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하기 몇시간 전까지 짐을 정리했다. 빼고 넣고 넣고 빼고를 반복하다가 벌써 나갈 시간이 되었다. 집에서 3시즈음 콜택시를 불렀다. 택시기사아저씨만한 캐리어를 트렁크에 싣고 공항버스 타러 가는 곳이요. 라고 말했다. 따로 시간을 알아보고 간게 아닌데도 어째 도착하는 시간을 잘 맞췄는지 공항버스정류장엔 사람이 많았다. 1만2천원이라는 리무진 버스 요금 결제를 하고 1인자리에 앉아 뜨뜻한 햇살을 받으며 졸다보니 공항 도착! 때마침 쌀쌀해진 날씨때문에 뉴욕에서나 꺼내 입을 겨울코트를 입고 갈 수 있었다.




어디서 비행기표를 받는지 데스크를 확인하다가 캐리어에 끼워놓은 네임택 하나를 떨어트려 어떤 동남아시아 아줌마가 주워다주고 나는 곧바로 안내요원들이 많은곳에 줄을 서서 수하물을 부치고 비행기표를 받았다. 많이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국제공항쪽으로 들어갔다. 옷가지를 벗어 바구니에 넣고, 가방에서 노트북을 따로 꺼내고 뭔가 시간이 멈춘듯한 그곳에서 하라는대로 하고 나와보니 으 - 사람이 왜이렇게 많나! 싶을정도로 북적이는 면세점들이 나타났다. 






 



이미 온라인 면세점에서 거의 40만원어치를 질러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제품들을 받으러 이동해야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처음엔 서쪽에서 기다렸다가 프린트한거 보여주니 동쪽으로 가라며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내가 산게 대부분 액체류라서 여기서 받은것들의 대부분은 영수증 꾸러미였고 나머지는 비행기 타기 전에 바로 받으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약간 출출해져서 게이트 근처 카리부 커피에서 아이스모카 한잔을 쪽쪽 빨면서 J의 동생인 B를 기다렸다. 줄을 서면서 B를 만나 얼굴을 익히고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뒤 드디어 11시간의 비행을 위해 착석을 했다. 55A. 뒤쪽에서도 창가쪽 자리로 여행의 두려움은 창가쪽 좌석을 선택하는것부터!








다행히도 가운데 자리가 비어서 조금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예상대로 앞에 비치된 모니터에선 최신영화를 볼 수 있었고 레드2를 신나게 봤다. 구입했던 목베게에 바람을 불어넣고, 다이소에서 산 기내용 실내화로 갈아신은 뒤 땅콩까지 받아먹으면서 관람. 하지만 왠지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람들과 초반부터 엄청 흔들리는 비행기때문에 기내방송이 자꾸 내 화면을 멈추게 했다. 영화 내용이 하나도 기억에 나질 않는다. 


잠을 자기 위해 팔걸이에 팔을 올렸는데 뒤에 뭔가 묵직한게 내 발꿈치를 친다. 음? 이건 신발같은데? 지금 내 팔걸이에 족발이 올라와있는건가? 뒷사람 얼굴을 쳐다봤다. 분명히 중국인 그리고 할머니와 아줌마 사이, 그러니깐 내가 생각하는 여자의 기가 가장 쎈 나이대중에 하나가 분명했다. 아아아아 계속해서 저 속에 있는 가래침을 끌어올려내고 내 머리를 쥐어잡으며 자리에 일어나 옆 좌석 사람들 미안한줄 모르고 수시로 화장실에 간다. 머리는 산발에 복장은 노숙자. 휴 정말 으아으아앙 이대로 11시간을?








기내식은 저녁에 버섯덮밥과 다음날 아침에 빵과 요거트를 먹었다. 어찌됬건 LA 공항(LAX)에 도착했다. 캘리포니아 드림 노래가 흘러나왔다. 바깥은 너무나 화창했고 기장도 오늘 LA의 날씨는 화창하다고 했다. 맨 뒤에 앉아서 오는 바람에 내리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다행히도 앞에서 B가 기다려주었고 우리는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입국심사장으로 이동했다.



내가 가장 걱정되는게 뭐였냐면 바로 입국심사였다. 나는 미혼의 여성에 직업도 없고, 학생도 아닌데 이런 사람이 한달의 여행을 하는것에 대해 매우 의아해 할거란걸 많이 들었기 때문에 준비를 좀 했었다. 그렇게 약간의 두근거림을 가지고 입국심사장으로 들어갔다. 왠 귀엽게 생긴 흑인이었다. 선반을 두번 톡톡 건드리길래 여권과 세관신고서 그리고 ESTA를 동시에 냈다. ESTA는 다시 돌려줬고 여권을 보더니 안경을 벗으라고 한다. 여권 속 내 사진과 나를 뚫어져라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A: 어디서 왔니?

B: 한국


A: 목적은?

B: 관광


A: 얼마나 머물거야?

B: 한달


A: 어디서 지낼건데?

B: 친구네 집!


A: 친구는 뭐하는 사람이야?

B: 대학생이야.


A: 어디 대학?

B: UCLA (지어냈다)


A: 음 너 직업이 뭐야?

B: 나 포토그래퍼


A: 무슨 사진 찍어? 매거진? 모델?

B: 상품사진


A: 무슨 상품?

B: 디자인 상품. 스튜디오 사진이야.


A: 니가 쓰는 카메라가 뭐야?

B: 5D mark 2


A: 렌즈는 뭐써?

B: 24-70


A: 70-200도 써?

B: 어? 어



...입국심사 해주던 사람도 사진찍는거 좋아하나보다. 내 직업이 뭔지 물어보는것까진 예상했지만 무슨 카메라 쓰고 무슨 렌즈 쓰냐고 물어보는건 진짜 예상못함. 처음에 두세번은 오디마크투라고 했는데 못알아들어서 아아 파이브디마크투라고 했고 입에 익은 이사칠공도 투엔티포세븐티렌즈 라고 말했다. 아아 정신없는 입국심사였어.





나와서 내 캐리어 검정색 큰거 하나, B의 캐리어 회색이랑 빨간색 열심히 찾고 다시 줄 서서 세관신고서 넘겨주는곳에서 간단하게 인사하고 딱 나오니깐 J가 기다리고있었다. 거의 2시간 넘게 기다렸다고 하는 J와 J의 남자친구! 캐리어 찾으면서 유심칩 껴서 바로 J에게 연락하려고 했지만 작동이 잘 되지 않았다. J한테 엄청 구박받는걸 시작으로 LA 땅을 밟았다.








우리는 노곤노곤해진 몸을 차에 구겨넣고 LA날씨를 창문너머 쳐다보다 보니 올리브 가든(Olive Garden)에 도착했다. 간단히 카프리 한병을 마시고 각종 음식을 배부르게 먹...진 못했다. 너무너무 피곤해서 밥 먹을 힘이 없었다. 아 이렇게 좋아하는 미제 음식들이 이렇게 많은데!!! 빛이 너무 좋아서 사진은 많이 찍었다. 그런데 정말 빛이 좋아서 찍은 사진뿐이고 제대로 된 음식사진은 한장도 없다. 라자냐가 아주 맛있었다. 






더부룩한 배를 붙잡고 올리브가든 옆에 있는 쇼핑센터에서 진짜 반죽음상태로 돌아다녔다. J랑 J의 남자친구는 쇼핑하느라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나랑 B는 쇼파에 널부러져있었다. 와이파이가 되길래 급하게 가족에게 카톡을 날렸다. 거지같은 내 얼굴도 함께 찍어 보냈다. 가족들은 좋아보인다며 잘 갔냐며 축하한다며 간간히 연락하라며 반가운 카톡을 보냈지만 나는 정말 피곤해 죽어버릴것같았다. 









기나긴 쇼핑을 마치고 드디어 J네 집에 도착했다. 전형적인 외국 아파트 느낌이었다. 사실 가기 전엔 전원주택처럼 앞에 수영장도 있고 가든도 있고 강아지도 키울줄 알았는데 아파트도 매우 좋았다. 큰 거실 큰 주방 큰 안방 큰 화장실! 집 전체에 카펫이 깔려있고 큰 쇼파와 큰 침대와 큰 TV와 큰 식탁과 큰 냉장고!


대충 세수만 하고 짐 정리를 한 뒤 B는 먼저 자고 나랑 J는 근처 카페로 갔다. cafe THE SPOT이라고 해서 한인타운에서 가장 밝은 조명이 있고(?) 가장 잘나가는 카페라고 했다. 캐셔도 한국인, 손님들도 다 한국인이었다. 자리를 잡고 따뜻한 라떼, 차가운 라떼를 주문! 맛은 뭐 그저 그렇고만. 캐셔가 어리버리 해서 와이파이도 비밀번호도 잘 모르고 어리둥절해 완전! 여기서 J랑 많은 이야길 했다. 기억에 남는건 한국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13년지기 친구와도 인연을 끊고 싹 물갈이 했다고 하는 J. 나도 얼마전에 약 150명의 연락처를 지운 사람으로써 가끔씩의 물갈이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배가 고프다며 치즈케익을 주문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싶지만, 미국에서 지금 이렇게 돈 벌고있는걸 생각하면 한국으로 가기 좀 그렇다고 하는 J, 미국에선 2주만 일해도 150만원은 벌 수 있으니깐. 한국에선 미친듯이 일해도 한달에 120 벌까 말까 하는데 그것만은 정말 못견딜것같다는 J. 지금 사는 집은 월세로 약 100만원정도. 뭐 한달에 많이 벌면 500만원까지 버니깐 이런저런 요금 내고 남은돈만 해도 300만원. 그러면 한달에 300만원씩, 3개월만 해도 1천만원. 1년 하면 3천만원. 짱이잖아! 그래서 한국 가는게 싫다고 한다. 차라리 여기서 돈 많이 벌고 한국에 가는게 낫겠다고 하는 J다.










그렇게 거의 두시간 이야기를 하고 열심히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밤거리가 정말 위험하다고 조심하라고 했는데 LA 도착 첫날부터 밤 11시에 돌아다녔다. 여자 혼자는 위험한데 두명은 괜찮다나, 잘 모르겠다. 카메라의 GPS 위치와 시간대를 변경해놓고 핸드폰 동기화도 시켜놨는데 손목시계는 한국시간으로 놔뒀다. 자기 전에 본 한국시간은 오후 6시였다.






큰 사진은 sony rx100 mk2

작은 사진은 iphone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