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주동안인가, 미 서부투어를 시작하는 H는 새벽 5시 반에 게스트하우스를 나섰고 부시럭대는 소리에 잠깐 잠이 깼다. 게티센터에서 찍어준 사진은 이곳으로 보내달라며 이메일주소를 페이스북 메시지로 보내놓다니. 




 



오전 8시 30분에 일어났는데 어제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는데도 숙취가 하나도 없는걸 보니 좀 신기하긴 했다. 오늘은 어제 술자리에서 이야기 했던것처럼  나와 J오빠, J언니와 함께 베니스비치에 갔다가 산타모니카에 갔다가 베버리힐즈에 들리는 계획을 가지고 오전 10시에 출발! Rapid Metro를 타고 50분정도 걸려서 에벗키니에 도착.



















에벗키니 (Abbot Kinney) 또는 에보키니! 우리나라로 치면 가로수길이나 삼청동이나 연남동스러운게 섞인 짧은 거리이다. 내리자마자 우리같은 관광객 (기념사진을 찍거나 마구마구 셔터를 눌러보는 사람들)은 안보였다. 일요일 오전이었는데도 프리하게 입은, 그러나 전혀 촌스럽지 않고 느낌있는 날씬한 모델들이 즐비하는 그런 도로였다. 우선 나의 목적은 탐스 플래그십 매장 (TOMS Flagship Store)에 가는거였기 때문에 다른 매장은 대충 보며 탐스까지 열심히 걸었다.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없었지만 베니스 비치 에벗키니 대로의 탐스 플래그십 매장은 오두막같은 느낌의 나무로 지은 그러니깐 탐스를 신고 탐스를 입고 탐스를 쓰고 오는 사람들과 적절하게 어울리도록 만들어놓은 공간이었다. 예쁜 패턴의 러그들과 칠판에 그려진 낙서들, 덕지덕지 스크랩된 아이들의 사진, 낡은 선반에 아무렇게나 진열된 모자와 선글라스들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이런것들과 어울리게 앉아서 노트북을 하고 커피를 마시는 멋진 사람들까지!!!! 근데 오전이라 좀 한산해서 텅 빈 느낌이었다. 사고싶은 탐스는 딱히 없었지만 그 분위기에 매료되어서 짚신같은걸로 만들어진 탐스를 눈으로 찜하고 다시 나와서 에벗키니 도로를 계속 걸었다. 















미국에서 머물면서 평생 볼 수 있는 개는 다 본것같았는데 에벗키니 대로 초반에 달마시안 두마리를 보고, 베니스비치로 가는 길에 엄청 뚱뚱한 불독을 만났다. J언니가 불독과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 불독이 달려들었고 언니가 심하게 넘어져서 다리에 상처가났다. 개 주인은 개 주인대로 미안해하고 언니는 또 괜찮다고 하는데 표정은 완전 겁에 질린 표정이고. 여튼 베니스 비치 가는 길, 조용한 주택가를 가로질러 넘어갔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흐으























이햐 드디어 베니스 비치 (Venice Beach)에 들어왔다. 정말 놀랐던건 바로 옆에 있는 산타모니카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산타모니카가 정리되고 깔끔한 관광지 느낌이라면 베니스비치는 자연스럽고 활동적인 느낌이었다. 다양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나와서 자신의 작품을 팔고 있거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사람들이 길거리를 꾸미고 있었고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이 보드를 타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거리를 질주한다. 건물의 알록달록함에 정신을 못차렸다. 


















끄악! 베니스비치 대로변을 좀 걷다가 해변쪽으로 들어갔다. 하, 진짜 너무 좋았다. 내리쬐는 햇빛에 넓디 넓은 해변, 신나게 뛰어노는 사람들, 다들 저마다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여유로워보여서 한참을 쳐다봤다. 모래로 높게 산처럼 쌓아놓은곳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신발 안에 모래가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열심히 걸어다녔다. 기념사진 찍은거보면 강원도 바닷가에서 찍은거나 다름없게 나왔지만 뭐. 가장 보기 좋았던건 각자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하는일에 다른 사람 눈치 안보고 최선을 다하는거였다. 훌러덩 옷을 벗고 모래 위에 누워버리는 남자, 누가 보던 말던 엉덩이골까지 보여주며 모래놀이를 하던 젊은여자, 물에 젖어 옷이 잘 안벗어지는지 인상을 구기며 옷을 벗던 할아버지.























슬슬 배가고파진 우리는 아까 해변으로 들어오면서 봐뒀던 트럭음식을 먹기로 했다. 다른 트럭은 음식사진이 없어서 고르기 힘들었는데 파란트럭은 음식 실물을 앞에 내놓고 있어서 그거 보고 고를 수 있었다. 큼지막한 병으로 된 콜라까지 하나씩! 아 J언니가 점심을 쐈다. 으 행복해라! 양손 가득 들고 근처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다. 미국은 잔디밭에 개똥이나 침이나 더러운게 많아서 그냥 철푸덕 앉다가 큰 사고 날 수 있다. 우리는 각자 가지고 있던 종이나 비닐을 깔고 앉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머리카락까지 같이 먹었지만 음식맛은 최고였다. 진짜 진한 초록색 잔디 위에서 먹는 점심은 쉽게 잊지 못할것같다. 


우리끼리 콜라도 짠-하고 주변 구경도 하고 부러질것같은 나이프로 치킨을 잘라가며 맛있게 먹었다. 근데 음식이 정말 최고로 짰다. 생각할때마다 입에서 침이 고인다. 남자 1명에 여자 2명이서도 다 못먹고 남겼는데 혹시나 해서 고기덩어리 하나를 저 멀리 던졌더니 갈매기 거짓말 안하고 100마리는 모였다. 쉽게 먹이를 주면 안될것같다...























밥을 배불리 먹고 다시 즐거운 걸음으로 베니스 비치 주변을 걷기로 했다. 이곳 거리는 꽤 길어서 구경하면서 걸으려면 1시간 반은 걸린다. 똑같은 옷을 입은 커플이 고양이를 훈련시키고 있었는데 멀찍이서 그걸 한참 쳐다봤다. 근데 고양이가 너무 말을 잘 들어(;) 마치 개처럼 손짓하나 발짓하나에 제대로 움직였다. 신기해서 한참 봤네. 



J언니는 빈티지한 그림이 그려진 액자들을 수집하는듯 했는데 마릴린먼로가 그려진 판넬을 구입하려고 어떤 흑인과 흥정중이었다. 근데 진짜 5살짜리 애가 봐도 이건 그린게 아니라 프린트해서 붙여놓은게 다름 없는데 걔네들은 다 자기가 그렸다고 우긴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가운데에 흠집이 있어서 안산다고 했더니 이건 흠집이 아니라 자기가 그리면서 일부러 디자인적인 요소로 넣은거라는데 아무리 봐도 흠집이야. 우겼더니 자기가 지워가지고 온다고 어딜 막 뛰어갔다 오더니 지워왔다. 하하하하하 그러고나서 구입한 J언니. 대단하다.














나는 아까 오전에 봤던 탐스슈즈가 아른거려서, 다시 에벗키니로 돌아가 탐스 매장으로 달려갔다. 오후가 되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았고 활기차보였다. 카메라로 이곳저곳을 담은 뒤 내가 사려는 탐스슈즈의 사이즈를 요청했다. 신어보니 뭐 딱 맞는고만! 바로 결제했다. 54$정도였고 우리가 알고있는 기본적인 탐스말고도 가죽으로 된 제품도 있었고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만들어진 탐스도 있었고 슈즈 뿐만 아니라 아이웨어는 이미 유명하고 티셔츠나 모자도 있었다. 탐스 플래그십 매장이 전 세계에서 딱 하나, 바로 LA에 있다. 2006년 처음으로 이곳에 오픈한 TOMS가 성장해서 같은곳에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한것이다. 캬 커피도 팔고있었다. 커피향이 아주 좋았다.











그림자가 예쁠 시간에 버스를 타고 산타모니카로 이동.







 








산타모니카에서 J언니는 토리버치, 나는 사눅, J오빠는 클락스 들리기로 했는데 다들 제대로 사지도 않고 나는 H&M에서 충동적으로 머플러를 샀다. kitson에선 디렉터랑 인지언니 줄 페이스북 좋아요 소주잔을 샀다. J오빠의 등산용품을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비싸다고 해서 둘러만 보고 나왔다. 베버리힐즈 근처에 있는 베스트바이에서 디카도 사기로 했는데 다들 뭔가 많이 지친 모습이었다. 결국 디카는 나중에 사기로 하고 바로 Rapid Metro를 탔다.






 


한남체인 앞에서 내려서 장을 봤다. 오늘 J오빠의 메뉴는 볶음김치와 돼지고기수육! 숙소에 도착해서 씻고 내 방에서 J언니와 뉴욕에서 만나 하루정도 뭐 할지 계획을 짰다. 그 사이에 주방에선 수육 완성! 와, 진짜 J오빠 요리실력 장난 아니다. 이미 셋팅까지 깔끔하게 끝내놓은 테이블엔 먹음직스러운 돼지고기수육과 볶음김치와 막걸리가 올려져있었다. 우리도 모르게 소고기무국도 끓여져있었음. 와 대박사건임







 





수육 먹고 막걸리 마시고 무국도 먹고 햇반도 먹고 하다보니 게스트하우스 사모님께서 들어오셨다. 좋은 말씀 참 많이 해주셨다. 나중에 든 생각인데, 나는 국내여행만 하다가 처음으로 해외 자유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한번 하고나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그러니깐 여행을 계획하는 일이 아니라 저지르는 일이 힘든거지. 해외여행, 미국여행, 유럽여행이라고 말하면 꽤 많은것들을 포기해야하는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물론 나도 그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나이 먹을수록 가기 힘들다, 라고 하는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떠날 수 있다. 그렇게 얽매이며 살아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내일 밤비행기로 뉴욕에 떠나는 나는 계획을 다시한번 정리해야 하는데 대화나누는게 너무 재미있어서 중간에 끊을 수 없었다. 계속 듣게 됬다. 결국 밤 11시 되기 10분전쯤에 파하게 된 술자리. 할 일 없으면 더 마셨을텐데 뉴욕 준비를 하나도 안해놓아서 그게 신경쓰여 금방 방으로 들어가서 노트북을 켜고 뉴욕 계획 세웠었던 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새벽 3시까지!




H&M 16.66$

Kitson 26.17$

슈퍼마켓 스타벅스 커피 2.74$

TOMS 58.86$


총 10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