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mon)
월요일! 수아 아침밥 완밥! 점점 컨디션이 돌아오는 것 같다.
난 오늘도 병원에 가야해서 시어머님이 잠깐 수아 봐주러 오셨다.
수아 잘 때 오신거라 혹시 깰까봐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서방님이 병원까지 태워다주심)
이비인후과... 냄새와 맛이 아주 아주 아주 약간 느껴지고 있긴하다.
코세척을 했는데 초록 액체가 입으로 쏟아져나와서 토하는 줄 알았다...
집 오는길에 붕어빵 12개인가 사서 집에 가서 어머님과 노나먹었다.
점심 리조또도 완밥하고, 요거트에 버무린 딸기도 몇 개나 먹었다.
아픈동안 먹지 못한 밥들을 다 먹어버리려는듯 주는대로 먹고 또 먹는다.
집에 리빙박스가 많아 꺼내뒀더니 아무렇지 않게 올라간다.
저녁은 밥, 양송이구이, 소불고기, 김계란말이 해줬는데 잘 먹어줬다.
퇴근한 오빠가 수아 씻기고, 재우고 하루 마무리.
2/7 (tue)
화요일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월요일 오전에 요양원에서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뇌부종이 와서 응급실에 가셨다는데,
연세가 있으시니 수술은 어려워 지켜만 보다가 결국 돌아가셨다고 했다.
연락 받자마자 좀 멍하게 있다가 눈물이 나기 시작하더니 오빠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나를 감싸고 있던 아주 커다란 보호막이 터져버린 느낌이 들었다.
한 3시간 잤으려나? 수아 깼길래 닭죽 해서 같이 아침 먹었다.
밥 먹으면서 수아에게 할머니 이야기도 해보고, 할머니께 수아 이야기도 해주고 그랬네.
점심 덮밥도 아주 잘 먹었다. 후식으로 준 딸기도 다 먹었다.
요즘 수아는 노래 들으면서 춤추는 걸 좋아하는데, 많이 들어본 노래가 나오면 반응을 한다.
그때 같이 따라부르거나 같이 춤추면 수아가 내 입이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흐흐
틈틈이 엄마에게 연락하고, 동생이랑도 연락했다.
집안일을 하다가도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났다.
할머니랑 찍었던 사진, 할머니가 해주신 갈비, 할머니 방에 있던 담배...
문득문득 비집고 들어오는 기억 때문에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수아 저녁에 밥, 완두콩간장조림, 소고기 동그랑땡, 매생이두부전 잘 먹구
정신없는 하루 마무리.
2/8 (wed)
새벽 5시에 일어나 용산역으로 갔다. 그리고 곡성으로 향하는 KTX를 탔다.
할머니 장례식장에 우리 가족 모두 가려고 했는데
수아의 감기가 완전히 낫지 않아 결국 오빠가 연차를 써서 수아를 보고 나 혼자 내려가기로.
정방향 자리가 없어 역방향으로 예매했는데 괜찮았다.
가는 길에 자려고 했는데 내내 한 숨도 못 잤다.
왜 이렇게 안개가 짙은가 싶었는데 미세먼지였다.
곡성역 도착. 몇 년만인지... 아빠랑 동생이 마중나와서 차 타고 장례식장에 갔다.
조금 더 일찍 갔으면 입관식을 봤을텐데 기차표가 없어서 휴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껴안고 울었다.
엄마 난 울 엄마 걱정돼서 달려왔어 엄마 기절할줄 알았는데 멀쩡하셔 하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할머니 영정사진을 보고, 큰삼촌 작은삼촌 큰이모 작은이모 다 뵙자마자 마음이 쪼그라들듯 아팠다.
한바탕 지나가고...
오랜만에 만난 사촌동생들이랑 둘러 앉아 할머니 이야기두 하고 그래도 하하호호 웃으려 노력했다.
살면서 위로 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특히나 엄마에게 할 일은 더더욱...
그저 옆에서 손 꼭 잡아주고, 어깨 감싸주고, 말 걸어주고 그랬다.
오후 2시 반쯤 시부모님이 오셨다. 먼 거리 내려와주셔서 감사했다.
간단히 식사 하고 나도 짐을 챙겨 시부모님 따라 올라갔다.
발인날까지 꼭 있고싶었는데, 아픈 수아를 돌봐야 해서 눈물을 머금고 올라갔다.
동생이랑 아빠께 엄마 잘 챙겨주라고 신신당부하고, 할머니께 인사 하고 나왔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대전 시이모님댁 들러 저녁 얻어먹고...
집에 오니 밤 10시. 씻고 정리하고 수아 아침밥까지 만들어놓고 기절했다.
2/9 (thu)
동생이랑 실시간으로 대화했다. 화장터 이동, 장지 이동, 장례식장 이동...
그때마다 허공에 대고 할머니께 하고싶은말 다 했다. 오전 내내 울면서 지낸 것 같다.
휴 오랜만에 날씨가 따뜻한 것 같아 수아 데리고 공원 산책갔다.
현관문 열어주면 알아서 나가고, 엘리베이터도 타고 내리고 아주 잘 돌아다닌다.
아침도 잘 먹고 점심엔 급하게 대충 가자미 덮밥 만들어줬는데 완밥했다;
대전 시이모님댁 가기 전 마트에서 딸기 사서 드렸는데 와 그 딸기가 너무 맛있어서;;;
서울 올라가기 전에 우리거랑 시부모님꺼 두 박스 더 사가지고 왔다;
대전에서 산 논산 딸기를 서울에서 먹게 됨... 쨌든 넘 맛있어서 수아도 좋아했다.
수아 저녁밥은 밥, 가지 김 무침, 돼지고기 동그랑땡, 치즈계란말이, 소고기 가지 두부 볶음, 완두콩 간장 조림 줬다.
뭐가 이렇게 많은지... 여튼 그냥 있는거 다 꺼내줬는데 많이 먹었다.
수아 재우고 굴림만두 왕창 만들어두고 잤다.
2/10 (fri)
푸하 오늘도 시어머님이 수아 봐주셔서 후딱 병원에 다녀왔다.
아주 미미하게 나아진 것 같지만 드라마틱하진 않아서 2월 한달은 꾸준히 오라고 했다.
서방님 찬스로 왔다갔다 집에 오니 수아랑 어머님이랑 아주 잘 놀고 있었다는...
요즘 잠을 안 자려고 한다. 조만간 낮잠 한 개가 없어질 것 같다...
아침 낮잠을 없애고 이른 오후에 재워보는걸로 해야겠다. 흑흑
수아 점심 먹이고 또 나갔다.
바람이 조금 불었지만 뽈뽈뽈거리며 잘 돌아다녔다.
수아만한 개들이 산책하는데 수아 보고 계속 짖어서 좀 무서웠다.
이수아는 계속 개들 쳐다봄. 눈싸움 했나...
수아 저녁밥은 처음으로 한우 채끝을 구워줘봤는데 오 아주 잘 먹었다.
부드럽고 기름지고 쫄깃하고 얼마나 맛있었을까? 흐흐 많이 먹어라! 열심히 돈 벌게!
2/11 (sat)
요즘 계속 잠이 안 와서 새벽 2시? 3시 넘어서 잔다. 마음이 허하다.
수아 아침밥으론 반찬 남은거 섞어 계란찜밥 해줬는데 잘 안 먹었다. 대충 만든거 티났나?;
그리고 소아과 가서 예방접종 했다. 이제 2월 말 한 번 가고 4월에 오면 된단다.
돌발진이랑 감기랑 등등으로 접종이 계속 미뤄졌는데 이제 고지가 보이네 흑흑
수아 재우고, 점심 먹이고 외출했다. 미리 예약한 @쓰담쓰담 열린육아방
도봉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놀이공간인데 후기가 좋길래 아침에 예약했지!
첫 방문이라고 했더니 데스크에 계신 분이 이것저것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복층으로 되어있어서 계단, 미끄럼틀 등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수 있는 시설이 잘 돼있었다.
수아가 계단 올라가는건 처음이라 어떻게 하려나 했는데 아주 그냥 네 발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계단보다 저 올록볼록한걸 더 좋아했다. 우린 진짜 큰일나는줄 알고 계속 따라다님...
몇 번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는지 모르겠다.
책도 많고 신상 장난감도 많더라
한 타임에 열 가족이 들어와서 놀 수 있는데 그렇게 붐비거나 치인다는 느낌도 없었다.
기어다니는 아가부터 뛰어다니는 미취학 아동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고 장난감도 다양했다.
아빠랑 낚시 놀이
아빠랑 볼풀장
아빠랑 책읽기
오빠 뒷모습만 봐도 지쳐보인다...
구석구석 장난감이 다양해서 좋더라.
수아는 정말이지... 어찌나 잽싼지 장난감 정리하고 있으면 다른데 가서 막 어지르고 있다.
그리고 사람에게 관심이 많아서 다른 아기들 뭐 하는지 막 달려가서 옆에 앉아 참견한다.
수아보다 언니로 보이는 애가 기차놀이 하고 있었는데 달려가서 옆에 앉아 기차 뜯어버림...
그 애가 수아 손에 있는 기차 휙 가져가서 던지고 다른데 가버림... 엄마들끼리 중재하느라 진땀 뺐음...
진짜 거기서 노는 애들 다 참견하고 다녀서 따라다니느라 힘들었다.
n번째 미끄럼틀...
아빠 지쳤나요?
수아 당떨어질까봐 딸기도 싸왔는데 입도 안 대고 물만 조금 마시더니 다시 폭주하듯 돌아다녔다.
와... 그동안 집에서 얼마나 답답하고 심심했을까? 흑흑 이제라도 자주 나가야지!
거의 2시간 놀다가 나왔다. 바로 앞이 전통시장이던데 나중에는 시장도 들러봐야겠다.
집에 오자마자 분유 원샷하고 낮잠 푹 자고 일어났다.
저녁엔 김자반 섞어 주먹밥 하고 소고기 내어줬는데 주먹밥 도리도리...
밥솥에서 우리 먹던 흰쌀밥 꺼내주니 넙죽 받아먹는다.
그래 주먹밥 다시는 안 할게 예전에도 해줬다가 안 먹었었지? 실수를 반복하는 애미...
수아 씻기고 엄마랑 영상통화도 했다.
원래도 수아 사진이랑 영상 자주 보내고 영상통화도 자주 하지만 이번주엔 좀 더 자주 한 것같네.
2/12 (sun)
으 여전히 새벽 2시 넘어 잠을 잤다.
하루에 5시간정도 자는데 피곤하거나 힘든 느낌도 없고, 괜찮은거겠지?
오늘 아침엔 다 같이 누룽지를 먹었다.
우리는 누룽지만, 수아것은 닭육수에 누룽지, 닭고기, 야채 섞어 죽처럼 줬다.
밥보다 고소해서 그런지 잘 먹었다. 앞으로 종종 누룽지 끓여줘야겠다.
오트밀은 싫어하는 한식파 이수아...
밥 먹자마자 한 일! 침대 프레임 다리 빼고 저상형 침대처럼 만들기!
그동안 침대 가드 쳐놓고 생활했는데, 조만간 수아가 그것을 부숴버릴 것 같아서...
이참에 바닥생활 비스무리하게 가보자 하여 침대 프레임 다리를 뺐다.
매트리스도 뒤집고, 바닥 청소도 하고, 커버랑 이불도 싹 빨고 열심히 움직였다.
수아에게 침대 올라가고 내려가는걸 몇 번 보여줬더니 혼자 곧잘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자다가 떨어질까봐 걱정이긴 해서... 당분간 지켜보다가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점심은 돼지고기 두부 덮밥 완밥하구 옷 입고 또 산책 나갔다.
수아가 신고있는 올드솔 신발이 많이 작아졌다. 신고 들어오면 발에 자국이 남더라 흑흑.
굴러가는 낙엽도 신기한 이수아. 혼자 뽈뽈뽈 걷는걸 보면 어찌나 기특한지 히히
산책하구 들어와서 분유 먹고 다 같이 낮잠 잘 준비!
낮게 깔린 매트리스 위에서 뒹굴뒹굴 하니깐 좋았다.
오늘 저녁은 닭곰탕을 끓였다.
닭 한마리, 대파, 양파, 무, 마늘 넣어서 2시간 정도 푹 끓인 다음
닭고기 살 발라내서 국물에 추가해 좀 더 끓여 간단하게 만들어뒀다.
수아는 여기에 닭다리를 통으로 얹어 줬더니 닭다리 뼈 잡았다가 놨다가 하며 맛있게 먹었다.
오빠는 소금이랑 후추 간 해서 밥 말아 후루룩 먹었다.
수아 씻기고 분유 먹이고 재우는데 아무래도 침대가 낮아지고 가드가 사라지니
손에 닿는 게 많아져 기어나가 서랍을 열거나 무드등을 만지거나 했다.
수아에게 계속 우유 먹고 치카치카 한 다음에는 코 자야지 하며 몇 번이나 이야기 했...
알아들었는진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침대로 들어오더니 뒹굴뒹굴 하다가 잠들었다.
혹시나 매트리스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베개로 가드를 싹 치고 오랜만에 홈캠도 꺼내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매주 그렇지만 이번주는 더욱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거두절미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최선을 다 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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