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와 급 전주로 향했다. 최고 한파였던 날. 전주라고 해서 마냥 따뜻할 순 없었다. 거의 1시간도 안되서 완성된 전주 당일치기 루트. 거의 2년만에 찾는 전주의 모습이 마냥 궁금하기만 했다. 겨울의 전주라니! 수원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반정도 쿨쿨 자고 나니 전주터미널에 도착. 일부러 필카를 가지고 갔는데 필름을 사지 못해서 수원에서부터 편의점을 볼때마다 필름 있냐고 물어봤지만 필름은 팔지 않는다고, 발을 동동 구르다가 전주 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커보이는 편의점에서 코닥필름을 두통 구입할 수 있었다.
그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전동성당에서 내렸다.
11시 반즈음 되었나, 전동성당 근처에서 유명하다는 한국관에 갔다. 작년에도 한국관을 간건 아니었지만 비빔밥이 1만원이었는데, 여긴 1만3천원. 허허허 완전 비싸다 비빔밥주제에! 사실 전주 비빔밥이라고 해서 개인적으로 뛰어나게 맛있진 않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엄마가 자작자작 해주는 돌솥비빔밥이 맛있지, 하지만 난 비빔밥과 "이것"을 같이 먹기 위해 전주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이것"을 빨리 만나고 싶었다. 그것은 바로 전주에서만 볼 수 있는 모주.
모주
모주는 막걸리에 생강, 대추, 계피, 배 등을 넣고 하루 동안 끓인 술이다. 모주는 광해군 때 인목대비의 어머니가 귀양지 제주에서 빚었던 술이라 해서‘대비모주(大妃母酒)'라 부르다가‘모주’라 줄여서 불리게 되었다는 설과, 어느 고을에 술 많이 마시는 아들의 건강을 염려한 어머니가 막걸리에다 각종 한약재를 넣고 달여 아들에게 주어 ‘모주’라 이름 붙였다는 설이 있다. 모주의 사전적인 뜻은 밑술 또는 술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라는 뜻인데, 전주지방의 모주는 막걸리에 생강, 대추, 감초, 인삼, 칡(갈근) 등의 8가지 한약재를 넣고 술의 양이 절반 정도로 줄고 알코올 성분이 거의 없어졌을 때 마지막으로 계핏가루를 넣어 먹는다. 전주 지방의 명주인 이강주와 함께 해장술로 모주가 유명하다.
한잔에 2천원, 부족할걸 알고(?) 한병을 주문했다. 술을 못하는 강희에게 자신있게 권했던 모주. 맛을 보더니 홀짝홀짝 잘 마시더라! 달달하고 술도 진하고 게다가 계피향이 참 좋다. 허-한 느낌이 아니라 술을 마셨는데 건강해지는 느낌? 작년에 비빔밥을 먹으면서 마셨던 모주 한잔이 너무 간절하게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한병을 주문했고 거의 4잔을 마신듯했다. 와으 밥때문이 아니라 모주때문에 배불러진 상태. 남은건 포장을 해달라고 하고 강희는 지갑에 있던 십원짜리 두개를 꺼내어 비빔밥 그릇 받침대에 올려놓고 왔다. 팁이라며
밥을 거의 1시간 넘게 먹은듯했다. 나와서 두리둥실 걷다가 바로 앞에 있는 경기전으로 향했다. 겨울날씨답게 하늘은 파랗고 햇빛은 아주 쨍쨍! 따땃하고 경기전 안은 조용하니 정말 좋았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사람 구경도 했다. 휑-한 곳으로 이동하는데 통통한 고양이가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아이고 여기서까지 고양이에게 홀리다니, 그 고양이가 수풀안에서 우리를 가만히 쳐다보길래 우리도 몸을 낮춰서 계속 불렀지만 도망가기만 할 뿐.
경기전을 빠져나와서 보이는 길을 따라 그냥 걸었다. 골목골목이 이쁜 전주, 사진을 몇장 찍고 예쁜 카페들도 둘러보고 고드름도 보고! 그러다가 무언가 마을의 끝까지 나온듯했는데 작은 강이 있고 그 양옆으로 그렇게 엄청나진 않지만 에쁜 갈대들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당장 내려가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그 길을 걷는 사람들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강희의 사진을 찍어준 뒤 다시 올라갔는데 오오 완전 귀여운 개가 있었다. 그 개와 조금 놀다가 다시 골목골목을 걷다가 전동성당으로 향하려고 왔던길을 되돌아가는데 아까 그 개와는 다른 강아지 두마리가 보였다. 정-말 너무 폴짝폴짝 사람을 좋아하는듯했다.
전동성당에 도착. 사진으로만 보던 성당! 노란 별이 참 귀여웠다. 내부에도 운좋게 들어갈 수 있게 되어서 들어가서 사진 한장 찍고 나왔다. 나오는 길 사람들을 잔뜩 태운 버스 한대가 성당 안으로 들어왔다. 다음 목적지는 풍년제과의 수제초코파이를 먹으러 가기! 전주가면 꼭 먹어봐야한다고 하던데, 기대를 가지고 풍년제과로 향했다. 맛있어보이는 빵들이 잔뜩 있었다. 초코파이 두개를 집어 들고 너무 추워서 커피숍을 찾던 중 스타벅스 발견, 구석에 자리를 잡고 음료를 주문했는데 정말 맛이 없더라... 컴플레인 걸려다가 말았다.
벽화의 거리에 가기엔 시간이 참 애매모호, 스타벅스에서 눌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전주역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하는데 정말 버스가 미친듯이 안왔다. 그냥 걷다가 버스 보이면 타자, 타자, 타자 하던게 몇십분을 걸었고 결국 너무 추워서 택시를 탄 뒤 전주역에 내렸다. 전주역 앞은 정말 볼게 없었다. 역 안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다가 기차를 타고 수원에서 내렸다.
그래도 가뭄같던 머리속과 마음속에 이슬처럼 촉촉함을 전해주었던 짧지만 좋았던 강희와의 당일치기 전주여행.
그냥 가까운곳 어디든 조용한곳을 마구마구 걷고싶다.
2011.12
Pentax Mesu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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