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30분. 알람소리가 아닌 기대와 긴장감 속에서 잠을 깼다. 어제 이야기 나눈 사람들은 일찍 나가고 나는 10시 넘어서 나가기로 했는데 그분들이 환전한다고 해서 다시 들어와있었다. 계속 같이 게티센터 가자고 꼬시길래(?) 결국 같이 게티센터 가기로 했다. 내가 한국으로 가기 전에 다시 한번 꼭 가고싶은곳이라고 새벽에 침이 닳도록 이야기 헀던곳이라, 날씨도 좋고 해서 같이 다니기로 했다.










나랑 동갑내기 남자인 H와 나보다 한살 위인 J오빠랑 해서 셋이서 이상한 버스를 타고 거의 2시간 걸려서 게티센터에 갈 수 있었다. 버스를 2번이나 갈아탔다. 가는 도중에도 아 그냥 나 혼자 베니스 갈까, 했는데도 어쩌다보니 게티센터에 도착했다. 같이 다닌 사람들이 싫은게 아니라 역시 여러명이 같이 다니게 되면 불편한점이 있다는게 조금 힘들다. 그게 느껴지는것도 좀 그렇고. 게티는 내가 시간이 되면 한번 더 가고싶었던곳이라 기분좋게 찾아갔다. 이상한곳에 내려서 30분이나 인도 없는 차도를 걸어갈뻔 했지만 그래도 다들 묵묵하게 불평없이 게티센터를 향해 갔다.
















역시, 주말의 게티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트램 타는것도 줄을 길-게 서서 겨우 타고 올라가서도 풍경 반, 사람 반이었다. 내가 저번에 갈 때엔 바로 트램을 타러 들어갔는데 줄을 선 모습을 보니깐 주말이긴 주말이구나 싶었다. 그래도 금방 줄이 줄어들었고 사람 가득 찬 트램을 타고 게티센터(Getty Center)에 올라왔다. H는 앵간한 여행지에서 탄성따윈 내뱉지 않는다며 뭐 얼마나 멋지겠노 하더니만 내리자마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주변 풍경 둘러보고 맨 위에 올라가서 전망보고 건물 작품보고 밑에 가든 보며 빠르게 보면서 내려오기로 했다. 저번에 왔을때보다 날씨가 더 좋아서 LA 전경이 훨씬 잘 보였다. 나는 이미 한번 봤기 때문에 좀 더 여유있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처음 온 두 사람을 위해 기념 사진도 찍어주고 이런저런 괜찮은 스팟을 함께 다니며 관광을 했다. 


















사람이 가득한 게티센터는 또 나름대로 멋있었다. 환하고 여유있는 어쩌면 밋밋할 수 있는 이 공간에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더 멋진 풍경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래서 말없이 사람들 사진을 담기에 최고였다. 내려오면서 미술품도 구경했다. 앞에서 기념 사진도 찍고 다시 내려오면서 배가 고파진 우리는 카페테리아에서 밥을 해결할까, 했지만 있다가 산타모니카 가는 길에 버스 갈아타는 UCLA 부근에서 쌀을 먹기로 했다. 








 





배를 움켜쥐고 마지막에 가든을 구경하고 다시 트램을 타고 밑으로 내려왔다. 몇분 뒤 Rapid Metro를 타고 UCLA 앞에서 내렸다.

J오빠가 봐뒀던 Korean Food 같은걸 먹기 위해 구석구석 찾아가보니 오! 정말 쌀밥을 팔고있었다. 식당엔 죄다 중국인과 한국인과 일본인뿐이었다. 왠지 UCLA에 다니는 아시안들에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밥집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스테이크 데리야끼 보울을 주문했고 가격은 10불 조금 안됬다. 우리 옆옆 테이블에 이 대학을 다니는 한국인 커플이 앉았는데 둘이 한국어로 나누는 대화때문에 완전 한국에 있는 느낌이었다. 아, 중간중간 스케이트보드 타는 간지나는 애들이 지나가기도 했다. 흐흐 여튼 나는 단품을 주문했고 동행했던 사람들은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양이 엄-청 많았다. 스테이크는 처음에 맛있었지만 나중에 갈수록 질겨져서 턱이 빠질것같았다. 반 조금 안되게 남기고 쓰레기통에 직행.


















다시 버스를 타고 산타모니카에 가기로 했다. 나도 마침 해질녘의 산타모니카를 볼 수 있을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먼저 항구 가까이 내려서 약-간 해질녘의 산타모니카 해변을 구경했다. 해변쪽으로 내려가서 항구로 걸어들어갔다. 아, 걸어 들어가는데 왼쪽엔 우리의 그림자가, 오른쪽엔 눈부신 사람들의 그림자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걸으며 사진을 찍다가 영상을 찍다가 일행들과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하고 그때의 그 황홀감이 아직도 남아있다. 
























항구에 올라가 끝까지 걸어갔다. 대낮의 눈부심과는 다른 눈부심이었다. 아래쪽에 낚시하는 사람도 많고 항구 끄트머리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서 왠지 항구가 무너질것같은 불길한 생각까지 들었다. 다양한 길거리 예술가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우리는 이어서 해변으로 내려갔다. 캬 해질녘의 산타모니카는 환상적이었다. 해가 다 졌지만 나름 여행지에서 점프샷을 찍어온것같은 J오빠가 점프샷 촬영을 부탁했다. 재미있게 찍고 그 노을을 감상하며 쇼핑하러 3rd로 올라왔다. 

















나는 딱히 쇼핑할게 없어서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보기로 하고 해가 진 산타모니카 3rd를 걸었다. 봐뒀던 매장에서도 마음에 드는게 없었는지 다들 그냥 슉슉 매장을 훑어보고 나왔다. 나도 뭐 한 네번 왔나? 슬슬 어디에 뭐가 있는지 외워버릴것같은 지경에 이르러서 구경은 커녕 오히려 밖에서 연주하고 노는 사람들 구경을 더 많이 한 것같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는 길에 랄프마켓에 들러 저녁장을 보기로 했다.










원래 항상 가던 랄프 마켓 말고 윌셔/노르망디 역 근처에 있는 큰 랄프마켓으로 향했다. 오늘 저녁은 스테이크와 양주가 메인! J오빠가 요리를 잘한다고 하길래 다 맡겼다. 내가 고른건 블루문 맥주랑 조리가 간편한 맥앤치즈와 라자냐정도? 음료수와 과자도 샀다. 술은 예거랑 몬스터 2캔이랑 블루문! 약 62불정도 나왔고 우리 셋은 그걸 들고 열심히 게스트하우스까지 걸어갔다. 


이렇게 열심히 돌아다닌건 미국 와서 처음인듯? 돌아오자마자 온몸이 노곤노곤하니, 왜 여행자들이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지쳐서 밤에 왜 골아떨어지는지 그 이유를 알겠더라. 한국에서 느꼈던 여행의 피곤함같은게 느껴져서 뿌듯했다. 하하 이런게 여행이고만! 새로운 사람들도 사귀게 되고! 대충 손발만 씻고 요리를 도와줬다. 근데 내가 뭐 도와준거라곤 스테이크 구워지는 시간 맞춰서 타이머 맞춰준것뿐? 그렇게 맛있는 저녁식사가 완성되었다.







 




왜 J오빠가 요리를 잘한다고 말하는지 제대로 느꼈음! 미디움레어...스러운 스테이크가 눈앞에 두접시나 있었고 예거에 몬스터에 맛있는 블루문에 닥터페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맥앤치즈와 라자냐! 달달한 과자까지! 나랑 J오빠랑 H랑 매니저님까지 셋이서 먹다가 오늘 새로 온 여자분이 계신다고 해서 그분까지 합석했다. 완전 발랄한 언니여서 이야기 하는걸 듣고만 있어도 기분이 신났다. 요 근래에 막 끝낸 TV프로그램의 PD로 끝내자마자 휴가를 왔다고 했다. 이런저런 여행일정과 앞으로 뭐 할지 이야기를 나누다가보니 와! 나랑 뉴욕 여행하는 일정이 거의 비슷했다. 나보다 하루 늦게 와서 내가 한국 가는 날짜랑 비슷하게 한국으로 돌아오더라. 완전 신기했음!!! 그래서 뉴욕에서 이틀정도 같이 다니기로 했다. 핸드폰으로 음식사진과 분위기를 남기려 두어장 찍은 뒤 아무런 사진이 남아있지 않다.







다들 자러 올라가고 남은 술은 나와 J오빠가 다 해치웠다. 아, 역시 비싼 술을 마셔서 그런지, 아니면 그냥 좋은 사람들과 기분좋게 마셔서 그런지 취하지도 않고 숙취도 없었다. LA에 3주동안이나 있으면서 죽기전에 한번은 꼭 가야한다는 그랜드캐년에도 안가고 남들 다 가는 샌프란시스코나 샌디에고도 안가고 (샌디에고 간다고 거짓말 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잡았지만) 다들 도대체 뭐했냐고; 하던데 그 순간엔 내가 손해보는 느낌인가, 했는데 그래도 일상적인걸 느낄 수 있어서 좋았으니깐, 그래도 며칠 안남으니깐 한국 가는게 조금 아쉽긴 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던 새벽.





TAP Card 잔액 부족으로 3번정도 1.5불을 내고 버스를 탐. 4.5$

랄프마켓 장본거 뿜빠이 (62$/3 = 20$)


총 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