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마자 J에게는 친구와 3박4일 샌디에고에 가게되었다고 말했다. 물론 이건 거짓말이었다. 어떻게든 이 집에서 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자리를 피할수만 있다면 무슨 거짓말이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침에 알아본 게스트하우스에 연락하려 했는데 당일 예약은 업체를 통해서 전화통화로 해야한다며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전화해보니 사용할 수 없는 번호라네? 공지사항 보니깐 땡스기빙 연휴로 오늘 하루 운영을 안하니 급한건 이메일을 통해서 하란다. 근데 얘네랑 이메일로 컨택하는것보단 아예 게스트하우스 주인과 컨택하는게 더 빠르겠다 싶어서, 우여곡절로 3박 4일 예약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몰래 집을 나갈 생각을 하고, 아침엔 짐을 쌌다. 노트북도 챙겨야해서 가방이 엄청무거웠다. 버리는 캐리어 없냐고 물어봤더니 정말 거실에 먼지 쌓여 굴러다니는 캐리어를 가지고 가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아니다 싶어서 웃어 넘기고 백팩 하나 에코백 하나를 챙겼다. 아, 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엄청 왔다. LA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는건 정말 오랜만이라고 하던데 나는 그걸 봤구나. 비가 오고, 아침 내내 오더니 오후 3시즈음 되니깐 먹구름이 걷힌다. 




















J에게 샌디에고 가기 전에 할리우드 또 가면 좋을것같다고 해서 말했더니 J의 남자친구가 운동가는길에 내려준다길래 냉큼 차를 타고 다시한번 할리우드로 갔다. 저번에 보지 못했던 워크 오브 페임 (Hollywood Walk of Fame)을 봤다. 이병헌 손자국 있는거 아니었나? 그거 찾으려고 바닥에 10원짜리 줍듯 찾고 다녔는데 결국 못봤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손바닥 위에서 기념사진 하나 찍고 나왔다. 블랙프라이데이라 대부분의 가게가 할인중이었다. 포에버21도 구경하고 갭 매장에선 모든 제품 50퍼 할인하길래 잠옷바지 2개를 구입했다. 자라 매장에도 들어갔는데 진짜 같이 간 애들이 시간개념 없이 쇼핑해가지고 할리우드에서 쇼핑만 한시간 넘게 한 것같다.


















어둑어둑해지는 할리우드를 최대한 많이 담고싶었다. 사진을 찍다보니 저 멀리 범블비가 보이는데 와, 진짜 똑같다! 싶어서 가까이 가봤다. 많은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차례대로 기념사진을 찍고 팁을 건냈다. 나도 왠지 하나 찍고싶어져서 2불이었나, 얼마를 손에 쥐고 사진 찍고싶다고 이야기 했다.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길래 한국이라고 했더니, 또 뭐라고 했는데 잘 기억 안나고 혼자 계속 Busy Day, I'm Busy. 계속 저 말을 반복했다. 포즈를 몇가지 같이 취했는데 손을 잡자고 해서 손을 잡았는데 손은 온기가 느껴지는 사람의 손이었어...


















내가 대충 6시까지는 집에 가서 나갈준비 해야한다고 했는데도 전혀 내 시간을 배려하지 않았다. 정말로 샌디에고에 가는거였으면 택시를 타고 돌아왔을텐데, 적당히 저녁에 체크인 하려고 약간 설렁설렁하게 돌아다녔다. 쇼핑을 마치고 그 유명한 인앤아웃 버거(In-N-Out Burger)를 먹으러 걸어 내려갔다. 멀리서도 크게 보이는 주유소같은 느낌의 인앤아웃버거!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앉을자리는 커녕,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우리 번호를 부르길 기다렸다. 버거를 주문하고 애니멀스타일로 말하면 프렌치프라이 위에 양파랑 치즈를 올려준다. 난 치즈버거세트를 주문했다. 인앤아웃은 빨간 바구니 위에 담아주는 그 상태로 바로 먹어야하는데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to go해서 택시를 타고 집까지 올라갔다.



난 햄버거 먹을 시간도 없다고 하고 햄버거를 들고 게스트하우스 픽업을 불러서 짐을 싸들고 집에서 나갔다. 크 3박4일동안 해방이겠구나! 즐거운 마음으로 나와서 픽업차를 타고 지금 머무는곳에서 그닥 멀지 않은 게스트하우스로 이동했다. 가는 길 내내 매니저님이 입담도 좋고 여러가지 이야기도 해주시고 말도 잘 통해서 느낌이 좋다 싶었다. 물론 J는 내가 여기에 있는걸 모르겠지만.





 




들어가자마자 식탁에 남자 두분이 저녁을 먹고 있었고 나는 그 옆에 앉아 강제로 인사(?)를 하게되었다. 여기서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규칙같은걸 듣고 내 방을 안내받고 방 들어와서 짐 정리하고 다시 내려갔다. 사왔던 햄버거를 꺼냈는데 차갑게 식어서 정말 우울했다. 인앤아웃버거는 진짜 그 자리에서 바로 먹어야한다던데 아오. 열심히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으며 옆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한명은 캐나다에서 1년 일하고 한국 들어가기 전에 여행중인 부산사는 나와 동갑의 친구였다. 다른 한명은 5~6개월 배낭여행을 이제 막 시작한 한국에선 ROTC 관련 일을 했던 나보다 한살 많은 사람이었다. 매니저님도 나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다. 캐나다에서 10년 살다가 미국 와서 제대로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


그렇게 넷이서 이야기 하다가, 맥주 몇잔씩 나눠 마시고 매니저님 들어가고 셋이서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적당히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 잠깐의 침묵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각자 여행의 피곤함과 뒤섞여 약간의 나른함과 맥주의 약한 알콜이 추가되니깐 졸리기도, 몽롱하기도한 어색하지 않은 침묵이었다. 그렇게 11시 되기 몇분전까지 대화를 나누고 올라가서 내일 같이 일정을 돌기로 했다. 








그리고 방에 들어와 씻고 방에 있는 작은 라디에이터를 켜고 메트리스 위에 누워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쓴다. 그러다가 보이스톡 1시간정도 하고 지금 나머지 글을 다 썼다. 내일은 베니스 비치랑 에보키니 대로 돌다가 산타모니카로 다시 돌아갈거다. 산타모니카에서 해지는거 보고싶다. 마리나 델 레이도 가야지!





GAP 38.08$

In-N-Out Burger 5$

게스트하우스 3박4일 84$ + 픽업비용 5$



총 13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