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온 지 딱 일주일 되는 날이다. 묘한 기분을 가진 채 밤에 일기 쓰고 12시 50분 즈음 누워서 음악 듣다가 잤는데 거의 12시간을 자버렸다. 음 날씨도 좋은데 다저스 스타디움 다녀올까? 해서 가는 방법 찾아보고 바로 집을 나섰다. 




 

 






날씨가 겁나게 무지하게 존나 좋았다. 습기 하나 없이 뽀송뽀송한 날씨, 햇빛은 강하지만 뜨겁지 않고, 시원한 바람이 아주 잘 불어주는 상쾌한 날씨였다. 뭔가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퍼싱스퀘어 역에 내렸다. 돌아올 때 TAP Card에 돈이 없을 걸 예상해서 교통카드 충전했다. 10불 충전하려고 돈을 계속 넣었는데 안 들어가서 옆 사람에게 똑같은 10불을 교환하자고 했는데 그 사람도 돈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20불을 충전했다. 한 달 내내 아주 꾸준히 교통카드를 써야겠다. 













퍼싱스퀘어 역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조금 달리니 LA 다저스 스타디움 (Los Angeles Dodgers Stadium)에 도착했다. 다저스 스타디움까지 들어가는 버스는 경기시즌에만 있고 우리는 일반 버스를 타고 도로변에 내려서 20분 정도 걸어 올라갔다. 주변에 야구선수들 사진이 붙어있었고 다저스 스타디움으로 걸어가는 길은 뭔가 더러운 베버리 힐즈의 느낌이었다. 부자들이 살 것 같은 집이 잔뜩 있었는데 그게 다 다닥다닥 붙어있었다는 점. 그렇게 그 언덕길을 오르고 나니 앞에 다저스 스타디움이라고 파란색 길쭉한 간판이 두 개 붙어있었다.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들어가는 곳으로 걸어 올라갔다. 













차들이 잠깐 멈추는 곳까지 올라갔더니 시큐리티 할아버지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이냐고 묻길래 관광을 한다고 했더니 관광할 수 없다며 우리에게 계속해서 Drive License를 요구했다. B는 한국 주민등록증을 냈고 나는 여권을 냈다. 우리의 First Name과 Last Name을 물어보고 타닥타닥 컴퓨터로 뭘 입력하더니 라벨지에 오늘의 날짜와 우리의 이름과 V (왠지 visitor)가 적혀진 스티커를 잘 보이는 곳에 붙이라고 했다. Gift Shop에 간다고 했더니 엄청 자세히 위치까지 알려줬다. 꼭대기에 있어서 꽤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블루라인을 따라 올라가라고 하길래 그걸 따라 올라가다 보니 어느 순간 블루라인이 사라졌다. 음 여기 같기도 하고 좀 더 올라가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 후기에서 많이 본 숫자들이 보이길래 그곳으로 올라갔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 기프트샵의 제품들이 보이고 우리는 환호했다! 진짜 관광객이 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일주일 머물면서 이렇게 설레는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둘 다 신이 나서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기프트샵에 들어가서 또 놀랐다.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았기 때문!



















나는 야구의 '야'자도 모르지만, 류현진의 등번호는 안다고 흐흐흐. 바로 99 RYU를 찾았는데 가격이 225불이었다. 내 눈을 의심하고 이건 기념품의 개념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기본티를 사려고 했는데 사이즈가 너무 커! 모자는 꼭 사기 위해 이것저것 써봤다. 7사이즈 또는 7과 1/8 사이즈에서 고민하다가 딱 맞는게 낫겠다 싶어서 7사이즈를 샀다. 36불이었다. 


키즈쪽으로 넘어갔더니 아디다스와 콜라보한 파란색 저지가 있었는데 입어보니 딱 내 사이즈였다. 가격도 45불밖에 안 했다. 살까 하다가 그냥 모자 하나로 만족! 그 안에서 꽤 오래 돌아다녔다. 모자를 샀더니 예쁜 비닐백에 모자를 담아주었다. 



























그리고 기프트 샵 옆에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려있길래, 들어가볼까? 해서 그냥 들어갔다! 

넓은 경기장이 한눈에 펼쳐졌다. 예의상 파노라마 사진 하나 찍어주고! 카메라와 핸드폰으로 이곳저곳 풍경을 담았다. 아침에 엄마가 얼굴 까먹겠다고 카톡으로 푸념하셔서 잘 찍지도 않는 셀카를 찍어서 카톡으로 보냈다. 막 들어온 거라 조마조마 하고 있었는데 기프트샵에 있던 시큐리티 아저씨가 뭔갈 먹으면서 구장 안으로 들어왔다. 우릴 보고도 아무 말도 안 하는걸 보니 여긴 들어와도 되는 곳이구나 했다. 


그래도 좌석까지 내려가는 건 조금 그래서 좌석엔 내려가지 않고 위에서 구장 구경만 했다. 구장에는 3명 정도가 물을 뿌리고 잔디랑 흙을 관리하고 있었다. 셀카도 찍고 기념사진도 찍고 신나게 구경하고 나가려고 하는데 일본인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렇게 다저스 스타디움과 안녕! 하고 열심히 집 근처 역까지 돌아왔다. 시간은 겨우 오후 4시 30분. 집에는 J의 남자친구가 시험공부 한다고 했던 것 같아 우리끼리 밥이라도 먹고 들어가야겠단 생각에 치폴레(Chipotle) 에 도전하기로 했다. 주문하는 게 조금 신기하다고 해서 오죽하면 네이버에서 치폴레 주문하는 방법을 검색했더니 어떤 분이 아주 자세하게 올려줬다. 그걸 보고 조금 안심했다.
















매장에 들어가서 메뉴를 한번 훑고 줄을 섰다. 줄이 아무리 길어도 금방 줄어드니깐 좋다. 드디어 내 차례! 처음에 here to go를 먼저 물어본다. 그리고서 하나씩 선택하면 되는데 나는 보울 -> 화이트 라이스-> 살사 -> 치즈 -> 콘 까지는 좋았는데 블랙빈이 안보였다. 알고 보니 밥을 고를 때 블랙빈까지 얘기해야 했던 것. 


SODA까지 추가로 주문했고 계산하니 9불 정도 나왔다. 음료는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 우리는 레모네이드를 담고 수저와 포크와 냅킨을 챙겨 창가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먹기 전에 사진 찍고 쓱쓱 비벼서 사진 찍고 한 입 넣으니깐 아주 맛있었다. 아 블랙빈이 들어갔으면 진짜 맛있었을 텐데! 하며 그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니깐 배가 불렀다. 살사가 너무 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먹을 땐 블랙빈을 꼭 넣고 살사는 조금만, 사워크림도 조금 넣어서 그리고 콘은 많이 넣고 스테이크는 반드시! 해서 다시 먹어보고 싶다. 


쌀을 먹으니깐 역시 좋구나.












 


배를 채우고 추워서 벌벌 떨며 시간 때울 곳 없나 찾아보다가 스테이플스(Staples)에 갔다. 

내가 생각하는 독특하고 귀여운 제품들이 있을까 했는데 여기는 무조건 대량판매를 하는 곳이라 샤프를 20개씩 묶어서 팔았다. 그래도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다. 문구점인데 카메라도 팔고 프린터랑 잉크랑 노트북도 팔더라. 나는 To-Do 리스트와 스티커와 노트를 샀다. 펜도 사고 싶었는데 자제 또 자제. 집에 도착하자마자 J의 남자친구도 도착했다. 같이 밥 먹자고 했는데 우리는 이미 밥 먹은 상태라 그는 전화로 같이 밥 먹을 친구들을 모으고 있었다. 나는 짐 정리하고 영수증을 꺼내서 사진을 찍고 노트북에 사진을 정리했다.









 




FOX에서 내 눈으로 Bones를 시청했다. 크크 신기해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심슨을 보고 지금은 뭐냐 저거 Almost Human을 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칼 어번이 나오는 드라마인데 요즘 미국에서 엄청나게 밀어주는 드라마인듯. 예고편을 하도 많이 봐서 대사를 외워버릴 것 같다. 비스코티를 먹고 와인을 한잔 마시고 커피를 한잔 마셨다. B와 쇼파에 앉아서 내일 뭐할지, 모레는 뭐할지 두근거리는 일정을 짰다. 오늘은 반드시 하나라도 제대로 된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하나도 못할 것 같다. 내일은 부디 일찍 일어날 수 있기를!







TAP CARD 20$

Dogers Stadium 모자 35.32$

CHIPOTLE 9.05$

STAPLES 7.05$


총 71.42$

11월 11일부터 11월 18일까지 쓴 돈 67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