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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다녀온 치과를 오늘 또 가야했다. 어제 치과 다녀오자 마자 양치했는데 뭔가 고무줄같은게 교정기에서 이탈 덜덜덜. 아 짜잉나게 다시 토요일 아침부터 치과에 갔다. 비몽사몽 10시 반에 치과에 갔다가 점심을 먹고 왼쪽엔 기타와 오른쪽엔 카메라에 렌즈 2개를 손에는 기타 악보를 들고 홍대로 향했다. 날씨는 햇빛 쨍쨍이었고 양쪽 어깨에는 땀이 차서 축축했다. 오늘부터 바로 디노마드 아카데미 통기타 강의 일명 십'일'센치가 될테야. 가 시작되는 날! 스튜디오에 카메라 장비를 놔두고 기타와 악보를 들고 수업 10분전에 카페 필굿으로 향했다. 




 



디노마드에서 같이 활동했던 재봉오빠와 은유와 함께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 벌써 누군가가 와 있었다. 간단하게 소개를 하고 드디어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다니! 어흑 성질 드러버서 못따라오면 버럭버럭 하던게 엊그제같은데 이제는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서 안절부절하게 되었다. 돈을 받고 가르치는거라 그런지 더더욱 신중해지고 일분 일초를 확실하게 쓰려 노력했다.


오원기씨, 이가을씨, 이윤지씨, 나, 재봉오빠, 은유까지 이렇게 모였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게 너무 즐거워서 또 이것저것 캐묻기 시작했다. 으하하 다들 좋은분인것같아서 들떠서 강의를 진행했다. 기타 명칭부터 튜닝하는법, 기본적인 메이저코드들을 잡아보고 연주해보기 등등을 강의하고 앞으로 한달동안 마스터 할 곡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전적으로 추천한 10cm의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브로콜리 너마저의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라는 두 곡을 모두 배우기로 했고 재봉오빠는 마룬파이브의 선데이 모닝을 마스터 하기로 했다. 








 


헤헤, 이렇게 뿌듯한 첫 기타 수업이 끝나고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내가 기타를 처음 배웠을 땐 내 기타가 없어서 얼얼한 손가락을 부여잡고 입맛만 다셨었는데 기타가 생기고나서 항상 두근거렸다. 잘 치지도 못하면서 맨날 딩가딩가 했었고 그러다가 조금씩 손가락이 익어갈때쯤 기타 하나로 노래를 부르는 곡들이 귀에 들어왔다. 수많은 악보들을 스크랩하고 인쇄를 하고 아이패드에 어플을 다운받아서 코드를 공부하고 기타프로 악보도 다운받아서 새벽 내내 아르페지오를 연습하곤 했는데, 흐흐흐 나와 기타로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이 나처럼 기타를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의가 끝나고 잠깐 디렉터님과 회의를 하고 스튜디오에 기타를 놓고 카메라를 가지고 은유와 함께 이태원으로 향했다.

< 몬스터 드로우 >의 윤진호 작가님 인터뷰가 이태원 갤러리 두루에서 진행 될 예정이었기 때문. 5시 반까지 가야하는데 버스가 밀리고 밀려 진짜 똥줄을 지대로 타게 만들었다. 버스에서 먹던 빵이 도로 올라올것같은 그런 긴장감속에서 미친듯이 달리고 달려 두루 앞에 도착! 세이프! 영상팀 상희가 먼저 와있었다. 갤러리에 들어가려다가 오른쪽 카페 카운터에 익숙한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분이 앉아계셨다. 윤진호작가님임을 백프로 확신하고 먼저 다가가 인사를 드렸다. 자리를 잡고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지은이, 혜연이까지 모두 도착했다.










우리의 이번 주제인 'shift' 그리고 그 안에서 파생된 우리 팀의 주제인 '이중성'에 부합하는 작업을 하고 계셨기에 수줍게 이메일로 컨택을 했는데 불쑥 전화로 정말 흔쾌히 인터뷰를 승낙해주셨던 윤진호 작가님. 경력이 어마어마하다. 제일기획 아트디렉터, m.net, MTV에서 아트디렉터, 다양한 광고, 음악, 책, 사진 등등 문화적인 부분에서 다양한 경력이 있으신 분이었다. 지금은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괴물'을 작업하고 계신다. 최근엔 슈즈 브랜드인 '스코노'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으로 수입을 적십자에 기부하는 활동을 하셨고 현재는 ginoartshop을 운영하고 계신다. 작가님의 캐릭터들을 상품화 시킨것들로 작가님이 아이패드로 보여주셨는데 아이폰 캐이스, 머그잔, 신발, 티셔츠, 수영복, 가방 등등 다양한 아트상품들을 기획하고 판매준비를 하고 계셨다. 













상품들이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서 우리가 엄청난 호응을 했더니 김박사! 라고 불러 그분에게 신발 몇켤레와 티셔츠를 가지고 오라고 하셨다. 사이즈가 240이 가장 작은 사이즈에다가 두켤레밖에 없어서 신발 쟁탈전이 일어났다. 결국 잘 맞는 사람이 가지고 가기로 했다. 은유와 상희가 각각 빨강색 스코노, 파랑색 스코노를 차지했다. 빨강색 스코노는 정말 탐날정도로 예뻤다. 내 돈주고라도 하나 장만할 기세였다. 흑흑













이미 이메일로 보내드린 인터뷰 질문지에 친절히 답메일 + 작품사진까지 보내주신 상태라 사실 인터뷰를 진행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사진을 열심히 찍었고, 상희는 열심히 영상을 담았다. 그렇게 인생사, 그 외에 궁금한것들을 질문하고 작가님이 여태 작업해오신것들을 구경했다. 사실 작가님은 미래의 내가 꿈꾸는 모습을 살아가고 계셨다. 자신이 하고싶은것들을 즐기면서 하는 그런 모습이 너무너무 부러웠다. 작가님께서 작업물들을 하나하나 보여주실 때 마다 마음이 조금씩 가득 차는 기분이었다. 나도 언젠간, 나도 언젠간 되뇌이며 작업물들을 구경했다. 갑자기 맥주, 호가든 이야기를 꺼내시더니 곧 이어 김박사님이 호가든 몇병과 팝콘, 그리고 맛있는 동그랑땡같은 부침개도 잔뜩 내어오셨다. 상큼한 쥬스까지!











한명씩 돌아가며 잔을 부딫히고 시원한 맥주와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계속되었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의 고충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혜연이와 상희. 나는 작가님께 이런 질문을 했다. 경력을 보면 정말 엄청난 분량의 작업들을 하셨는데, 쉬지 않고 계속 했을것같다. 도망가고싶을때가 있었을텐데. 라고 물어봤더니 작가님이 제일기획에 들어온게 23살때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쭈욱 작업을 해오셨는데 자신이 생각하는건 '일과 휴식은 같이 이루어져야한다' 라고 말씀하셨다. 일을 하러 출장을 갈 때면 일주일치 일을 초집중해서 3일만에 종료하고 나머지는 신나게 논다고 하셨다. 즐겁게 일을 하는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그렇게 짧고도 긴 인터뷰가 끝났다. 조용한곳에서 영상을 따고 갤러리 정리를 도와드렸다. 우리 잡지를 정말 좋아하셨다. 아, 윗 사진중에 걸레로 얼굴을 가리고 계신분이 바로 김박사! 라고 불리던 갤러리의 주인이시다.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는 분이다. 뭔가 우리랑 죽이 잘 맞는 그런 동네 언니같은 느낌? 하하 잡지가 나오면 다시 찾아뵙기로 하고 몇번이나 인사를 하고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갤러리를 빠져나왔다.















모두들 정말 즐거웠다며 입을 모아서 이야기를 나눴고, 이태원역 앞에서 모두들 헤어졌다. 나와 지은이는 다음 촬영을 위해 플래툰 쿤스트할레로 향했다.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열심히 플래툰에 도착하니 저녁 9시. 한달에 한번 블링에서 주최하는 플리마켓이 열리는데 바로 그날이였던것! 플래툰 쿤스트할레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담는 사진이라고 하길래 뭔가 열심히 담았다. 플래툰 플리마켓은 처음인데, 이쁜 물건들이 많아서 정말 눈을 어디다가 둬야할지...흑흑. 마음에 드는 물건들이 참 많았지만, 내 지갑에는 허허허











그렇게 대략적으로 촬영을 하고 지은이와 헤어졌다. 9시가 조금 넘은 상황, 역까지는 한참 걸어야 했고 핸드폰 배터리는 20%도 남지 않은 상황. 그냥 그렇게 뚜벅뚜벅 걸어 집으로 향했다. 생각해보니 하루 한끼만 먹는게 점점 일상이 되어버렸다.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정말 피곤한 하루였지만 그만큼 배운것도 들은것도 많았던 하루. 한명씩, 그 기간이 짧건 길건 그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건 정말 흥미롭다. 아 윤진호 작가님이 그러셨다. 지금 걱정하는 모든 걱정들이 앞으로 닥쳐올 걱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초등학교때 작은 쪽지시험 걱정부터 시작해서 굵직한 대입이나 집안문제 이렇게 취업까지, 지금은 정말 크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것. 해결책을 주시진 않았지만 그 순간순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의 눈빛을 보고 알 수 있던것같다. 마음이 가득 찬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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