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시 반 넘어서야 J의 남자친구가 씻으라는 말에 침대에서 나와서 씻고 옷을 입었다. 어제저녁에 큰 캐리어에 4명의 짐을 미리 싸놨었다. J가 퇴근하고 오면서 점심으로 돼지고기 볶음, 소갈비, 해물 떡볶이를 포장해와서 밥을 먹었다. 남은 것들은 역시 나중을 위해서 깔끔하게 냉장고에 넣어놓았다. 


아마 집에서 나온 시간이 오후 4시 정도. 라스베가스로 가기 전에 그곳에서 마실 술과 먹을 과자 등을 사기 위해 장을 보러 한남 체인이라는 큰 한인마트로 갔다. 한국인 엄청나게 많음!! 그냥 한국 하나로마트 같은 느낌이었다. 위스키랑 양주랑 과자랑 음료를 사서 트렁크에 싣고 정말로 라스베가스로 출발!










 

 




2000년도에 들을법한 이상하고 구린 음악들을 잔뜩 들으면서 가다 보니 노을이 아주 멋지게 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고속도로에서 볼거라곤 환상적인 노을과 표지판과 몇 개의 가로등이었다. 저녁 6시도 안됐는데 주변은 매우 어두웠다. 한국의 겨울도 이 정도로 해가 짧지는 않은데, 매번 놀라는 미국의 어둠이다. 두 번 정도 휴게소에 들렀다. 첫 번째에선 기름 넣으면서 커피 사고 로또 사느라, 두 번째는 화장실 때문에. 우와 입김이 날 정도로 바깥 날씨는 추웠다. 

















약 5시간 뒤 밝은 조명들 때문에 눈이 부셔 라스베가스에 도착했다는걸 알게 되었다. 우리가 잡은 호텔은 메인 스트리트에 있는 게 아니라 조금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스트라토스피어 카지노, 호텔 & 타워 (Stratosphere Casino, Hotel & Tower) 라는 곳으로,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 멀리서도 아주 잘 보인다는 장점...만 있다. 저녁 9시를 훌쩍 넘어 도착한 우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들어갔다. 짐 정리하고 저녁을 먹겠다고 나갔다. 


근데 저녁은 커녕, J의 남자친구는 게임을 해서 돈 벌어오겠다며 우리를 버리고 게임을 시작했다. 결국, 돈을 잃었는지 어쨌는지 금세 돌아오더니만 저녁 먹으러 호텔 1층에 있는 McCall's Heartland Grill에 들어갔다. 거기서 스테이크 2개랑 수프랑 샐러드 먹었는데 식전 빵이 가장 맛있었다는 게 함정. 







 


그리고 겸사겸사 2층에 있는 기념품 매장에서 기념품들을 둘러봤다. 예쁜 병따개가 왜 이렇게 많은지! 떠나는 길에 사기로 했다.


















우리는 이 호텔의 장점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야경을 보러 전망대에 갔다. VIP 스위트룸을 잡아서 전망대에 올라가는 건 무료였다.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높은 호텔로 몇 층까지 있는진 모르겠지만 나가서 전망을 볼 수 있는 층수는 109층이었다.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기 전에 블루스크린 배경 앞에 서서 포즈 세 가지를 취한 뒤 사진을 찍었다. 아마 기념사진인가보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09층까지 올라갔다. 


바깥에 나가는 순간 시원한 공기와 바깥 야경이 아주 끝내줬다. 정-말 높은 곳에 있는 게 느껴졌다. 전망대 양옆으로는 반짝거리는 이상한 모양의 뭔가가 있었는데 놀이기구라고 한다. 그, 뭐지 합성일 것만 같았던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놀이기구가 바로 여기 있었다! 109층 난간에서 버티는 놀이기구들도 있었고, 그 위를 뱅글뱅글 도는 놀이기구도 있었다. 너무 늦은 밤이라 운행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전망대에 기대서 기념사진을 찍고 가족에게 보낼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다시 카지노로 내려와서 머신이나 돌릴까 해서 돌아다녀 보니 위에 1센트라고 적혀있으면 1센트 단위로 배팅이 가능한 게임이라고 한다. 1불 넣고 1센트씩 배팅하는 게임만 몇 개를 했다. 그마저도 7불이나 잃고 있다가 나중에 운이 좋아서 한 번에 본전을 찾을 수 있었다. 냉큼 영수증으로 받아서 지갑에 넣어두었다. 


게임을 하다 보니 허리도 아프고 졸리기도 하고 해서 새벽 1시에 먼저 호텔로 올라왔다. 여유 있게 씻다가 3시쯤 잤는데 잠깐 자다 깨보니 옆에 B가 있었다. 그리고 새벽 6시 즈음 J와 J의 남자친구가 들어왔다. J의 남자친구는 돈을 많이 잃었는지 J에게 돈 좀 빌려달라고 사정하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듣다가 나는 다시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