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음파 탐지기

저자
한음파 지음
출판사
텍스트 | 2010-08-23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대한민국 소년에서 청년까지, 우연을 거쳐 필연으로 록 밴드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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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17

그러던 어느 날, 정훈 형이 처음 보는 마이크로 노래를 하고 있지 뭔가. 그 마이크 상표가 바로 '한음파' 였다. 그럴싸한 의미가 있어 보이면서도 허무한 농담 같은 게 딱 우리 취향이었다. 게다가 아무도 모르는 상표라는게 우리 처지와 비슷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더 이상 밴드 이름을 정하는 데 골머리를 썩히기 싫었다.


p.021

아무도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고, 아무도 지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게 서로를 더 힘들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아주 나중에서야 하게 되었다. 그때는 다들 그저 속으로 삭이는 게 밴드와 다른 멤버들을 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p.153

"비웃음 당하려고 일부러 뛸 건 없잖아. 어차피 우린 화끈한 록 음악을 할 수도 없다고. 좋은 공연, 나쁜 공연 그런 건 없어. 하고 싶으니까 하는거야, 달리 이유는 없어. 하지 않으면 진정이 되지 않잖아!" - 소년 메리 켄사쿠


p.187

왜 음악이 하고 싶은지, 왜 밴드가 하고 싶은지, 그런데도 왜 그 길을 피해 왔는지. 모든 해답이 이제까지 먹고 자던 내 방 안에 있었다.


p.196

항상 어떤 문제에 직면할 때 나는 주로 가장 안전한 길을 선택했던 것 같다. 적어도 나를 힘들게 하진 않는 길로 돌아 들어가려는 생각이었다. 결국 그 모든 선택들이 나를 다시 이 길 위에 세워 놓았지만 언제나 도망가던 길 끝에는 왜 더 자신 있게 하지 못했을까, 왜 더 견디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만이 남아 있다. 나 안위를 걱정하면서 편하게 가려고 돌아온 길은 결코 나를 안전한 장소로 데려가지 못했다. 


p.202

이정훈 

요새 연극 분야에서 음악 작업을 할 일이 있었는데요. 연극은 정말 정부 지원이 없으면 그해 작업은 끝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영화도 아마 비슷할 겁니다. 그런데 사실 음악은 정부 지원이 아예 없는 분야예요. 그러다 보니까 형편 좀 되는 친구들이 취미 생활로 하기에 딱 좋은 분야가 되어버렸죠. 그런데 정말로 음악이 좋아서 그게 자기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는 음악이 결코 취미 생활로 끝나지 않거든요. 그때부터는 음악이 힘들어지는 겁니다. 


p.207

마붑 알엄

음악뿐 아니라 문화계 전체가 판이 작잖아요. 한국은 특히 심한데, 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장혁조

제 생각에는 '문화'가 안 들어온 것 같습니다. 좋은 음악이나 영화, 그리고 텍스트는 이미 다 들어와 있다고 할 수 있죠.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도 엄청나게 접할 수 있고요. 그런데 막상 그런 콘텐츠에 담긴 '문화'는 안 들어온 것 같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것, 자기 눈에 보이는 것, 누군가 슬쩍 얘기해 준 것을 넘어서는 수준의 '문화'가 없는 겁니다. 그것까지는 찾으려고 하지 않는 거죠. 그건 단순히 인터넷 검색만으로 해소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에요. 그런 문화를 원한다면 충분히 여유를 갖고 빠져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밴드를 관두고 회사를 다녀 보니까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겠더라고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잠자는 일로도 하루가 벅차요. 이런 생활에 시간을 내서 새로운 걸 찾아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

네명의 멤버가 '한음파'가 시작된것부터 길었던 공백기간에 각자가 했었던 일들, 그리고 다시 뭉친 그들의 이야기를 각각 네가지 스토리로 풀어서 엮은 책. 

그래서 한가지 사건을 가지고 네명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꼈는지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로에 대한 인상, 느낀점, 오해와 편견, 한음파의 의미 등등 


특히 마지막 마붑 알엄과의 인터뷰에서 여러가지 인상적인 대화가 있었다. 음악은 정부 지원이 없는 분야, 그래서 형편 좀 되는 친구들이 취미 생활로 하기에 딱 좋은 분야가 되어버렸다고. 음악이 자기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취미 생활로 끝나지 않는다는 말.  나는 왜 슈퍼스타K가 생각났을까.  

그리고, '문화'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정말, 누가 슬쩍 이야기 해준것, 텔레비젼에서 본 것, 눈으로 잠깐 본것들을 넘어서는 수준의 '문화'가 없다는것. 직접 찾아 나서고 그 문화 전반적인것들을 흡수해서 깊이 있는 문화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우리 나라 문화는 좁기도 좁지만 얕기도 하다. 우리가 내뱉는 '문화생활'이라는 말은 그냥 밥먹고 똥싸는 정도가 아닐까. 정말 문화라는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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