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 어제는 안개가 가득 끼더니만 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온다. 창문에 타닥타닥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맨해튼 전경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아름다워 보인다. 모닝커피 한잔 마셔주고 오늘 계획을 엎을까 말까 몇 번이나 고민했다. 하지만, 비 오는 게 뭐가 대수인지! 나는 여행자니깐 그깟 비 따위야 하고 무조건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먼저 첼시마켓(Chelsea Market)에 갔다. 역에 내려서 첼시마켓까지는 좀 걸어야 하는데 아, 뉴욕은 확실히 LA보다 3G가 조금 느리고,  구글지도에서 내 위치를 제대로 못 잡는다. 그래서 방향감각 상실함! 그냥 스트리트랑 에비뉴를 외워서 다니는 게 최고다. 어렵사리 들어간 첼시마켓. 버려진 과자 공장을 각종 식료품점으로 재탄생시킨 멋진 곳이다. 미국은 정말, 오래된 건물들을 새롭게 활용하는 데 있어 박수 쳐주고 싶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랍스터! 어릴 때 횟집에서 랍스터 회 먹어보고 그 야들야들한 꼬리 맛이 잊히지 않는데 이곳에서 랍스터 가격보고; 무조건 돈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사 먹진 않았다. 물론 한국만큼 비싸진 않다. 돈 여유, 시간 여유만 된다면 꼭 먹어야 하는 맛집!!!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은 다 첼시마켓 안에 있었다. Amy's Bread도 유명한 빵집이다. 


내부를 꼼꼼히 둘러봤다. 오래된 공장에서 특색있는 곳으로 바뀌면서 조금씩 옛날 모습이 남아있는 게 좋았다. 첼시 마켓엔 음식과 식재료뿐만 아니라 조리용품 판매점과 요리책 전문 서점도 있다. 그리고 삼청동처럼 자신이 만든 특이한 제품들을 가져다가 파는 사람도 많이 보였다. 그렇게 첼시마켓 안을 3번이나 왔다 갔다 한 뒤, 이제부터 "걸어서" 세 군데의 공원 투어를 하기로 했다.


















첫 번째는 매디슨 스퀘어 파크! (Madison Square Park) 1814년 미국 4대 대통령이자 미국 헌법의 기초를 만든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의 이름을 따왔다. 가 와서 공원을 걸어 다니는 사람은 없었지만 쉑쉑버거를 사 먹으려고 선 줄 때문에 공원 한쪽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쪽에는 다리미 모양의 플랫 아이언 빌딩 (Flatiron Building)이 보인다. 1902년, 건축가 대니얼 H. 번햄 (Daniel Hudson Burnham) 이 지은 건물로 그 당시 이 빌딩은 뉴욕에 들어선 최초의 마천루였다. 삼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남은 삼각형의 부지 위에 지은 거라고. 


또한,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는 쉑쉑버거(Shake shake) 본점이 있는 곳. 나도 이왕이면 본점에서! 라는 생각에 여기서 사 먹을 예정이었는데 비가 와서 먹을 곳도 없고, 남기면 들고 다니는 것도 일이라서 멀리서 사진만 찍었다. 























다음 공원은 유니온 스퀘어 파크! (Union Square Park) 원래는 공동묘지였으나 1839년 공원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이곳에선 월, 수, 금,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다양한 과일, 채소 등이 판매되는 그린 마켓이 열린다. 비가 왔는데도 그린 마켓이 아주 크게 열리고 있었다. 동상이 많았던 공원으로, 조지 워싱턴의 기마상, 에이브라함 링컨과 마하트마 간디의 동상이 있다. 내가 본건 에이브라함 링컨과 조지 워싱턴의 기마상인듯! 식재료 장터는 정해진 날만 운영하는데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니 연말을 겨냥한 예쁜 매장들이 들어서 있었다. 마치 브라이언트 파크에 있는 소규모 샵들과 비슷했다. 


이곳에서 한참 구경하다가 뉴욕에서 가장 큰 중고서점인 스트랜드 서점 (Strand Bookstore)에 들렀다. 





 

 

 

 




아아, 이곳은 천국이야 천국. 스트랜드 서점 (Strand Bookstore) 1927년에 만들어진 중고 서점으로 4층의 큰 규모에 일반 서점에서 구하기 힘든 초판본과 희귀 서적이 가득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천국에 비유할 수 있겠다! 오래된 서점이라 매장 곳곳엔 서점의 기념품도 가득했다. 비가 와서 그런건지 몰라도 특유의 책 냄새가 아주 짙었다. 


이곳에서 1시간 정도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시간에 쫓겨서 나왔다. 갖고 싶은 책들도 많았고 독특한 사진집도 4불에 균일가로 판매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 사이에서 빨간색 앞치마를 두른 서점의 직원들도 항상 밝은 얼굴로, 책에 대해 설명하고 웃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아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걸 몇 권 찾았지만 돌아올 때 무거울 것 같아서 결국...막판에 다 놓고 나왔다. 근데 다시 한 번 꼭 가고 싶은 곳. 







그리고 그 근처에 위치한 키엘 1호점에 갔다. 들어가진 않고 (살까 봐) 겉의 모습만 사진으로 남겼다. 

100년이 훌쩍 넘은 키엘. 그 키엘이 처음으로 문을 연 곳!




















다음 공원은 워싱턴 스퀘어 파크! (Washington Square Park) 저번에 상혁씨 만나서 커피 마시며 대화 나눈 곳이 바로 여긴데 그때 들은 이야기로는 NYC 대학은 각각의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어 우리나라의 캠퍼스 같은 느낌이 덜해서 그냥 중간에 있는 워싱턴 스퀘어 파크가 여기 대학생들의 캠퍼스, 그러니깐 잔디밭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다. 


1826년 처음 공원으로 조성되었고 뉴욕에 있는 1,700개의 공원 중에 가장 잘 알려진 공원이라고 한다. 비가 오는데도 관광객이 많았다. 공원 내부에는 대규모의 분수와 워싱턴 스퀘어 아치(Washington Square Arch)가 있는데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대통령의 취임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889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이곳은 영화 스텝업이나 어거스트러쉬, 더 비지터 등에 나왔던 곳으로, 보자마자 딱 이쪽 앵글에서 영화를 찍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다시 소호를 가려고 했는데 비 때문에 신발이고 바지고 옷이고 다 젖어버리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라 죽을 것만 같아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게 아마 오후 3시 반 즈음? 어제저녁에 사다 놓은 너구리 라면을 바로 끓여 먹었다. 아 진짜 라면이 이렇게 맛있고 이렇게 양이 적은 줄은 몰랐다. 그렇게 몸을 녹이고 신발을 대충 슥슥 닦고 4시 반에 같이 지내는 숙소 동생과 함께 뉴욕 현대 미술관 (The Museum of Modern Art, MOMA) 전시를 보러 갔다. 

















매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뉴욕 현대 미술관 (The Museum of Modern Art, MOMA) 무료입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뉴욕 여행자들 모두 다 알고 있을 것! 

1929년 지어진 미술관으로 2만 점 이상의 소장품이 있다. 무료입장이라 줄이 어마어마하게 긴데 또 어마어마하게 빨리 줄어드니깐 걱정 안 해도 된다. 백팩을 메고 가면 짐 맡기느라 또 시간 버리게 됨. 최대한 간편하게 들고가는 게 좋다. 5층부터 보면 좋다고 해서 각자 좋아하는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헤어져서 따로 보기로 했다. 
















미술에 문외한 편이라 유명한 작품 위주로 보다가 사진 쪽 가서는 관심 있는 작품들을 메모장에 기록하고 거기에 대한 내 생각도 함께 덧붙이며 즐겁게 관람했다. 흥미로운 작업물들이 많았다. 층을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더 멋진 작품들이 가득했다. 사람들이 많았지만, 또 많은 대로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나도 언젠간 이곳에 내 사진이 걸리길! 이라는 생각을 잠깐 했던 것 같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관심 가져주고 또 나처럼 내 작품에 여운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2층에는 몇 개의 스크린이 걸려있고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있거나 누워서 그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자리 잡고 보기 시작한 영상은 한 중국여자가 나오는 영상이었는데 모두 똑같은 영상이 나오는 게 아니라 한 스크린을 잘 보다가도 그게 꺼지면 다른 스크린에서 순식간에 이어서 재생이 되고 그 영상에서 세부적인 묘사를 하고 싶으면 또 다른 스크린에서 동시에 다른 앵글로 같은 상황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왜 누워서 보는 줄 알겠음, 한쪽을 향해서만 앉아있으니 고개를 돌리느라 힘들어 죽겠다. 사람들 모두 우왕좌왕! 진짜 멋졌다.











 

 






전시를 거의 2시간 정도 보고 MOMA 샵에서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사지 않고 나왔더니 비가 오후보다 더 많이 온다. 근데 여기 뉴욕 사람들은 비가 이리 많이 오는데 우산을 안 쓴다. 재미있는 건 신발은 딱 봐도 레인부츠인데 우산을 안 쓰고 그냥 맞고 다니거나 외투에 달린 모자만 쓰고 다닌다. 되게 특이함. 하여튼 나는 생쥐 꼴을 한 채로 오늘 쉑쉑버거는 꼭 먹어야지 싶어서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쉑쉑버거(Shake Shack)로 향했다.











사람 많다고 하길래 걱정했는데 주문은 들어가자마자 아무도 없어서 내가 먼저 할 수 있었고, 힘들어서 버거 받는 곳 근처에 앉아있다 보니 내가 가진 벨이 울리고 내 이름과 주문내역을 확인해준다. 생각보다 빨리 나온 버거를 품에 꼭 안고 숙소까지 미친 듯이 걸어왔다. 짐 정리하고 싹 씻고 경건하게 테이블에 앉아서 햄버거를 뜯었다. 

아, 아아아아 아 이 고운 자태. 골고루 담아온 소스도 다 꺼내서 셋팅해서 감자튀김이랑 참 맛있게 먹었다. 아 주문은 싱글 쉑버거, 프렌치 프라이, 바닐라 쉐이크! 바닐라 쉐이크는....진짜 최고였다. 이것만 따로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맥주가 당겼지만 흐흐 조금 일찍(?) 하루를 끝.




Metro Card 5$

Shake Shack 13.39$


총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