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는 하루

from 2015 사진 2015. 9. 13.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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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적으로 정신 없고, 생각 없고, 계획도 없는 요즘. 내 인생에서 가장 허무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른 직원들보다 30분 일찍 출근해서 30분 늦게 퇴근 하는 하루 일과가 당연해졌다. 하루 업무일정을 보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는 생각보다 '이것은 대충, 이렇게 하면 되겠다.'라는 중간이 텅 비어버린 결론을 내린지도 꽤 오래 됐다. 최소한 앞으로 6개월은 더 버텨야 하는데 그나마 내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이 일을 하고 난 뒤, 다른 직장을 찾을 때 어필 할 수 있는 네임벨류정도. 그리고 이 일을 마치고 나면 마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에서 앤디가 런웨이를 나오고 신문사로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미란다의 친필 메시지를 받은 것 처럼 그정도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뚜렷하지 않은 내 커리어에 이정도면 정말, 버텨야 한다. 그거 하나만 보고 회사를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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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맞는 사람'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다. 그 중 1순위는 '말'. 요즘 나는 말을 뱉고나서 바로 후회한다. 그래서 말을 하고 나서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일이 많아졌다. 이게 다 말을 함부로 해서 그런거다. 어른스러운 단어를 사용하고, 욕은 절대 사용하지 않고, 조금 더 천천히 말하기. 그리고 상대방에서 상처되는 말은 하지 않기. 얼굴을 보고 이야기 하기. 아, 이 모든 사항은 싫어하는 사람에겐 제외. 그래도 요즘 '말'에 대해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있어서 대화를 끝내고 나면 그 대화를 곱씹어보고 있다. '말' 공부를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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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해볼까 싶어 영어학원, 요가학원, 국비지원, 아카데미, 운동 등등을 알아봤지만 조건이 맞지 않으면 아쉽고, 조건이 맞으면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결론은 그냥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음. 아니 별로 중요성을 못느끼는 듯. 그리고 이 나이에 뭔갈 맘 편하게 시작하기가 어렵다는 점. 시작하면 그게 나중에 나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 그러려면 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게 아닌 정말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지금 이 회사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야하는데 그러려면 이력서에 꽤 매력적인 한 줄이 필요할테고 내가 하려는 일이 그런 한 줄이 되길 바라고 있고. 생각해보면 내 마음 먹기 나름인데 참 그 마음이란걸 먹기가 어렵다. 나만 잘하면 되는데 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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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 평생 싸워야 하는 것 중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지름' 아아아아 아아 아! 왜이렇게 충동구매, 자잘한거 구입, 비교 안하고 막 사고 도대체 왜그러는거니? 그리고 나서 별로 사용하지도 않고 혼자 속으로만 끙끙 앓다가 그렇게 잊고 또 사버리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금방 되팔아버릴까 하고 생각하다가도 언젠간 추억이 되겠짛ㅎ 하면서 그냥 놔둬버린다. 그리고 참 뭐랄까 패키지 욕심은 또 엄청나서 전자제품은 당연하고 옷의 tag이나 포장지, 비닐백, 팜플렛, 스티커 등등등 모을 수 있는 건 다 모아버린다. 우리집에서 안그래도 내 방이 가장 작은데, 이것들때문에 더 작다. 침대는 당연히 없고 거의 내 몸 누울 곳만 존재하는 내 방... 뭐 자는 것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이런 잡다한것들을 사모으는게 이제 점점 내가 병에 걸린 것 같이 느껴진다; 절제가 안되고 점점 기분파처럼 행동함. 그리고 더 짜증나는건 가장 쓸데없는 물건을 살 때 누구보다 열심히 가격비교를 하고 다닌다는거다. 그냥 사지 말라고 븅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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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굳었다. 미래가 너무 무섭고, 앞으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감도 안 온다. 이 회사에서 절대 뼈를 묻을 생각은 없고, 내 나이가 되면 '회사다운 회사'에 적절한 월급을 받으며 적절한 직위로 이직하기 딱 좋다는데. 남들 하는 것 만큼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토익 시험은 다시 봐야겠지 싶고. 가고싶은 분야와 관련 된 포트폴리오 정도는 있어야겠지 싶어, 혼자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기획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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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직장을 얻는것뿐일까? '안정'을 찾는다지만 매 년 목표가 '살아남기'인 요즘인데. 이 세상에 안전한게 뭐가 있으리. 남들에겐 안전해보여도 내가 불안하면 쓸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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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를 다시 쭉 읽어보니 정말 내가 요즘 참 하는거 없이 사는구나 싶네. 일-돈-미래 이것뿐이다. 나 하나 살아가는데도 빠듯해서 친구들 이야기에 공감해줄 여유도 없고,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풀어버리고 있고, 진짜 어디 수능 만점 학생 후기에나 나올법한 집-회사 집-회사 반복이고, 청첩장은 왜이렇게 많이 받는건지; 도대체 모를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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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알바를 한다 - 돈을 모은다 - 자기 계발을 한다 - 이직을 한다 - 회사다운 회사에서 상사같은 상사들과 일한다 (1년 내 무조건 달성하기로) - 제 2의 직업 개발 - 돈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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