먹을 수 있다니 와우 게다가 양도 많고 가격도 괜찮고 맛도 좋았다.
수아가 까르보나라를 엄청 잘 먹었다. 피자도 두 조각이나 먹었다. 나는 아침을 많이 먹었더니 배가 불러서 더 먹을 수 없었다. 수아가 나보다 더 많이 먹었을 거임. 흐흐 잘 먹어줘서 고마울 뿐이다.
밥 다 먹고 근처 카페엘 갔다.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드디어 와보네! @엉클두
수아 주려고 요거트 스무디 시키고, 딸기 케이크도 주문했는데 수아 혼자 케이크 하나를 다 먹어버렸다. "케이크 먹고 스무디 한 입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한 번 먹어보세요" 하면서 얼마나 이쁜 짓을 하는지 흐흐 그래 마음껏 먹어라 마음껏! 나도 비엔나커피를 마셨는데 너무 맛있었다. 흑흑 이렇게 맛있는 커피 오랜만에 먹어보네 후
고마운 동서네랑 잘 놀고 헤어지고, 우리는 집 오자마자 다 같이 골아떨어졌다. 낮잠 자고 일어나니깐 3시 반인가 4시쯤 됐나? 친정에 월요일에 내려가려 했는데 새벽부터 폭설이 온다고 해서, 그냥 미리 내려가기로 했다. 짐 챙기고, 수아 태워서 네비 찍어보니 1시간 30분 정도 걸리더라. 차에서 수아가 내내 "언제 도착해요? 어디예요? 도착했다? 언제 가요? 도착했어요? 다 왔어요?" 진짜 10분에 한 번씩 물어보더라... 기절하는 줄 알았네.
그렇게 5시 반쯤 수원에 도착했다! 엄마한테 저녁에 닭 한 마리 끓여 먹자고 미리 주문 넣어뒀더니 맛있는 닭고기와 칼국수와 들깨죽까지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었다. 진짜 친정은 사랑 그 자체네. 흑흑 수아도 오랜만에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보더니 날아다녔다 아주.
동생이 수아 놀러 올 때마다 심심해할까 봐 당근으로 장난감을 잔뜩 사놨다던데, 저 작은 인형 놀이 하나로 밤 9시 넘어서까지 쉬지도 않고 놀았네. 수아 씻기고, 재우고 그렇게 일요일도 마무리했다. 친정에 수아를 데리고 갈때면 내 머리에서 천사와 악마가 싸운다. 가면 손도 까딱 안 하고 누워 있을수 있고, 배터지게 아무거나 먹을 수 있고, 애 안 봐도 되고, 안 씻어도 되고, 냉장고에 쌓인거 잔뜩 먹어도 되고, 이렇게 며칠 좀비처럼 살아도 되니 넘 좋군 VS 자식들 삼시세끼 밥 차리고 설거지하는 가족한테 미안하고, 수아랑 같이 놀아주느라 고생하는 가족한테 미안하고, 미안한거 알면서 움직일 의지도 없는 나 자신이 넘 한심하게 느껴지고, 이런저런 불편함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지만 또 내려가고 싶은 이상한 마음 때문에 힘들고... 친정은 사랑이지만... 어딘가 불편하면서도 어딘가 또 편한 그런 애매한 위치가 되어버렸다. 이게... 참 도와드려야지, 움직여야지, 내가 좀 더 해야지 생각은 하지만 왜 몸이 안 움직이는 걸까 하하하... 인성 쓰레기 같다 하하하하하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