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5주차 (5/4 - 5/10)

 

 

5월 5일은 임신테스트기로 아주 선명한 두 줄을 세 번이나 확인했던 날.

지금 따져보면 주수로 딱 5w 1d 였네.

한 번도 불규칙적이지 않았던 생리를 갑자기 안 하길래 검사해봤더니 빼박 임신이었다.

 

확인 하루 전에도 하프타임 풀로케 촬영 다녀오고,

그 전 주에도 복근 운동 빡시게 했었는데?

 

임신 확인 그 다음부터 몸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 나도 모르게 내 몸이 반응하는건가?

특히 전철을 타는 게 힘들었고, 시도때도 없이 하품이 나왔다.

체온이 항상 조금 올라가있었고, 뭔갈 먹었을 때 소화가 잘 안됐다.

새벽에 몇 번이나 깼고 한 번 깨면 잠을 잘 잘수가 없다.

 

5월 8일에는 처음으로 오빠와 산부인과에 갔다.

질 초음파를 했는데 아직 심장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라지 않았더라.

착상 위치와 난황 같은 걸 보여주셨는데 와 보는 내내 신기했다.

아기집 크기의 엄청난 피고임이 많이 보여서 걱정이 됐었다.

 

동업자와 친동생과 친한 친구들에게만 임신 사실을 알렸다.

동생은 임산부에게 좋다는 영양제를 마구마구 보내줬다.

유산균, 오메가3, 엽산, 튼살오일과 크림까지 보내줬다.

설빙 기프티콘도 보내주고, 과자들도 엄청 많이 보내줬다.

J가 나의 태몽을 꾼 것 같다며 열심히 설명해줬다. 흐흐

 

퇴근하고 하던 운동을 잠깐 쉬고 매일 칼퇴해준 고마운 남편!

같이 육아 책도 읽고, 임산부에게 좋은 차도 잔뜩 사가지고 퇴근한다.

자잘한 집안일도 모두 도맡아 해주기 시작했다.

 

 

* 증상 : 답답함, 피곤함, 체온 상승, 소화불량

* 입덧 : 생선이나 고기냄새에 반응

* 좋았던 식사 : 아웃백, 서리태 가루와 검은깨 가루를 넣은 우유, 돌솥비빔밥, 갈비탕, 보쌈

* 최악의 식사 : 닭한마리 (육류를 아예 못 먹기 시작함), 짜장면, 생선구이 (비림)

 

 

 

 

 

 

임신 6주차 (5/11 - 5/17)

 

6주에 들어오자마자 2년 동안 하던 운동을 홀딩했다.

 

몸에서 약한 부분들이 금방 아파왔다.

손목이랑 오른쪽 무릎이 안 좋았는데 무리하지 않아도 금방 아팠다.

몸이 피곤하고 속이 안 좋은 게 내 기분탓이라며 억지로 버텼다.

 

 

 

5월 15일 토요일에는 아기 심장소리 들으러 병원엘 갔다.

6w 4d 이라는 정확한 주수도 받았고, 2022년 1월 4일이라는 예정일도 받았다.

저번에 봤던 피고임이 1도 줄지 않아서 담당선생님이 제발 쉬라고 했다.

지난주에 느꼈던 증상들을 얘기했더니 입덧약도 처방해주셨다.

 

삼성카드를 통해 국민행복카드를 발급받았는데

초음파 보고 입덧약 처방 받으니깐 15만원 그냥 날아가더라.

 

그 다음날 15일에는 양가 부모님 찾아뵙고 임밍아웃을 했다.

우리 엄마는 오열하고 아빠도 눈물 찔끔 흘리고

어머님은 박수쳐주시고 아버님도 눈물 훔치시더라

그 모습을 보고 정말 우리가 큰 기쁨을 드렸구나 싶었다.

 

 

* 증상 : 피곤함 최고조, 체온 상승, 소화불량

* 입덧 : 미식거림

* 좋았던 식사 : 새콤달콤, 된장찌개, 토마토, 키위, 치킨, 컵라면

* 최악의 식사 : 햄버거, 견과류, 카레, 쌀국수

 

 

 

 

 

 

임신 7주차 (5/18 - 5/24)

 

입덧약의 효과가 아주 좋았지만, 완전히 입덧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7주부터는 격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출근을 하지 않으면 내 존재감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까봐 억지로 출근했다.

전철 20분, 버스 30분이 마지노선임을 알게 됐지.

재택을 하는 날에는 일을 하다가 오후 4시에 두 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달걀, 우유, 치즈 등 유제품에 엄청난 거부감이 생겼다. 역한 냄새가 났다.

맵고 짜고 달콤하고 시큼한게 당겼고, 특히 설빙을 아주 잘 먹었다.

야밤에 갑자기 쭈꾸미를 시켜먹질 않나, 비빔면도 자주 먹었고, 라면도 먹었다.

낮에 입덧이 심했고 저녁엔 좀 나아졌다. 그래서 저녁에 잘 먹었던 것 같다.

 

 

* 증상 : 피곤함 최고조, 쉽게 지침, 멍함

* 입덧 : 미식거림

* 좋았던 식사 : 밥알쑥떡, 깔라만씨와 탄산수, 설빙, 쭈꾸미, 우유와 첵스, 바나나, 키위, 백설기

* 최악의 식사 : 달걀, 돈까스, 닭갈비(개고생 함! 위장을 꺼내서 씻고싶었음)

 

 

 

 

 

임신 8주차 (5/25 - 5/31)

 

새콤달콤한걸 들이 부었다. 이유 모를 설사가 계속 됐다.

입덧은 최고조였고, 최대한 토하지 않기 위해 꾹 참았다.

음식을 먹고 혀에 남는 잔맛이 싫어 혀클리너를 피날때까지 해댔다.

 

원인 모를 악몽도 무지하게 많이 꿨다.

피를 흘리거나, 칼부림을 당하거나, 추락하거나 등등...

 

오전 쌩쌩 - 오후 2시부터 죽음 - 저녁 지옥; 입덧이 계속됐다.

하루에 먹는거라곤 새콤달콤, 쑥떡, 시리얼이 다였던 날들이었고

몸이 힘들어 씻기는 커녕 세수도 하지 않았다.

눈 밑이 푹 꺼져 해골같은 내 몰골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먹는 것, 냄새, 소음 등등 모든 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5월 29일에는 산부인과엘 갔다.

몸무게는 계속 빠지고 있었고 피고임이 있던 부분의 피들이 굳었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사무실에 있는 내 아이맥과 외장하드들을 다 가지고 집에 왔다.

기분이 씁쓸했다.

 

 

* 증상 : 소음에 예민함, 심장소리가 크게 들림, 불면증, 설사, 악몽

* 입덧 : 토할 것 같은 느낌, 침을 계속 뱉어냄(침덧), 울렁거림

* 좋았던 식사 : 얼린 포도, 사과, 고향만두, 식빵, 바나나

* 최악의 식사 : 배떡 로제떡볶이, 토마토파스타

 

 

 

 

 

임신 9주차 (6/1 - 6/7)

 

매일 매번 양치할때마다 신물이 올라와 변기를 부여잡았다.

지독한 역류성식도염이 있어서 절대 토를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집에서 일을 하는데도 몸이 힘들어서 짜증이 났다.

말도 안되는 객기 부린다고 아이맥이 있는 작은방 바닥에

요가매트를 깔고 자고 일어나면서 일을 했다지.

 

슬슬 입덧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렇게 힘들고 모든게 지치는데 주변 사람(남편)은 편하게 잘 쉬는 모습이 짜증났다.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가장 고마워해야하는 존재인데 그땐 너무 힘들었나보다;

 

 

 

6월 2일에는 오랜만에 친정엄마가 집에 왔다.

맘카페에 친정엄마 반찬 먹으면 입덧 없어진다고 하길래 

먹고싶었던 엄마 반찬들 잔뜩 말했더니 엄마가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확실히 훨씬 잘 들어가더라. 밥 먹고 엄마랑 산책도 하고 즐거웠다.

 

 

* 증상 : 뾰류지, 악몽, 감정기복, 졸음, 기초체온 상승

* 입덧 : 오전에 쌩쌩하고 오후로 넘어가면서 점점 심해짐 (냄새덧, 침덧, 토덧, 쇠맛)

* 좋았던 식사  : 식빵, 우유와 시리얼, 부대찌개, 오렌지, 체리, 자두, 블루베리, 감자, 타코야끼, 엄마표 반찬

* 최악의 식사 : 라면, 고기, 도넛

 

 

 

 

 

 

 

 

임신 10주차 (6/8 - 6/14)

 

오랜만에 출근해서 촬영을 했다. 입덧약 최대치로 먹었더니 괜찮았다.

촬영할땐 몰랐지만 집에 오니 힘들긴 했다. 하지만 일을 하니깐 뿌듯했다.

 

 

10주차에는 입덧새끼 욕하면서 입덧을 이기려고 노력했다.

일을 하니깐 약간 몸도 풀리는 것이 일을 더 제대로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체력이 많이 약해져서 하루 일을 하면 다음날은 방전됐다.

 

수박을 물대신 많이 먹었던 것 같다.

 

6월 10일에는 친정엄마가 올라와줬다.

내가 먹고싶다는거 바리바리 싸가지고 왔는데 눈물 찔끔났다.

6월 14일에는 보건소에 가서 임산부 이것저것 챙겨주길래 받아왔다.

 

 

* 증상 : 감정기복, 기초체온 상승, 빈혈,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 입덧 : 최악 (냄새덧, 침덧, 토덧, 쇠맛, 단맛)

* 좋았던 식사 : 수박, 친정엄마표 잡채, 사과, 짬뽕, 복숭아, 바나나, 피자

* 최악의 식사 : 비빔냉면과 만두

 

 

 

 

 

임신 11주차 (6/15 - 6/21)

 

또 출근했고 일을 했다. 일 특성상 앉았다 일어났다 눕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배가 좀 당겼고 가관인건 종아리랑 허벅지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와 진짜 운동 조금 안 했다고 이렇게 바로 근육통 생기기 있음? 씁쓸했다.

유튜브에서 임산부 스트레칭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6월 17일에는 또 친정엄마가 와줬다.

오빠 좋아하는 반찬을 잔뜩 해왔다. 고맙고 미안하고 다음부턴 오지 말라고 했다.

 

 

 

 

6월 19일에는 첫 정밀초음파 및 1차 기형아검사를 했다.

코뼈, 턱뼈, 얼굴뼈, 척추와 뇌도 모두 확인했고 목둘레도 체크했다.

얼굴도 보고 팔다리도 잘 봤다. 이렇게 보니깐 너무너무 귀여웠다.

몸무게는 더 빠져서 담당의사가 더이상 빠지면 위험하다고 했다.

 

 

* 증상 : 턱 뾰류지, 속쓰림, 역류성식도염, 소화불량, 배 팽창

* 입덧 : 여전히 최악 (냄새덧, 침덧, 토덧, 쇠맛, 단맛, 화장품맛)

* 좋았던 식사  : 전복내장죽, 블루베리, 수박, 초코에몽, 감자빵

* 최악의 식사 : 돈까스, 카레, 고기, 짜파게티

 

 

 

 

 

 

 

임신 12주차 (6/22 - 6/28)

 

매운걸 오지게 먹었던 한 주였다.

열라면에 청양고추를 넣어 먹어도, 아라비아따 소스에 청양고추를 넣어도

하나도 맵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나중에 지독한 속쓰림에 시달렸쥐.

 

집에서 편하게 입었던 바지가 슬슬 조여오길래 처음으로 임부레깅스를 샀다.

3부 한 장, 5부 두 장을 샀는데 편하고 좋았다.

 

 

주에 3회? 4회는 샌드위치를 꼭 먹었던 것 같다.

입맛에 맞는 게 없다보니 당기는 게 있으면 꾸역꾸역 챙겨먹었다.

몸무게가 많이 빠졌다고 해서 더 챙겨먹었던 것 같다.

 

 

 

혼자 도서관도 다녀오고, 주말에는 역대급 힘든 촬영도 있었지만 -

몸이 금방 회복을 했고 내 기분을 컨트롤 할 힘도 있었다.

 

 

* 증상 : 속쓰림, 매운맛이 안 느껴짐, 빈혈, 열감

* 입덧 : 여전히 최악 (냄새덧, 토덧, 쇠맛, 단맛, 화장품맛)

* 좋았던 식사 : 샌드위치, 팝콘, 초콜릿, 방울토마토, 서브웨이 베지

* 최악의 식사 : 치킨, 불닭볶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