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할 게 있어 엄마에게 엄마 네이버 아이디를 알려달라고 했다.
아이디는 아는데 비밀번호는 까먹은지 꽤 됐다고 해서, 내가 임의로 비밀번호를 바꾸고 접속했다.
이것저것 보다보니 비교적 올해 초까지 이 계정의 블로그가 운영되고 있었다.
50개 좀 안 되는 글, 몇 개는 비공개 몇 개는 공개로 설정된 아주 짧은 글들이었다.
2016년 12월 18일 일요일
어느 가을날
큰딸과 함께 다녀온
인사동의 찻집에서
2017년 4월 28일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다..ㅠㅠ
2017년 5월 25일
남편이랑
엄마한테로
아빠산소에랑
다녀왓다
2017년 7월 9일 일요일
7월 1일날 맟춘 큰딸
결혼식에 입을
한복이 7월 7일날 집으로
배달되어 왓다
한달이나 걸릴거라고 하더니
벌써 도착이라니
무언가 모르게
맘이 이상햇다
2018년 8월 6일 일요일
오늘 휴가겸
가족들이
엄마계신 요양원에
다녀옴
더위와 싸우고
길가에 차들과 전쟁하고
아푼엄마를
누군가에게 맡겨놓고와야
되는 내 마음과도 싸우고
2017년 9월 7일
가을임이 틀림없다
떨어진 알밤을 보니
2017년 10월 1일
큰딸 가전제품
보고옴
가격이 많만치 않다
좋은것으로
해쥬고 싶지만
미안해
부모가 부족해서
2017년 10월 28일
우리큰딸
신혼살림 들였다
정말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께
2017년 12월 16일
결혼한 큰딸이
집에 왓다
간만에 집안이
시끌벅적 온기가 넘쳤다
하룻밤만 자면 가게되어
섭섭하지만..어쩔수 없지않은가
그만의 삶이 있기에
2018년 1월 1일
오후에
큰딸이 사진을
보내왓다
결혼후
처음으로 끊인
떡국...
가만히 들여다보니
제법 맛잇어보인다
철없던 같아도
결혼하니
다 알아서
잘 해내는 모습을보니
정말 대견하다
우리딸
사위 사랑해
이 이후로 아무 글도 올라오지 않았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비공개 글에도 가족밖에 모르는 우리 엄마.
그 글들이 너무 엄마같아서 계속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