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가 잠이 안 오는지 새벽 내내 뒤척이는 바람에 잠들기 힘들었다. 찌뿌둥한 기분으로 아침 10시 반쯤 일어나 샤워를 했다. 이 집 화장실은 너무 더럽다. 시력이 좋지 않아서 시야가 흐리멍덩한 게 다행일 정도로 위생은 정말 꽝이다. 그래도 뜨거운 물 하나는 끝내주게 잘 나온다. 이거 하나는 마음에 든다. 한 달 동안 얹혀사는 주제에 말이 참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러려니 하고 대충 씻고 드라이 하고 고데기까지 하고 나왔다. 이어서 B가 화장실을 썼는데 거의 1시간 동안 화장실에 있길래 어가 보니 싹- 청소를 해놓았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거실에 앉아 TV를 틀어놓고 노트북을 켜고 어제 무엇을 했는지 블로그에 기록했다. 










감은 머리가 마음에 안 들어 다시 머리를 감고 샤워를 했다. 면세점에서 산 선크림을 바르고 옷을 갈아입고 에코백에 카메라와 돈을 챙겨 나갔다. 한국에서 외출할 때와 다른 점은 혹시 몰라 여권을 챙겨다닌다는 것뿐. J가 일을 하는 한인식당에서 멸치 칼국수와 김치찌개와 아사도를 먹었다. 미국 오고 둘째 날부터 한식을 먹었다는 사실은 죄책감 같은 걸 들게 했다. 아사도라는건 바비큐 음식인데 고기가 아주 맛있었다. 그래 맛있었으면 되는 거지. 여기는 살사소스가 무조건 기본으로 나온다. 밥그릇에 살사가 나오니깐 좀 신기했다. 


 




날씨가 어제와는 다르게 후덥지근하고 흐리멍텅 했다. LA는 11월에 비가 자주 온다고 한다. 그래 봤자 바닥을 약간 적실 정도? 일을 끝낸 J와 다 함께 더 그로브 라(The Grove)에 가기로 했다. J가 한인택시에 전화를 하니 차가 도착했고 한국인 기사에게 그로브몰에 가달라고 말했다. 한인타운 내에서 한인택시를 타면 무조건 10불 안에 갈 수 있다고 했다. 거기에 이제 팁을 조금 얹어주는 거지. 





건물 하나가 아니라 쇼핑단지 같은 곳이었다. UGG 매장부터 갔는데 내가 찾는 장갑은 없었다. 매장이 좀 작았음! 무스탕 장갑은 있었는데 170불 정도였다. 비싸네. 한국 들어오면 20만 원 넘으니깐 뭐. 어그도 매장에서 보니깐 예뻤다. 모카신도 예뻤다. 사고 싶었지만 나는 모카신 스타일이 아니라, 어그도 그냥 집에 있는 거 하나면 되고 불편해서 잘 안 신기 때문에. 동생 하나 사다 주고 싶긴 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신발을 사러 탑샵으로 갔다. LA에서도 매장이 몇 개 없는데 더 그로브에는 연 지 얼마 안된 탑샵/탑맨이 들어와 있었다. 다행히 내가 갖고 싶었던 신발이 2층에 있었다. 꼼꼼하게 신어봤는데 약-간 큰 것 같아 치수를 물어봤더니 0.5단위의 치수는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약간 헐떡이는 이걸로 샀지만 양말 신고 신으면 예쁠 것 같다. 앞 코가 너무 뾰족한 것 같기도 하고, 흠 모르겠지만 예쁘다. 잘 샀다! 이렇게 생각 없는 지출이 시작되었다. 








DYLAN'S CANDY BAR에서 틴케이스에 들어있는 캔디 2개와 트위즐러를 담았다. 그리고 커피빈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또 다시 쇼핑했다. ZARA를 들어갔는데 내 스타일의 옷이 너무 많았다. 특히 바지의 패턴들이 다양했고 한국 매장보다 더 예쁜 옷들이 있었다. 코치매장에서는 코치답지 않은 깔끔한 가방이 보이길래 가격을 물어봤는데 괜찮더라. 엄마 하나 해주고 싶었지만, 우선 충동적인 구매는 자제하도록 했다. 가방들 좀 더 보러 백화점 1층에 들어가니 토리버치나 마크제이콥스를 걸어놓고 팔고 있었다. 가격은 보통 300불, 500불 정도였다. 갖고 싶었지만, 꾹꾹 참았다.


















책이랑 음반을 보고 싶어서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에 들어갔다. 2014년 Space 달력이 너무 갖고 싶었는데 돈 아껴서 더 좋은 거 사야지. 달력들 보니깐 소은이가 나에게 선물해준 게이들이 홀딱 벗고 있는 달력이 생각났다. 역시 비슷한 걸로 여자들이 홀딱 벗고 있는 달력도 있었다. 이걸로 수컷들 기념품을 결정했다. 애들 화장실 간 사이에 마블쪽 만화책도 구경했다. 원피스 만화책이 여기는 세 권 분량이 한 권에 묶여 있었다. 가격은 좀 비쌌음! 매장이 넓고 사람들도 많은데 신기하게도 조용했다.















우연히 들어간 매장에 마음에 드는 스타일의 옷이 있었는데 가격이 비싸기도 했고 사람도 없어서 눈치가 보였다. 카모 모자 예뻤는데! 아 그 매장 검색해보니깐 madewell 이라는 곳이네. 이어서 사과모양이 번쩍 빛나고 있는 애플 매장도 들어갔다. 파란 옷 입은 점원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좀 느긋하게 구경하고 사진 찍고 싶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우리나라 매장처럼 필요한 것만 사서 나오는 게 없고 모든 손님이 점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미국 애플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많은 걸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J가 배고프다길래 프레즐 하나 사서 먹고 야경 트롤리를 탔다. 2층에 타고 자리 잡자마자 기념사진 찍고, 나는 뒤에 앉아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반 바퀴를 돌고 기다려서 반바퀴를 또 돌았다. 쌀쌀해진 밤바람에 한인택시를 불러 집으로 가는 길에 장을 보기로 했다. 랄프마켓(Ralphs)으로 가주세요!







 

 

 



랄프마켓에 도착. 전형적인 미국 상점 느낌이랄까. 들어가자마자 냉동 맥앤치즈랑 애플파이랑 라자냐를 담고 맥주와 와인을 골랐다. 안 먹어본 맥주가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전혀 모르겠더라. 병맥주 6개짜리가 있길래 이건 조금 질릴 것 같아서 종류로 적당히 큰 병맥주 3병을 샀다. 


여자 셋이서 밤중에 양쪽 가득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 열쇠가 없었다!!! 아침에 나올 때 아무도 집 열쇠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던 것. 문은 잠겨있고 열쇠도 안에 있고, 관리인 아저씨는 2시간 후에 오고 문 열어주는 아저씨는 부를 때마다 50불을 내야 한다는 사실. 비싸다. 역시 미국에서 돈 벌려면 전문직 하세요.











우리는 기다려야 하나 생각해봤다가 건물 외부에 연결된 계단과 J네 집 베란다가 붙어있어서 다행히도 그 계단을 통해 베란다를 열고 베란다를 통해 집 안에서 문을 열 수 있었다. 어휴 다행이다. 2시간을 버리지도, 50불을 버리지도 않고 무사히 집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씻고 옷을 갈아입고 거실에 모여 맥주를 꺼내고 라자냐와 맥앤치즈를 데웠다. 나초랑 살사소스도 사왔는데 이게 바로 갑이었다. 살사가 맛있어서 계속 퍼먹었다!


그렇게 먹다보니 J의 남자친구가 돌아왔 컴퓨터와 TV를 연결해서 런닝맨을 보다가 방 안으로 들어가 일기를 썼다.






TOPSHOP shoes 59.95$

DYLAN'S CANDY BAR 11.95$


총 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