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Hollywood)에 가기로 한 날. 다행히도 어젯밤 미국 유심칩 3G가 극적으로 작동되는 바람에 길거리에서 길 잃진 않을 것 같단 생각만 했다. 그냥 흘러가는 말로 오늘 날씨 어때? 했는데 확인해보니 뭐? 32도? 한 여름이네? 나 긴팔 긴바지 입었는데요? 뭐죠? 날씨도 덥고 해서 베란다도 열어놓고 집 안에 있는 창문들을 다 열어놓고 외출했다. 나가기 전에 쇼파에 걸터앉아 냉장고에 있던 요거트로 배를 채웠다. 








오늘은 우리가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는 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월셔/버몬 역 (Wilshire / Vermont Station) 까지 걸어갔다. 역 앞에 바로 개찰구가 있고 모퉁이를 돌면 카드를 구매하거나 충전할 수 있는 기계가 보인다. 근데 요금만 알고 있지 어떻게 사는지 몰라서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옆에 있는 외국인에게 부탁했더니 걔도 뭔가 잘 모르는 것 같았음. 그래서 무조건 1.5$이라고 적혀있는 걸 클릭했다. 그랬더니 2.5$을 내라고 써있다? 뭣도 모르고 냈더니 TAP이라고 써있는 교통카드를 내어준다.







 




TAP 카드를 개찰구에 찍고 할리우드 방면의 레드라인쪽으로 이동했다. 에스컬레이터가 완전 길다! 내려가는 도중에 한 할머니가 우리에게 한국인? 한국인? 이러더니만 할리우드 가려면 내려가야 하냐고, 하길래 네네. 맞아요. 이쪽으로 내려오시면 돼요! 하고 자신 있게 말했다. 내려가서 지하철역 구경하다가 바로 지하철이 왔고 사람들도 많이 타길래 냉큼 탔다. 자리에 앉아 들뜬 마음으로 할리우드로 향하나 싶었는데 이상한 느낌에 노선도를 보니 레드라인을 탄게 아니라 퍼플라인을 탔다. 게다가 종점까지 와버렸다. 


다시 월셔/버몬역으로 돌아갔다. 제대로 탄 전철에는 할리우드로 가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지하철이 꽉 찼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할리우드/바인 역 (Hollywood/Vine Station에서 내렸다. 미국 지하철은 내릴 땐 카드를 찍지 않는다. 내렸는데 별로 할리우드 같진 않았다. 그래도 바닥엔 스타들의 이름과 별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중심거리 쪽으로 쭉 걸어갔다. 사람들도 별로 없고 수 많은 신호등은 우리를 헷갈리게 했다. 할리우드 기념품을 파는 곳이 있길래 들어갔다. 나는 기념품 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병따개 마그넷 6개를 샀다. 하나에 5.99불로 비쌌다. 그리고 뱃지랑 LA 마그넷 1개와 기념엽서를 샀다. B는 자석과 심슨 피규어 2개를 샀다. 














할리우드 & 하이랜드 센터 (Hollywood & Highland Center)에 도착했다. 이 안엔 돌비 시어터(Dolby Theatre)와 각종 쇼핑몰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옆엔 TCL 차이니즈 시어터 (TCL Chinese Theatre)가 있다. 요 앞에 TV랑 사진에서만 보던 분장한 사람들이 사진을 찍자고 달려들었다. 웬 흑인들도 CD를 주면서 try it 이라고 말했다. 사진을 찍으면 돈을 줘야 하고 CD를 받으면 CD 값을 뜯어낸다. 돌비 시어터의 3층 난간에서 할리우드 사인을 봤다! 그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줌 당겨서 할리우드 사인도 찍었다. 


날씨가 너무 뜨거워서 죽을 뻔했음. 2층에 스케쳐스 들어갔더니 오늘까지 모든 신발을 10% 할인해준다고!!!

워킹화 찾는다고 했더니 몇 개를 보여줬다. 가격이 되게 저렴했음; 엄마 신발 사고 싶었는데 치수를 정확히 몰라서 사지 못했다. 














한여름 더위에 목이 말라 Green Earth Cafe에서 스무디를 사 먹었다. 두 잔에 9불정도. 양이 엄청나게 많아서 반만 먹어도 배불렀다. 근처에 GNC가 있어서 매장 사진 찍고, 옆에 있는 TCL 차이니즈 시어터 (TCL Chinese Theatre)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오늘 누가 오는 날인가? 영화 포스터가 붙여진 가벽이 서 있었고 레드카펫 깔렸고 촬영용 조명들이 있는 걸로 봐선 영화 시사회가 있나보다. 결국, 펜스 밖에 있는 손바닥 몇 개만 보고 나중에 다시 오기로 했다.






도로 쪽으로 나와서 건너편 아메리칸 어페럴에서 눈 돌아가는 줄 알았다. 피팅룸에서 스트라이프 바지까지 입어봤다. 한국보다 2 ~ 3만 원 저렴했다. 데님 힙색, 블랙 클럽자켓, 에코백, 장갑까지 샀는데 158불! 할리우드에 위치해서 그런지 Tax Free가 가능했다. 그래서 택스 없이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다른 지역의 AA에선 택스프리가 안된다. 










그리고 DSW (Designer Shoe Warehouse)에 들렀다. 디자이너 신발이랑 가방을 싸게 파는 곳으로 들어가도 들어가도 제품이 가득했다. 저렴한 브랜드부터 코치, 지미추 등의 명품도 있었다. 특히 미네통카 같은 경우에는 30불정도밖에 안했다. 뉴발란스도 60불을 넘지 않았다. 반스는 매장에서 사는 것과 비슷한 가격. 코치 구두가 99불밖에 안 함! 


구경을 다 하고 헐리우드/하이랜드 역 (Hollywood/Highland Station)에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피자 고(PIZZA GO) 에서 피자를 사올까 했는데 J가 그냥 배달시키라고 해서 콤비네이션 피자 미디움과 콜라 2리터짜리 하나를 주문했다. 한국말로...크크크 








몇 분 뒤 배달하러 온 사람에게 전화가 왔는데 외국인이었다. 딜리버리 왔다길래 B가 내려갔다. 가격은 17불이었는데 팁까지 20불을 냈다. 피자 두 조각씩 먹고 2L짜리 콜라도 마시고 쉬고 있다가 베란다 문 열어놓은 게 추운 것 같아 문을 닫고 돌아오는데 냉장고 밑에 존나 큰 바퀴벌레가 보였다.


에이 설마 저건 아니겠지, 하고 다시 돌아와서 거실에서 TV 보고 있는데 식탁 밑에 바퀴벌레 하나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B가 약을 뿌려서 죽였는데 걔가 죽으면서 알을 낳고 죽었다. 아오 징그러워! 집게로 집어서 휴지통에 버렸다. 그리고 거실에 전체에 바퀴약을 뿌렸더니 그 왕 바퀴벌레가 드디어 나타남!!! 내가 본게 잘못 본 게 아니었다. 크기는 손가락 두 개를 겹친 것만 했다. 더듬이도 존나 길고! 등은 번쩍이고! 


결국 냉장고 밑에서 뒤집어져 죽었다.








J의 남자친구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거 집어서 버려달라고 하려 했는데 그는 우리보다 더 비위가 약해서 벌레는 잡지도 못한다고 했다. 웃기지도 않는다 정말. 다들 넋 놓고 있다가 결국 B집어서 쓰레기통에 넣었고 나랑 B가 그 쓰레기 봉투를 묶어서 바깥에 버리고 들어왔다. 베란다 방충망 밑에 구멍이 뚫려서 그 밑으로 바퀴벌레가 들어온 듯 했다. 거실에도 약을 뿌리고 주방에도 뿌렸기 때문에 더이상 아무런 벌레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거 가지고 새벽 2시까지 이야기하다가 나는 먼저 들어가서 잤다. 아 너무 피곤해.




교통비 및 TAP카드 구입 4$

할리우드 익스페리언스 47.21$

아메리칸 어페럴 158$


총 2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