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부산

from 2015 사진 2015. 10. 13. 22:13

10/10 (sat)


오빠와 내가 함께 보낸 시간이 벌써 2년. 우리 첫 여행이었던 부산이 그리워 다시 찾았다.

서울역에서 만나 10시 반 KTX를 탔다. 막 다른 좌석에선 부시럭거리며 간식을 먹는데 우린 잠깐 정신이 나갔는지 빈손으로 타고 말았다.



날씨는 그닥 좋지 않았다. 비를 극혐하시는 오빠 때문에 제발, 비가 오지 않았으면 하고 계속 생각했다.

우리 앞앞 좌석에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어서 잠은 1도 자지 못했다.

사실 그것보다 배가 고파서 잠이 안 왔다. 나는 아침도 먹었는데 왜이렇게 배가 고팠을까?

그렇게 오후 1시 30분, 드디어 부산역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날씨는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정도로 해가 쨍쨍했다!






먼저 전철을 타고 자갈치역에 내렸다. 먹자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밀물썰물 나가듯 쓸려나가듯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부산국제영화제 마지막 날에다가 자갈치시장 축제까지 하고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아 - 토나오게 사람 많았다.

배고파서 기절할 것 같은데 씨앗호떡이건 닭꼬치건 납작만두건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우린 저- 구석탱이에 있는 그나마 짧을 줄을 가지고 있던 씨앗호떡집에서 천원짜리 씨앗호떡 두개를 받았다. 그 옆 길거리에서 게눈 감추듯 먹어치움





그리고 다시 올라가는 길. 아까 봐뒀던 납작만두집에 사람이 많이 없길래 '먹을래?' '응응' 

5천원이라는 가격이 조금 비쌌지만 그래도 뭐 방금 구워주시는 납작만두와 바로 무쳐주는 무침의 조화가 굿잡!

우리 옆에서 먹는 남자 둘이서 '아주머니, 제가 먹어본 납작만두 중 최고네요! 허허허! 감사히 잘 먹고 갑니다!'

최불암의 한국인의 밥상 찍는 줄





예전에 부산에 왔을 때 맛있게 먹었던 유부주머니가 먹고싶었다.

이성을 찾은 우리는 깡통시장으로 향했다. 




회사 사람이 꼭 먹어보라고 했던 백종원이 추천한 국내 3대 떡볶이 중 하나 이가네 떡볶이는

줄이 가게 상점 모퉁이를 지나, 이미 관계자 한 명이 푯말을 들고 통제하고 있었고,

그 뒷 줄은 어느 정체모를 상가의 좁은 계단으로 이어져 건물 안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그래 저건 아니다.





예전에 우리가 갔었던 분식집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결국 시장 한복판에서 벗어난 분식점엘 들어갔다

하지만 여긴 정말 최악의 초이스였다. 너무 음식이 이상해서 기억에 똑똑히 남을 정도로 묘한 음식점이었다

떡볶이 3,000원, 유부주머니 3,500원. 가격도 기억나고 이상하리만치 가장 많은 음식 사진을 남긴 식당이었다





이상하고 기묘한 식사를 마치고 오빠는 식혜를 마시고 싶다고 하여 식혜 한 잔 쥐어주고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향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태준의 <문장강화>와 <뿌리깊은 나무>를 사고 싶었는데

책방골목에서 무슨 행사를 하는건진 몰라도 여기도 사람이 바글바글@,@ 넘쳐났다.

그래도 물어보려고 해도 막 다 자리에 안 계시고 으아 





책방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께서 모두 옛날 교복을 입고 계셨다. 완전 귀여우셨음














책방골목에서 빠져나와 이디에야 들러 카페인 충전하고 중앙동의 토요코인호텔 부산역2으로 걸어갔다

여섯 번의 부산 여행에서 서면점, 해운대점, 부산역2 이렇게 가봤지만 여기만큼 위치가 애매모호한곳도 없는 듯





재정비하고 호텔에서 나와 중앙동역으로 가는 길에 한 두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

혹시 몰라 다시 들어가 우산을 챙겨가지고 나왔더니 아뿔싸! 광안역에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 - 거의 생쥐꼴. 신발은 다 젖고, 좁은 우산 안에 건장한 두 사람이 들어가려니 서로의 한쪽 어깨는 이미 다 젖어버리고

으이구 사람은 또 왜이리 많은지 흑흑 거의 둘다 경보급 발걸음으로 민락회센터에 들어갔다






비 오는 날엔 회를 먹지 말라는 말이 있다고 했던 오빠

먹을까, 말까, 다음날에 먹을까, 먹지 말까, 낮에 먹을까 고민하던 오빠는 그냥 저녁에 먹기로 했고

은근히 오빠 말을 믿고 있던 나는 아 제발 횟집에 사람이 많이 없었으면 좋겠다 하면서 들어갔는데

웬걸 비오는 날엔 회를 먹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는건지 아주 4층까지 꽉꽉 들어찬 사람들 으와

광어와 우럭을 샀었나, 그리고 오징어도 한 마리 가지고 왔는데 회만 떠주면 되는데 20분은 걸린 것 같았다


회 나왔는데 흥분해서 먹다가 사진 찍고

소주는 딱 한 병, 콜라 한 병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끄어 다행히도 비가 싹 그쳤더라! 오들오들 조금 추웠지만

광안대교 야경도 보고 사진도 찍고 2주년 이야기도 하고 약간 조금 훌쩍거리기도 하곸ㅋㅋ

어으어으 춥다 호텔 들어가는길에 치킨이나 먹자 하면서 룰루랄라 돌아갔다





으 중앙동역에 내렸는데 바람이 진짜 태풍급으로 불고 날도 너무 춥고 치킨집은 없는 번호라고 뜨고

오빠가 미니스톱에 치킨 파니깐 그거 먹자구 했는데 주말밤이라 그런지 치킨은 이미 텅텅 비어있구

맥주 한 캔씩, 그리고 포스틱이랑 바나나킥 한 봉지씩, 사이다 사서 들어갔다아




와 올해 마신 맥주 중 최고로 시원하고 맛있었음

마시면서 어떻게 이렇게 시원하냐고 200번은 물어본 것 같다(는 오바)

기분좋게 꿀잠!









10/11(sun)




새벽 내내 뒤척거려서 찌뿌둥한 아침. 

어제 먹은 회 때문인지 오빠는 새벽 내내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렸다

나 만나면서 장트러블 생긴적 한 번도 없었는데... 튼튼했던 그의 장이... 광안리 생선에게 무너지다니...

계속 밍기적거리는 오빠를 데리고 체크아웃을 했다




오빠는 아무래도 약을 먹어야 할 것같다며 약국엘 들리고

나는 필름이 4컷밖에 안남아서 편의점에 들러 필름을 사려 했지만 실패하고

그 옆 백구당이라는 빵집에서 크림치즈페스츄리랑 단팥빵을 집어들었다

 





인간적으로 해운대 너무 멀다 아, 오빠는 가는 내내 잠을 청했다 에구구

배가 아픈 오빠는 먹지 못해서 나 혼자 초량밀면에서 비빔밀면이랑 만두를 먹었다 조금 남겨서 아쉬움!

오빠도 너무 먹고싶었는지 한 젓가락, 만두 한 개를 먹었다

지난 부산여행에서는 오히려 내가 아파서 밀면을 한 가닥도 못먹었었는데 이번엔 반대의 상황 흐흐



약 먹으려면 빈속은 안되니깐 근처 본죽집에 가서 참치야채죽을 먹은 오빠




그 근처에 있는 옵스에 들...리고 싶었는데 줄이 문 밖까지 튀어나올 것 같았다

우리집이 평촌역 옵스와 가까워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장트러블 



부들부들한 모래. 해운대 모래를 밟으면서 오빠에게 EBS 하나뿐인 지구에서 봤던

모래에 관한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해줬다. 내 직업 썩 나쁘지 않구나



으헝헝 어제랑은 완전 다른 날씨





애들




날씨 너무 좋다아






흔적들


해운대를 잔뜩 구경하고 다시 해운대역으로 돌아가는 길

전포 카페거리에 들러 커피 한 잔 하는게 오후 일정이었는데

이번엔 내 차례. 뭘 잘 못 먹었는지, 아니면 갑자기 찬바람을 쐬서 그런건지 몰라도

급 감기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온몸이 몸살 걸린듯 쑤시고 이마에선 열이났다

덜덜덜



둘다 해운대역부터 부산역에 올때까지 (이미 전포역은 버린 상황) 한 마디도 못하고 자리에 앉아 끙끙 졸면서 왔다

부산역에 내려 편의점에서 오빠가 판피린 감기약과 쌍화탕을 사줬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탐탐에서 엄청 뜨거운 아메리카노 두 잔을 샀다

그런데 그마저도 식어버리고... 우리도 식어버리고...



오후 내내 아무것도 못하고 기차 시간까지 기다려서 드디어 서울로 올라가는 KTX를 탔다

아픈 와중에도 그래도 이제 헤어지면 일주일 뒤에 본다고, 2주년 고생했다고, 잠도 안 자고 조잘조잘 이야기

백구당에서 샀던 빵을 오빠 앞에서 야무지게 먹었다. 오빠도 살 걸 그랬다며 후회했음

나는 수원에서 먼저 내리고, 오빠는 서울역에서 빠이!


아 돌아오면서 '다시는 부산 가지 말자' 라고 서로 약속 아닌 약속을 했다

부산만 가면 둘 중 하나는 병을 얻어오고 난리...




나에게 남은거라곤 이 판피린 티

집에 가자마자 씻고 약 먹고 푹 잤더니 감기몸살은 똑 떨어졌고

오빠의 장트러블도 말끔하게 나았다고 한다


순탄한 여행이 아닌 고생하고 아팠던 여행이라 그런지 몰라도 아쉬움도 크고 기억에 더 오래 남는 것 같고 뭐 그러네

나중에 2주년 부산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또 히히덕하고 웃겠지. 즐거운 여행이었다!

펜탁스 미슈퍼로 촬영한 사진은 조만간 현상하면 바로 올려야겠다


instagram @kimonthe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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