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사진

필리핀 둘째날 / 피나투보 화산

김온더테이블 2012. 1. 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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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가장 중요했던 완공식 일정을 마치고 5월에 있을 설레는 휴가 답사 겸, 관광을 시작하는 날. 
새벽 5시까지 나오라던 가이드 말에 4시 반에 눈이 반쯤 감긴채 씻고 나갈준비를 했다. 역시나 날씨는 쨍쨍 굉장히 좋았다. 아침식사를 못하고 비몽사몽으로 차를 타고 가던 도중 가이드가 준 졸리비 햄버거와 콜라, 맛있었던 기억이 덜덜덜. 거의 1시간을 달려 피나투보 화산지대에 도착했다. 

피나투보 화산은 1991년에 6월에 터진 화산으로 600년동안 잠잠해 있다가 터졌다고 한다. 그만큼 20세기 화산폭발 사건중 두번째로 큰 폭발로 기록되어있다는것. 이 폭발로 900여명 사망, 25만명 대피, 화산재는 지상 30km까지 솓았고 이 화산 활동으로 지구의 기온이 0.5도 내려가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말로만 들어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화산.

이 피나투보 화산 트래킹을 위해 다시 화산지대 아래 마을에서 1시간가량 작은 지프니를 타고 이동한다. 화산재가 심하게 날리기 때문에 꼭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지프니를 타고 가는 길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용암이 흘러서 녹아버린 땅 위를 달리며 양 옆으로 날카롭게 솟은 산들, 파란 하늘, 냇가, 그리고 자유로이 지내는 몇몇 사람들과 동물들. 앞으로 펼쳐질 "지옥"을 인지하지 못한 채 마냥 신나서 사진을 찍었었지.





드디어 지프니에서 내린 후 트래킹을 시작했다.
같이 트래킹을 하며 우리를 가이드해 줄 아이따족 원주민중 한명이 함께 했다. 원래 이곳에 터를 잡고 살던 원주민들중에 한명으로 화산이 폭발하면서 잠시 대피해있다가 이 트래킹 관광사업을 시작할때쯤 다시 터를 잡고 지금은 관광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아이따족 사람들. 가이드분이 이 원주민을 "뚜야"라고 부르길래 이름이냐고 물어봤더니 남자 사람, 남자를 부를 때 "뚜야"라 한다고 했다. 아이따족 원주민 뚜야는 쪼리를 신고도 환상적인 속도로 트래킹을 했다. 


일반 산처럼 가파른 길은 없었지만 뙤약볕 아래서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으려니 지치기만 했다. 그리고 땅이 단단하지 않고 모래로만 이루어져 있어 발이 푹푹 빠지니 그만큼 걷는데 두배의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중간중간 개울들이 너-무 많아서 깊은 물가에선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것도 뚜야의 손을 잡고 건넜고 나머지들은 돌로 만들어진 징검다리로 건넜다. 난 결국 내려오면서 징검다리에서 헛디뎌 신발까지 적시고 말았지만,


중간에 가이드분이 준비해오신 필리핀 대표 간식을 먹었다. (사진순서대로)
말린 망고! 7D 상표가 적힌 말린 망고가 맛있다며, 한국 갈 때 꼭 사가라고 했다.
엔사이마다라고 불리는 필리핀의 대표 빵! 모닝빵 위에 연유를 바르고 그 위에 체다치즈 슬라이스한걸 솔솔 뿌린듯, 짭쪼롬하면서 달달하다!
우리나라에서 붕아빵 팔듯 길거리에서 팔고있는 필리핀의 에그타르트
그리고 사진엔 없지만 달달한 망고쥬스까지!







거의 정상에 다다르기 전, 우리를 매우 경쟁적으로 만들었던 저 표지판!
내 아이폰 스톱워치 스타트를 누르자마자 미친듯이 올라갔다. 10분 돌파! 15분 돌파! 거의 16분대를 찍었는데, 와 내가볼땐 평소대로 올라가면 20분 안에도 못올라갈것같은데 아이따족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표지판같다. 흑흑 여튼 정상에 올라가자마자 마치 꿈속으로 들어가듯? 뭔가에 이끌리듯 발이 움직였다. 


바로 피나투보 화산의 칼데라!
색깔이 정말 아름다웠다.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다는게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인듯. 에메랄드 색깔 충만한 칼데라의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너도나도 기념사진을 찍고 칭찬하기에 바빴다. 아래를 쳐다보니 오! 사람들이 계단을 통해 내려가있었다. 칼데라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 미친듯이 다시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 피나투보 화산 칼데라의 모습을 아이폰 Pano 어플로 촬영한것. 클릭!







우리도 배를 안탈 수 없지!
에메랄드 색깔의 칼데라호를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향했다. 배가 흔들흔들, 아무리 구명조끼를 입었다만 내 몸보다 비싼 카메라와 아이폰과 각종 전자 기기들이 어으! 무서웠지만 꾹 참고 눈을 떠서 주변을 열심히 구경했다. 건너편 육지로 향하니 몇몇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영국인들 같았는데 수영복 차림으로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흐 수영이 가능한 지역인데 그걸 몰라서 아무것도 못가져오다니! 

그래도 궁금해서 손으로 물을 만져봤는데, 허! 물이 엄-청 뜨겁다! 모래를 조금만 파서 그 안에 발을 집어넣었던 사람들 모두 몇초도 버티지 못해 뜨겁다고 난리를 피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온천이 따로 없었다. 진짜 신기했음! 몸좀 담궜으면 좋았을텐데!







배를 타고 다시 돌아와 조금 쉰 다음에 하산하기로 하고 열심히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날씨가 꾸물꾸물해서 걱정을 했지만 지프니를 탈때쯤엔 괜찮아졌다. 너무너무 피곤해서 미친듯이 흔들리는 지프니에서 모두들 골아떨어졌다. 피나투보 근처 마을에 도착. 내 머리카락은 사포처럼 빳빳했고 신발엔 흑이 잔뜩, 화산재 가득한 개울에 적셔진 내 청바지는 접혀진대로 멋드러진 화산재 워싱이 되어있었고, 가방안에 시계줄에 옷에 가디건에 아주 화산재가 가득했다. 대충 화장실에서 빗으로 머리를 빗고 세수를 하고 손을 씼었다. 하하

그리고 음식을 먹었는데, 오오오 열심히 트래킹 한 후라서 그런지 밥이 너무 맛있었다! 먹고 먹고 또먹었다!







밥을 다 먹고 다시 봉고차를 타고 호텔에 도착, 엄청 빡빡빡 씻고 다시 나갈준비를 했다.
마지막날 저녁이라서 마닐라 베이 근처 음식점에 가기로 했기 때문에! 얼마전 마닐라베이에 엄청 큰 태풍이 불어서 건물 3층까지 물이 찼다고 하던데, 지금은 한창 복구중이라 그런지 몇몇곳은 어두컴컴했다. 우리가 찾아간곳은 Fish Dish라는 시푸드 전문 음식점. 신기한게 음식점 바로 앞에 꼭 하나씩 공연무대가 있다. 우리가 밥을 먹기 시작할때도 몸좋은 남자 2, 섹시한 여자 2명이 나와서 가장 핫한 최신 팝들을 불렀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씨푸드 음식점이었는데, 이 음식점들 정 가운데에 해산물을 판매하는 장터가 있어서 가게들이 이곳에서 바로 구입해서 손님들에게 재료를 확인시켜주고 그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아 특히 이러한 레스토랑 서버들이 조금 특이한데 분명히 남자의 체격이지만 여자처럼 귀걸이를 하고 아이라인을 그리고 립스틱을 바르고 치마를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아마! 필리핀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이 평범한 직장에 취직하기 힘든 상황인데 레스토랑에선 이들이 여자처럼 섬세하고 꼼꼼한데 반해 남자처럼 힘이 세서 무거운 짐을 들거나 해산물을 잡거나 하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하여 매우매우 중요하고 취업도 잘 된다고 한다. 








음식을 다 먹고 계산을 하고 소화도 시킬겸 주변을 둘러봤다. 사람들이 매우 많이 모여있었는데 지..지드래곤 가면을 쓴 사람들이 재미있는 춤을 추고 있었다. 다른 외모를 가진 우리들쪽으로 오더니 재미있게 춤을 춘 뒤 돈을 요구한다. 웃으면서 몇 페소를 냈는데 건너편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많은 페소를 냈는지 우리쪽으로 와서 더 달라고 야유를 부리고 주머니를 탈탈 터는 시늉을 했다. 그렇게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핀이 완전 다 나가버려서 한장도 건질 수 없...
호텔로 돌아오고 씻고 나니 드디어 필리핀에서의 마지막 밤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