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4 (sat)


 


한국 오고 첫 약속. 쪽팔리게도 시차 적응 못 하고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밥 먹는 나를 위해 안양에서 만났다.

칼국수에 왕만두가 먹고 싶어서 백화점 식당에서 주문하고 앉아보니 출국 하루 전 동생이랑 밥 먹었던 곳이었더라

따끈한 국물에 왕만두 챙겨 먹고 안양 카페베네에서 수다 또 수다


사진첩의 사진들을 손가락으로 슥-슥 넘기면서 또 한 번 지난 한 달을 추억하고 이야기했다.

집에 오자마자 빨래를 했지만, 아직도 옷이나 몸 어딘가에 미국에서 지냈던 냄새들이 배어 나와서 신기했다.

자꾸 숨을 크게 들이마시게 되더라



 



미국 가서 다음 날 처음으로 샀던 탑샵 신발을 한국 와서 처음으로 개시했다.

하, 나는 겨울이 너무너무 좋다. 아무리 추워도 숨 크게 들이쉬고 내뱉을 때의 그 시원함과 아린듯한 기분이 정말 좋다.

역에서 내리면 집까지 걸어가는 길이 너무 짧아서 아쉬운 겨울.







12/15 (sun)




어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착한 어린이가 돼버렸다! 아빠가 툭 하고 던져준 어제 로또를 맞춰봤는데 와 번호 4개 맞았더라!

그, 뭐지 4개면 꽤 많이 맞은 줄 알고 엄청나게 들떴는데 아빠한테 물어보니 4개 맞으면 5만 원이라는 말에 급실망

아빠는 번호 하나만 더 맞았으면 어우 아으 아오 아까워! 아까워! 아까워! 라고 자기 자신을 비난했다...



근데 아주 약간 빗나갔어. 아쉬워라



/

오늘은 온종일 블로그에 올릴 사진들과 글들을 정리했다. 몇 시간이면 다 되겠지, 했는데 종일 이것만 붙잡고 있었다.

글을 단정하고 깔끔하게 쓰고 싶다. 생각을 정리하는 데 글 쓰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무의식적으로 손 가는 대로 생각이 흐르는 대로 글을 적은 뒤, 그걸 다시 곱씹고 고쳐보고 읽어보는 그 과정이 흥미롭다.

근데 나는 맞춤법부터 배워야겠다.






12/16 (mon)


 


어김없이 치과 가는 날

오전 10시에 예약해서 일부러 아침 일찍 나가 또 겨울 공기 잔뜩 마셨다.

미국 다녀오고 나서는 주변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물론 그 타지에서 혼자 돌아다니면서 눈치도 보고 이리저리 잘 살피고 다녀야 하는

긴장감을 갖고 살다가 한국에 오니깐 긴장감은 사라지고 주변을 넓게 보고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겨우 한 달이라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익숙한 것들이 새롭게 느껴지는 상황들이 재미있다. 



아 그리고 기다리는 여유가 생긴 것. 모든 것이 느려졌다. 느리게 걷고, 천천히 생각하고, 침착하게 행동에 옮긴다.

건널목에서 뛰지 않기! 라는 나만의 약속 같은 것도 정했다. 근데 언제 깨질지 모르겠다...하



 



미국에서 가져온 영수증과 각종 소스를 지퍼백에 담았다. 

영수증은 내가 뭘 살 때마다 무조건 모았는데 너무 많아서 날짜별로 정리하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고 차곡차곡 쌓는 것도 포기.

소스는 귀여워서 가져왔다. 음식점 가서,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숍 가서 한 움큼씩 꼭 챙겨왔다.



 



뉴욕에서 산 자유의 여신상 기념품. 나 엔간하면 기념품 잘 안 사는데 뉴욕은 꼭 다시 가고 싶어서 책상 위에 올려놓으려고 샀다.

오른쪽에 있는 건 할리우드 뱃지랑 할리우드 병따개, 병따개는 6개나 샀다. 기념품으로 병따개만 한 건 없다고 생각함. 하나에 5.99불씩이나 한다. LA라고 적힌 건 마그넷인데 너-무 예쁘다. 예뻐서 그냥 사와 버림!










12/17 (tue)


 


끄악 눈이 많이 와있었음! 미국에서 돌아올 때 J의 남자친구가 준 버리기 직전의 캐리어를 끌고 왔는데 

캐리어 버리려면 동사무소에서 딱지 사서 붙여서 버려야 한다며? 나 참 그 위에 한참 앉아서 잘 만들어서 벤치로 쓸까 생각했다.





어, 아 동생이 갑자기 첸, 타오, 카이, 크리스 중에 고르라길래 뭔데 뭐야 하고 첸 했는데 저런 걸 갖고 왔다.

"첸 등신대야" 라길래 "뭐?" "등신대" "?" 저렇게 세워놓는 걸 등신대라고 한다며? 난 신조어인 줄 알았음.

네이처리퍼블릭에서 1만 원 이상 사면 EXO 등신대를 준다고 해서 날 위해 (?) 첸으로 가지고 온 동생. 


책상 한 쪽에 세워놨는데 아련하다.









12/18 (wed)


 

 

 


온종일 입 아플 모임! 지혜는 연말에 약속이 가득해서 함께하지 못했고 결국 세 명만 모였다.

아 어디 예쁜 곳을 알아둬서 이태원에서 만나 안도 (ANDO) 라는 카페로 향했다. 해크니는 좁고 사람 많을 것 같아!


얼마나 사건 사고가 잦은지 모이면 이야기가 끊기지 않는다. 

근데 이번 이야기는 정말 어으 짱이었음. 드라마로 찍으면 반드시 성공할 이야기!


파스타 1, 피자 1, 샐러드 1 주문하고 열심히 수다 떨다 보니 음식이 나왔다. 하 근데 맛이 없었어. 파스타가 가장 맛있었다.

고르곤졸라 피자는 정말 별로였다. 연어 샐러드는 생각보다 맛있었음. 

술집에서 나오는 연어 샐러드 같은 거 생각했는데 연어살 통째로 구워져서 나옴!












야외 테이블에서 점심 겸 저녁을 해결하고 카페 안으로 들어와 커피를 주문했다.

정말 달달한 게 땡겨서 카라멜 마끼아또를 주문했다. 카페 분위기는 좋았다. 사진을 찍고 또 찍었는데 건진 게 없다. 원래 성북동에 있는 카페였는데 이태원으로 확장하면서 옮겼다고, 민영이는 주말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평일에 월차 내서 꼭 와보고 싶었던 카페라고 했다. 


우린 또 할 말이 뭐 그리 많았던지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뭐, 회사 이야기, 정직원과 계약직 이야기, 벌어 먹고살 이야기, 다음 직장에 관한 이야기가 전부였고 저번처럼 음담패설은 오가지 않았다. 역시 분위기에 따라 대화 주제가 달라진다니깐 후후후후 또 술이 들어가냐 안들어가냐의 차이인 것 같기도. 아 중간에 세영이랑 미희랑 전화통화도 했다. 다들 막 신나서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수다 떨면서 통화했다. 어휴 수화기 너머 사람들과도 할 이야기가 쌓여있는데 언제 보려나. 


그렇게 오후 3시에 만나서 저녁 7시 반까지 먹고 마시고 했다. 1인당 딱 2만 2천 원씩 냈다. 






예지랑 지하철 타고 집에 가는 길에 또 수다 또 수다 또 이야기. 금세 금정역에 도착해버린다. 크크







12/19 (thu)



 



간밤에 눈이 많이 내렸다. 아침 일찍 가족 모두 나가고 혼자 눈 구경하면서 밖에서 커피 마시고 싶었는 데 내가 나가자마자 아랫집 아줌마도 나오시더니 눈 청소를 한다. 하는 김에 우리 집 올라오는 계단도 해주시지 꼴랑 계단 3개만 치워주셨네. 흑흑







온종일 뭐했지? 아, 데스크탑 블루스크린 뜬 뒤로 급하게 포맷하려고 백업했다. 그러면서 집에 있는 외장 하드 정리도 했다.

포트폴리오용 외장하드, 영화만 들어있는 외장하드, 사진만 들어있는 외장하드, 맥북과 호환 가능한 외장하드, 아직 텅 비어있는 외장하드 총 5개!

아 그리고 C드라이브 말고 파티션 나눠놓은 E랑 F드라이브도 싹 정리했다. 진짜 케케묵은 파일들이 왜 이렇게 많던지 싹 다 지웠다.










12/20 (fri)




새벽 3시에 잠에서 깼다. 배가 너무 아프고 속이 안 좋아서 화장실에 갔는데 토를 해버렸다. 결국, 엄마를 깨웠고 거실에서 앉아있다가 화장실 갔다가 앉아있다가를 반복했다. 아빠가 깼고 응급실에 가자고 했는데 내가 절대로! 안 간다고! 예전에도 이런 위경련 증상이 있어서 쟁여뒀던 약을 먹었더니 좀 나아지더라.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가슴이 쓰라리고 아프고 어흐! 그렇게 2시간 내내 앓다가 약 먹고 지쳐서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오전 10시, 땀 뻘뻘 흘리면서 자고 일어났더니 이번엔 장염까지 겹쳤다.


졸지에 죽만 먹었다. 1년에 한 번 감기에 걸릴까 말까 한 큰딸이 새벽에 핏기없는 얼굴을 하고 토를 하니 엄마랑 아빠가 얼마나 놀랐을까

아빠는 1시간에 한 번씩 카카오톡으로 내가 살아있는지(...)를 확인했다. 엄마는 툭하면 괜찮냐고 약 더 먹겠냐고 물어보고 허허







12/21 (sat)



흐흐 약속 있어서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시간이 많이 남길래 잠깐 쪽잠을 잤다. 그런데 뭐가 또 잘못됐는지 속이 너무 아파서 

결국 약속시각에 맞춰 병원에 가야 했다. 일주일을 기다려온 약속인데, 정말 미안해서 전화로 계속 미안하단 말 밖에 못했다.

병원 갔더니 위경련과 장염이 겹쳤단다(?) 하하하하핳 








그렇게 집으로 와서 좀 쉬다가 드디어 덱스터 마지막 시즌을 몰아서 봤다. 하 역시 통찰의 시간이 필요한 덱스터

마지막에 덱스터가 눈을 번쩍 뜰 때 진짜 소름 끼쳤다. 연쇄살인마로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여건을 만든 덱스터 허허

그게 그니깐 사람이 쉽게 변하는 게 아니다 진짜, 엔간한 큰 사건 사고 아닌 이상 습관이나 사고는 변하지 않는다.


사진은 덱스터의 연인들...인데 맨 오른쪽은 아니잖아?

그나저나 덱스터 오른쪽에 있는 한나 맥케이 역할의 이본 스트라호브스키 (Yvonne Strahovski) 너무 예쁜듯. 호주 출신 배우.








12/22 (sun)



한 달 하고도 몆 주 만에 강희를 만났다. 강희 아버님이 프린트를 부탁하셔서 그거랑 강희에게 줄 미국 기념선물이랑 동생이 가져온 종합비타민이랑 해서 강희에게 건네주었다. 강희 아버님이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 주셨다. 흐흐 사당 가는 버스 타고 삼성역까지 지하철 타고 코엑스 도착!



 

 

 

 


좋은 기회에 표가 생겨서(!) 가게 된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2013,  마지막 날 가서 그런지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오전 11시 30분 즈음에 입장했다. 으, 사람 많아서 정신없어! 일반 기업부스보다 신진디자이너들 부스가 훨씬 활기차고 사람도 많았다. 차근차근 구경하기엔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게 함정. 익숙한 물건들이 많았다. 익숙한 브랜드들도 많았다. 왠지 아는 사람 한두 명 만날 줄 알았는데 한 명도 안 만났다 크크. 세세하게 구경하지도 않았는데 2시간 걸려서 전시를 봤다. 전시장이 미어터질 뻔한 것 빼곤 괜찮았다.






코엑스가 모두 공사 중이라 우리는 사당역으로 넘어와 코코이찌방야에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코코브루니에서 커피와 핫초코를 마셨다. 그러면서 강희가 회사에서 사진을 찍어오랬다며 향초 몇 개를 꺼냈다.

뭐지, 무슨 컨셉사진처럼 구도 잡아서 촬영해오라고 했는데 담당 업무도 아니었는데 시켰다고...흐아 







카페에서 찍기엔 한계가 많아서 결국 업무를 핑계로 해서 강희네 집에 갔다. 

원래 살던 곳에서 이사 간 지 1년 넘은 것 같은데 그동안 가야지 가야지 갈게 갈게 했다가 인제야 와보는구나. 

강희 방에서 여러 소품으로 열심히 해봤...지만 과연 이 사진을 쓸까, 의문이다. 워낙 그쪽 컨셉하고 맞지 않아서 걱정이네.

다음에 강희네 집 갈 때는 두루마리 휴지 큰 거 사가야겠다. 



 


강희네 집에서 나와 역으로 가서 동생을 만났다. 아 너무 좋은 겨울밤공기!!!

동생은 오늘 소개팅 하고 왔는데 뭐 느낌 괜찮다며 차도 있고 돈도 있어 보인다고, 근데 첫 만남에 잘 사는지 아닌지 어떻게 아는 거지? 가방이 뭐고 신발이 뭐고 지갑이 뭐고 이런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게 너무 짜증 나는 요즘이다. 사람 많은 곳에 가면 나뿐만 아니라 다들 개성 없는 모습에 재미가 없다. 미국에 있을 땐 긴장하며 다닌 것도 있지만, 사람들 하나하나가 개성 넘치고 특이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걸 확실하게 하는 사람들 덕분에 심심할 리가 없었는데, 여긴 넋 놓기 참 좋다. 으 헛소리 집어치우고 나부터 달라져야지. 

 

아, 동생이 라코스테 귀마개를 샀다. 케케 역시 귀마개는 베이지 색이지! 했는데 저렇게 짙은 회색도 예쁜 것 같다.

UGG 귀마개 뉴욕에서 40불이었는데, 한국 오니깐 15만 원? 쩝 사올걸







아 나는 사당역 유니클로에서 실내화를 사왔다. 내가 기내에서 신으려고 다이소에서 천원 주고 샀던 실내화를 아빠가 신고 있길래 헐

푹신한 걸로 하나 장만했다. 아 맞다 유니클로에서 실내화 고르고 있는데 어떤 아줌마가 '어머 그거 참 예쁘네요' 하시면서 말을 붙였는데

자기 아들 바지 바꾸러 왔다가 유니클로 마력에 빠져서 몇 시간째 구경 중인 한 아줌마였다. 나를 붙잡고 내 옆에서 유니클로 찬양을 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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