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하루 남은 뉴욕에서의 일정이 시작되는 날. 그런데 아침부터 일이 꼬인다. 

예정일보다 빠른 여성의 날(!) 때문에 미국 여성용품을 사야 하는 위기를 맞이했다. 우선 검색해봤다. 맞은편 마트에 갔는데 내가 찾는 게 없었다. 혹시나 해서 샀는데 와 이게 아니었다. 하, 시간은 오전 10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고 바깥 날씨는 춥고 아직 일정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지다니. 게다가 새끼발가락에 크게 자리 잡고 있던 물집까지 터져버려서 다시 방으로 들어와 발뒤꿈치와 새끼발가락에 밴드를 붙였다. 나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리자고 생각했고, 다행히도 편의점에 여성용품이 딱 보였다! 햐 그걸 바로 사고 가방에 꽁꽁 넣고 교통비 충전하려고 20불짜리를 10불짜리로 바꿔달라고 한 뒤 한시름 놓고 오늘 일정 시작.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로 향하는 길에 세련된 샵들이 모여있는 SEE/CHANGE를 만날 수 있다.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휑-한 느낌이 가득했지만, 이곳에서도 작게 아이스링크장도 운영되고 있었고 샛초록색의 예쁜 트리도 볼 수 있었다. 패턴이 예쁜 벽들과 선명한 색깔로 칠해진 컨테이너박스, 그리고 그 안에는 예쁜 소규모의 샵들이 정돈되어있었다. 



















이곳은 피어17 (Pier17)

근처에 큰 소방차가 있었는데 신기해서 쳐다보다가 다시 보니깐 금세 관광객들이 소방관들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용도가 뭐지? 켁 그리고 다리 밑에 기념품을 팔거나 먹거리를 파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곳에서 유료 페리를 타고 맨해튼을 둘러볼 수 있는 것 같음! 많은 사람이 유람선, 페리 티켓을 사서 바로 배를 타러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브루클린 브릿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어서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south street seaport)로 향했다. 이곳에 가면 브루클린 브릿지를 멋지게 볼 수 있다고 하길래 그 이유 하나로 찾아갔다. 하지만 그 장소는 차단되어있었다. 다행히도 그 근처에서 브릿지를 볼 수 있었다. 브루클린 브릿지 아래까지 열심히 걸어갔다. 이 길을 따라 운동하는 사람이 많았다. 어제 비가 와서 하늘은 굉장히 맑았고 개운한 공기가 느껴져 걷기에 좋았다. 브루클린 브릿지 뒤쪽에 위치한 에메랄드색, 청록색의 다리는 맨하튼 브릿지이다.




















브루클린 브릿지가 코앞인데 그래도 한번 올라가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정식으로 올라가는 곳 말고 누군가 손으로 써놓은 Brooklyn Bridge Walkway 표지판을 보고 따라 올라갔다. 캬 이게 바로 브루클린 브릿지 (Brooklyn Bridge)구나!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이어주는 다리로 걸어서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1883년에 개통될 당시엔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였고 최초로 철 케이블을 사용한 현수교인데 건설 과정에서 2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던 비운의 다리. 와 날씨가 청명해서 그런지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브루클린에서 걸어오는 사람, 브루클린으로 걸어가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 기념품을 파는 사람, 사랑의 메시지가 가득한 자물쇠를 걸어놓는 사람 등등. 나는 끝까지 걸어가지 않고 사진 찍기 좋을 정도까지만 걷다가 돌아왔다. 









 

 




다음 목적지인 센추리21 (Century 21)로 향했다. 뉴욕 내에서 가장 큰 센추리21로 갔는데 와, 주말이라 그런지 몰라도 사람이 정말 많았다. 나는 여기서 아빠의 가죽장갑을 사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데 여성 신발 코너의 Clearance로 갔더니 헐, BASS가 39불. 블랙에 6.5는 조금 발이 아팠고, 버건디에 7은 넉넉했지만 걸을 때 양 옆이 벌어지더라. 결국 블랙 6.5로 샀다. 와 진짜 저렴하게 샀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하다가 화장품과 가방은 지나치고 여성 의류도 별로 볼 거 없고 남성 의류도 그다지, 스포츠의류는 살 거 많더라. 폴로나 CK 속옷은 정말 저렴함. 3장에 15불이면 사니깐. 근데 고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아빠 가죽장갑 보러 올라갔다. 


몇몇 유명한 브랜드를 표시해놨는데 난 어디 것이 좋은지 몰라서 오로지 내 느낌(;)만으로 부드러운 느낌의 것으로 집었는데 와우 Portolano 장갑 170불짜리를 60불에 할인하고 있었다. 그거 바로 집었다. 그리고 다른 층도 더 구경하다가 시간이 지체되는 느낌이라 살 것만 바로 사고 계산했다. 아, 처음으로 신용카드로 계산했는데 다행히도 결제되었다. 내 ID를 요구하길래 여권 보여주고 결제 완료. 







 






소호로 이동! 휴 소호 도착했는데 센추리21에서 쇼핑을 해버렸더니 벌써 어두워 사람들 얼굴도 제대로 안 보인다. 미국은 해가 너무 빨리 져서 오후 4시 반이면 건물들이 불을 켜기 때문에 쨍쨍한 햇빛을 보려면 아침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오늘 오전부터 너무 정신없었다는 사실 때문에 죄책감 같은 게 들었다. 소호 무인양품에 들어가서 코트 몇 개를 피팅해보고 피팅룸에서 가방을 정리했다. 그리고 아크네 스튜디오도 들어가보고! 탑샵에 들어갔는데 와, 그로브몰과는 다른 탑샵 언니들 오빠들 그리고 1층에서는 유명한 DJ가 디제잉을 하고 있었다. 누군지 몰라서 멀뚱멀뚱.








 



Canal St.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방으로 돌아왔다. 진짜 대박 사건. 즐겨 입는 스키니진을 입고 나갔는데 얼마나 걸어 다녔는지 가랑이 사이에 구멍이 나 있었다. 내가 이러고 계단을 올라다니고 소호를 가고 쇼핑을 하고 이랬단 말이지? 하 얼마나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봤을까? 푸하하하 아 아 그러고 보니 온종일 한 끼도 안 먹었네. 






















초콜릿 몇 개 집어먹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뉴욕의 야경을 보지 못해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Empire State Building) 에 가려고 했는데 몸이 너-무 피곤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멀찍이서 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내려오는 길에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Magnolia Bakery) 들러서 바나나 푸딩과 레드벨벳 먹어야지! 했는데 저 멀리 심상치 않아 보이는 긴-줄이 있다? 혹시나 해서 봤더니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었다. 나 참, 하. 



그냥 주린 배를 부여잡고 록펠러 센터 (Rockefeller Center) 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의 주변은 마치 크리스마스에 청계천 또는 루미나리에 행사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도로는 통제되고 사람들은 흘러넘치고. 그래도 나는 앞까지 들어가 트리 사진도 찍고 건물 사진도 찍었다. 뉴욕의 주요 건물들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주변에서 그 분위기만 느끼고 돌아왔다. 그래도 뭐 좋구먼! 역시 관광객 느낌을 느끼려면 주말에, 사람 많을 때 돌아다니는 게 최고인 듯. 힘들다는 생각을 전혀 안 들었다. 왜냐면 나도 관광객이니깐!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마지막 타임스퀘어의 밤. 디즈니 구경을 잠깐 했다. 저번에 디즈니 봤을 때 미키랑 미니 인형 꽤 큰 거 12불밖에 안 했는데 주말이라 다 팔렸나 보다. 기념품 매장 들어가서 J에게 줄 동그란 뉴욕 마그넷, 자유의 여신상 마그넷이랑 자유의 여신상 모형을 샀다. 그리고 찢어진 바지를 대신할 옷을 사러 H&M에서 바지랑 스웨터 하나를 샀다. 








한 끼도 안 먹은 상태라 뭐 좀 사서 들어가고 싶었는데 이 사람 많은 주말에 쉑쉑버거 가기엔 지치고 맥도날드는 싫고, 아 뉴욕에서 은근히 먹을 게 없구나. 라는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결국 숙소 앞 마트에서 큰 캔맥주 하나랑 LA에서 즐겨 먹던 과자를 사서 방으로 들어왔다. 늦은 시간 마트에 가면 캐셔들은 퇴근하고 셀프 계산을 해야 하는데 맥주를 사니깐 ID를 요구하는 안내문구가 뜨길래 옆에서 안내해주던 흑인 할아버지가 나를 많이 도와주셨다. 거스름돈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또 불렀더니 계산해주고. 흑흑







 


마지막 밤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노트북을 켜고 내일 뭐할지 일정을 정리하면서 BUD LIGHT 캔맥주와 뉴욕에 처음 왔을 때 사놨던 라자냐를 데워서 밤 10시에 첫 끼를 먹었다. 어제는 종일 비 오는 뉴욕을 걷고, 오늘은 사람 많은 주말의 뉴욕을 걸어 다녔다. 내가 피곤하지만 않았다면 더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더했다. 마지막 밤이라고 하니깐 너무 아쉬웠다. LA로 정말 돌아가기 싫었다. 내일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다시 뉴욕에서의 첫 번째 날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The Food Emporium (여성용품, 밴드) 9.74

7 Eleven (여성용품) 6.09$ 

Metro Card 10$

Century 21 (가죽장갑, BASS 신발) 99.94$ (카드결제)

H&M (바지, 스웨터, 먼지테이프, 토드백) 92.21$ (카드결제)

The Food Emporium (맥주, 과자) 6.89$



총 22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