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꼭 다저스 스타디움에 갈 거야! 하고 아침 8시에 일어나기로 했는데 결국 11시 30분에 일어났다. 왜 이렇게 피곤하던지? 그냥 다운타운에 가기로 하고 오후 1시에 집에서 나와서 J가 일하는 곳에 옷을 가져다 주러 갔다가 간단하게 배를 채웠다. 꼬치에다가 밥을 먹었다. 그리고 지하철역으로 갔다. 익숙하게 TAP 카드에 10불을 충전하고 역으로 내려갔는데 키 큰 흑인 남자가 엘리베이터를 쾅쾅 발로 차면서 허공에 대고 욕을 하더라. 곧바로 우리 쪽으로 와서 아예 자리를 깔고 앉더니 돈을 내놓으라고 손을 흔들었다. 그냥 지갑에 있는 동전 몇 개 넣어주었다. 눈이 풀리고 왠지 약을 한 듯 이상한 놈 같았다. 우리에게 God Bless라고 했다. 하하

















두려움을 가지고 퍼싱스퀘어 역(Pershing Square Station)에 내렸다. 어우 여기는 더했다. 노숙자들이 비틀거리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고 일부러 부딪혀서 시비를 걸 것 같았다. 목적지인 로스앤젤레스 현대 미술관 (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 / MOCA) 으로 향했다. 1987년 다운타운 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MOCA는 일본 건축가 아리타 이소자키(ARTAT ISOZAKI)가 설계한 건물이고 리틀도쿄 부근에는 경찰 창고를 개조한 별관 The Geffen Contemporary at MOCA 따로 있다. 입구에 있는 폐품으로 만든 새 모양의 오브제도 눈에 띈다. 


우리는 햇빛 찌는 언덕길을 20분 정도 올라갔다. 

다운타운이라 그런지 높은 빌딩들이 대부분이었고 번쩍거리는 빌딩들에 반사되는 햇빛이 아름다웠다. 






















MOCA에 도착해서 12불짜리 표를 샀다. 매주 목요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학생 할인을 하면 7불에 입장 가능하다. 우리는 건너편 계단으로 내려가서 데스크에 있는 애한테 표를 보여줬더니 뭐 대충 눈으로 확인하고선 둘러보라고 했다. 전시장은 1층 하나같았고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왠지 아닌 것 같다. 몇몇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오는 걸 봄! 지도를 잘 보고 갈 걸 그랬다.) 학생들이 와서 단체 구경을 하는듯 했다. 


플래시를 쓰지 않는 조건에서 촬영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우리나라는 단기 아르바이트들이 전시장을 관리하는 여기는 체구도 크고 경찰복을 입은 사람들이 전시장을 지키고 있었다. 가방에서 뭘 꺼내려고 하기만 해도 되게 무섭게 쳐다보았다. 작품들은 좋았다. 사진, 그림, 설치미술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들이 많았다. 매년 20회 이상의 전시가 진행된다고 하니, 작품들 선별도 까다롭겠구나 싶었다. 촬영이 자유로워서 마음에 드는 작품들은 사진으로 찍었다. 








 





지상으로 올라가 기념품 매장에 들어갔다. 마음에 드는 기타피크와 뱃지가 있었는데 2개에 1만 원이라는 가격이 왜 이리 부담스러운지! 사진집도 있었고 독특한 매거진도 있었고 작품엽서도 있었다. 가격은 역시 저렴하지 않았다. 결국, 한참 구경만 하다가 사진 몇 장 찍고 나왔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Walt Disney Concert Hall)을 구경하기로 했다. 













MOCA에서 나와서 오른쪽으로 두리번거리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 광경. 어떻게 저런 건축물이 있을 수가 있지? 


건축학도들은 천재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 (Frank Gehry)의 작품 중 하나로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을 알고 있다. 월트 디즈니의 미망인 릴리안 디즈니(Lillian Disney)가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협회의 새로운 장소를 위해 5,000만 달러를 기부하고 완공까지 5년이라는 계획하에 건설을 진행했지만, 경기 침체, LA 폭동, 지진 등의 악재들이 이어지면서 16년 후 2003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공사 비용도 2억 7200 달러가 투입됐다. 안으로 들어가면 Visitor이라는 스티커를 붙여주고 공연장을 구경할 수 있다. 그 외에는 볼만한 게 없을 것 같아 바깥에서 건축물 구경만 하고 기념사진만 찍고 앞에 위치한 버스정류장 의자에서 조금 쉬었다.











내리막길 쭉 내려가니 그랜드 센트럴 마켓 (Grand Central Market)이 보인다! LA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라 그런지 몰라도 상태가 좀 더러워 보였지만 진짜 시장바닥 느낌은 최고였다. 과일이 있었는데 마치 "우리가 길러서 따서 갖고 왔으니깐 좋아 보이는 것만 너희가 골라서 사라." 같은 느낌? 과일이 죄다 무르고; 터지고; 상하고; 난리 난 상태. 노란색 조명들은 음식을 맛있어 보이게 하지만 나를 너무 졸리게 한다. 북적이는 느낌은 없고 관광지의 느낌도 없지만 LA에 사는 사람들이 잠옷 차림으로 장을 보러 올법한 느낌의 시장이다. 









 







그랜드 센트럴 마켓 1층에는 G&B Coffee가 있다. 그냥 가판만 있고 디귿자로 된 탁자만 있는 그런 곳이다. G&B Coffee는 센트럴 마켓 안에 있는데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영국 보이밴드 애들이 셔츠를 목까지 단정하게 잠그고 보드를 옆에 끼고 강아지 두 마리를 기본으로 데리고 다니는 간지나는 애들만 여기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나는 커피가 너무 땡겨서 카푸치노를 주문했고 B는 스파클링을 주문했는데 블랙 스파클링을 준다길래 궁금해서 시음해봤더니 별로라서 먹지 않았다. 카푸치노는 맛있었다. 정말로! 진-하고 쌉쌀해서 너무 좋았다. 
















건너편엔 앤젤스 플라이트 (Angels Flight)라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철로가 있다. 아무 데나 걸터앉아 커피를 마시며 보드타는 멋쟁이들 구경도 하고 옆에 앉아서 화난 목소리로 통화하는 흑인 아줌마도 구경했다. 그곳에서 한참 쉬고 뭐할까 고민 하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서 할건 없고 여기는 무섭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돌아가기로. 퍼싱스퀘어역 도착해서 막 뛰었다. 노숙자들이 해코지 할까봐. 무섭다 다운타운! 그렇게 월셔/버몬 역에 내려서 최대한 늦게 들어가려고 색다른 길로 걸어 돌아갔다. 

으으 무서웠어. 그것마저도









 





집에 일찍 와서 밥을 했고 냉장고를 뒤져보니 양파랑 감자랑 달걀이랑 김치가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볶음밥을 해먹기로 함! 밥에다가 감자랑 양파 넣어서 볶은 다음에 달걀지단 만들어서 위에 덮어서 캐쳡 뿌려서 먹고 나는 김치를 썰어서 기름에 달달 볶았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들의 저녁 식사! 와 배부르게 먹었다. 볶음밥 옆 사진은 아침에 먹었던 꼬치


할 일이 없어서 플레이스테이션3 게임들을 뒤져봤다. 이번에 J의 남자친구가 샀다는 레지던트 이블5를 해봤는데 진짜 하나도 못하겠음. 무서워서 꺅꺅 거리기만 했다. 그리고나서 테니스 게임을 해봤지만 그것도...DVD를 보려고 했는데 뭐 어떻게 보는지도 모르겠고...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J가 꽤 일찍 집에 왔고 이야기 하고 놀다가 나는 내일 계획을 정리하고 바로 잤다.




MOCA 입장료 12$

G&B Coffee 4$

TAP Card 충전 10$


총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