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p.16 인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간을 받들어주는 힘이다.

p.29 욕심 부리지 않는다면 도망칠 길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과 같은 생활을 앞으로도 유지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달라지지 못하는 것이다. 인생의 기본은 소박한 의식주의 확보로 충분하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은 죽지만 않으면 사는 것쯤은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p.86 우리가 필연처럼 안고 있는 한계를 인정했을 때 기대를 밑도는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이해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확대된다.

p.106 세상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든 솔직히 관심 없다. 어차피 인간은 타인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니까. 그런 부조리한 평가에 시달리지 않겠다고 작정하는 마음이야말로 성숙한 인격의 증명이다. 자기 속에 인간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식이 명확하게 확립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자는 무조건 넓은 집에 살아야 된다거나, 직함이 높아야만 성공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이해하는 사람은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평가받게 된다. 여기에는 이해도, 소통도 없다.

p.111 용모가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아픈 것도 아니며, 남편이 실업자도 아니다. 그런데도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에게 '특징'이란 게 없어서다.

p.113 다른 사람의 살아가는 방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이 나만의 방식 아래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는 나의 삶이 누구보다 올바르다는 신념과는 다르다. 

p.116 사람의 위치를 차별하는 관념에 순응해버리면 '높다'는 개념에 반대되는 '낮다'의 관념에도 굴복하게 된다. 

p.117 인맥이라는 것은 인맥을 이용하지 않았을 때 만들어지는 특성이 있다.

p.125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가장 큰 체력소모는 결점을 감추는 데 소비된다.

p.137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나도 그래야 한다는 걸 나는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지 않았다. 친구가 가지고 있는 게 너에겐 없을 수도 있지만, 친구들에겐 없는 것이 너한테만 주어진 것도 있단다, 라고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p.143 염려와 공포는 불필요한 것들을 소유함으로써 생겨난다.

p.145 "없는 것을 헤아리지 말고 있는 것(받은 것)을 헤아리라."

p.151 절망하고 원망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나서서 나의 상황을 개선해주리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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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밀 조밀 맞는 말만 하다가 갑자기 이 모든 삶과 생과 행복은 모두 신이 주신것이라고? 잘 읽다가 기 빠졌던 게 한 두번이 아니다. 그냥 '신' 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책장을 넘겼다.  




곧, 주말

시바사키 토모카


p.64 누군가가 목격하지 않았거나 알지 못했던 과거의 일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거나 마찬가질까, 아니면 아무도 모르더라도 그것이 틀림없이 존재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걸까,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 건, 비겁하고 겁 많은 성격 때문이다. 어쩌면 아무 말 없이 가운데 앉아 있는 케이는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이해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다. 하트룸의 기온을 확인하는 이유도, 어쩌면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이해를 했는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다. 이해했다고 말하더라도, 이해한 느낌을 공유한다 해도, 설사 서로 통했다는 감동이 밀려드는 순간이 있다 해도, 정말 그것이 같은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절대.

p.104 "그 '아뇨'라는 건 말버릇이야? 부정으로 시작하는 건 좋지 않아. 그래도, 하지만, 그런 말도 그래. 나쁜 기운을 끌어들이거든."

p.169 차가운 주먹밥을 먹으면 서글퍼지지만, 빵을 먹으면 원래 갖고 있던 슬픔이 배가되지는 않는다.

p.186 "흥미를 느끼면 구별할 수 있게 되는 법이잖아요." 아이돌 그룹 멤버의 얼굴과 이름을 하나하나 일치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그러게 이해하고 나는, 맞아요,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뒤돌아보니 언니는 미끄럼틀 위에 서서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춥다 춥다 하면서도 바람이 부는 곳만 골라 서 있다.

p.202 눈과 입과 코는 손대지 않아도 기능을 차단할 수 있는데, 귀만큼은 언제나 주위 소리를 듣고 있다. 잠을 잘 때조차.

p.234 "그쵸"는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을 때, 혹은 할 말이 딱히 없을 때 하는 말이라는 것을.

p.266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주말이라고 볼지 사람에 따라 다를테지만, 달력은 일요일부터 시작됩니다. 적어도 스케줄 수첩은 토요일이 오른쪽 끝에 오지 않으면 찜찜합니다. 요일과 상관이 없는 생활을 한다지만, 어딘가 경계를 두고 싶은 것일까요? 끝과 시작이 포개지는 곳. 즐거운 기분과 쓸쓸한 기분과 새로운 기분의 경계선. 무슨 일인가 일어날 것만 같고,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가더라도 자, 그럼 내일부터는, 하고 생각하게 되는, 역시 주말은 그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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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토요일 또는 일요일을 이야기 하는 책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예나 지금이나 일본인 이름이 나오는 책은 등장인물이 헷갈린다. 마지막 페이지 작가의 말이 참 와 닿았다.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가더라도 자, 그럼 내일부터는, 하고 생각하게 되는, 역시 주말은 그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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