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얼마 만에 이렇게 화창한 날씨를 본 건지! 그간 꿀꿀했던 마음이 씻겨 내려가는 화창한 날씨였다. 여자 둘이 외출하려면 각자 1시간씩은 필요해서 항-상 점심시간 넘어서 외출했는데 오늘은 샤워를 안 하고 머리만 감고 준비했더니 12시에 나올 수 있었다. 아침으로 냉동 호떡을 자글자글하게 구워서 베지밀하고 먹었다. 저녁은 쌀쌀하니깐 긴팔 입고 자켓 걸치고 도톰한 가디건은 들고 다녔다. 역 근처에서 720 Rapid Metro를 타고 1시간 20분 정도 걸려서 산타모니카에 도착했다.



















저번에 J와 함께 2시간 순식간에 돌아보고 왔던 걸로는 부족해서 이번에는 항구도 보고 바닷가도 보기로 했다. 버스 타고 가는데 엉덩이 근질거려서 죽는 줄 알았다. 내리자마자 저- 멀리 믿지 못할 만큼 높은 위치에 바다의 수평선이 보였다. 해변 가까이 가니깐 상의 탈의한 몸 좋은 젊은이부터 중년들이 즐비했고 몸매 죽이는 언니들도 조깅을 하고 있었다. 바다 쪽을 향해 있는 벤치에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었고 잔디에는 자유롭게 누워있거나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아 진짜 좋다. 진짜 최고다. 너무 부럽다. 를 연발하며 산타모니카 피어 (Santa Monica Pier)를 향해 걸어갔다.
















바닷가 위쪽의 도로변에는 경관을 가리지 않을 정도의 그다지 높지 않은 호텔이나 콘도가 있었고 산타모니카 해변 바로 앞에는 복층의 알록달록한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집집마다 개성이 강하고 사람이 있는 집도, 없는 집도 있어서 내 생각엔 아마도 렌트가 가능한 집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앞엔 자전거도로가 아주 잘 되어있어서 자전거를 타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 강아지 산책시키는 사람도 많아서 개는 종별로 다 만나봤다. 허허








근데, 문제는 날씨가 너무너무 뜨거웠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땀을 흘렸다. 습기가 높은 것보다는 햇빛도 강하고 내가 들고 있는 짐도 많아서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너무 더웠다. 진짜 짐을 최소한으로 들고 다니는 게 최고란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도 무거워서 짜증 났었던, 아 그리고 사진 찍고 싶은 게 되게 많았는데 역시 일행이 있다 보니 내 마음대로 사진을 찍기가 힘들었다. 산타모니카와 할리우드는 나중에 나 혼자 따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걷다 보면 저 멀리 구름사다리 같은 부분이 있고 그 위로 올라가려면 아쿠아리움을 끼고 올라가면 된다. 























올라갔더니 신세계! 놀이기구들이 빼곡히 들어선 퍼시픽 파크(Pacific Park)에 들어갔다. 입장료는 따로 없지만 놀이기구를 탈 때 하나하나 표를 사서 타는 곳으로 특히, 풍선 터트리기나 총을 쏘거나 고리를 걸면 인형을 주는 게임이 많았다. 근데 인형이 되게 못생겼다. 


우리는 뭔가를 마시고 싶어서 자판기를 찾았는데 물이 4불이 넘었다. 옆 가게에서 맥주를 3불에 파는데? 하하 아침에 호떡 하나 먹고 나와서 그런지 배가 고파져서 B가 츄러스를 사줬다. 좀 더 뜨끈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크고 길쭉하고 설탕과 시나몬도 잔뜩 뿌려져 있어서 먹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왜 매일 가지고 다니던 선글라스를 안 가지고 나왔을까? 한창 햇빛이 강할 시간이라 눈이 부셔서 사진 초점이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도 못 하고 최대한 많이 찍었다. 항구의 끝쪽으로 가면서 햇빛은 강해졌고 몇몇 거리 예술가들이 통기타로 잔잔한 음악을 부르고 있었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도 바로 앞에 있었다. 얼마나 부럽던지. 항구 아래에도 계단이 있길래 내려가 보지는 않았지만 그 아래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들들과 낚시를 하러 온 아빠, 혼자 낚싯대 3개를 걸어놓은 한 젊은이도 있었다. 
























해변의 모래는 한번 밟아봐야지, 하고 산타모니카 비치 (Santa Monica Beach) 로 내려가는 길에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예쁜 뱃지를 봤는데 하나에 6불이 넘었다. 기념품에 돈쓰는 게 왜 이렇게 아깝지? 쨌든 다음에 다시 또 올 거니깐, 산타모니카 베니스비치 마그넷 하나 정도는 꼭 사야지. 놀이공원이 예뻐서 또 한참이나 사진을 찍었다. 귀엽고 앙증맞았다. 아마도 그냥 눈 감고 페인트를 골라서 아무 색깔이나 막 칠한 것 같았다. 예쁜 색들에 눈이 황홀했다. 



















B는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벤치에 앉아서 쉬고, 나 혼자 해변을 걷기로 했다. 운동화를 신고 오는 바람에 신발 안에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조심 걸어서 해변 앞까지 다다랐다. 모래 위에 누워있는 사람, 앉아있는 사람, 뭔가를 먹거나 마시는 사람들도 많았고 저- 멀리 물속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 종아리까지만 걷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 재미있는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사진을 담다가 영상을 담다가 내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자국을 담기도 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었는데 바다 소리만 아주 크게 들렸다. 황홀한 느낌이었다. 꼭 다시 혼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와서 3rd 거리를 걸으며 쇼핑을 하기로 했다. 저번에 J랑 2시간 정도 반짝 쇼핑했던 곳이라 이번엔 끝에서 끝까지 걷기로 했다. 우선 블루밍데일즈에 들어가서 B 친구의 바비브라운 화장품을 샀다. 동생이 Tory Burch에서 지갑 봐달라고 해서 매장 들어갔더니 여기도 할인 중이다. 근데 할인하는 것들은 별로고 찾는 지갑은 없고 매장도 작고! 그 근처에 있는 Kitson에 들어갔는데 내 세상이다! 재미있어 보이는 상품들이 많았다. 정확히 뭘 파는 곳인지는 모르겠는데 디자인 상품 같은 게 많았다. 나는 한참 구경하고 싶었는데 쩝. 



Pacsun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로 치면 멀티샵 같은 곳인데 남자옷이 대부분이었다. 매장 안쪽으로 쭉 들어가니깐 Nike SB 라인의 신상들이 쭉 있었다. 근데 반팔이 너무 마음에 드는 것이다! 그래서 선물로 2장, 내 거 1장 이렇게 세 장의 나이키 반팔을 샀다. 게네가 계산대 앞에 있는 옷 중에서 하나 사면 그걸 10불에 주겠다고 사라고 했는데 내가 필요 없다고 했더니 왜 안사냐며!? 굉장히 의아해했다. 내가 안 산다는데 왜...그러죠.




Urban Outfitters에 들렀다. 여기도 재미있는 상품들이 많아서 한참 둘러보기 좋은 곳인데, 그냥 눈요기로 슥슥 둘러봤다. 그러다가 내가 찾는 귀여운 느낌의 bandages를 잔뜩 팔고 있었다! 특히 FUCK이라 적혀진 게 마음에 들어서 그거 하나 구매! 로모 카메라도 팔고 닥터마틴도 팔고 있는 약간 멀티샵 느낌이 드는 어반 아웃핏. 다음엔 Lush에 들렀지. 저번에 산타모니카 와서 여기 들렀는데 우리가 찾는 매그너민티가 품절되어 못 사고 이번에 다시 왔더니 오예! 있다고 한다. 작은 사이즈는 없고 큰 사이즈만 취급한다고 해서 나 하나 B 하나 샀다. 한국보다 50%는 저렴하다.













저번에 찜해뒀던 크레페 가게를 못 찾아서 그냥 맥도날드에 들렀다. 나는 이번에도 빅맥세트를 먹었다. 주문하고 밖에 벤치에서 먹는 동안 해가 졌다. 나무에 트리처럼 작은 전구들이 켜졌고 거리공연 하는 사람들도 하나둘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근데 우리 앞에 일렉기타를 몽환적으로(;) 연주하고 있는 한 아저씨가 있었는데 거기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기타를 잡고 주저 앉아 다른 연주자의 연주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아저씨가 있었다. 


일렉기타 연주자 아저씨가 엠프랑 짐을 앉아있는 기타리스트 옆으로 가지고 오더니만 둘이 즉흥적인 연주를 시작했다. 나는 오히려 둘이 언성을 높이다가 한 명이 자리를 피할 줄 알았는데 그 반대라니! 너무 멋진 연주에 햄버거를 먹다 말고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밤의 3rd 거리! 오후 6시가 조금 안 된 시간! 그 다음에 들린 곳은 J.Crew였다. 

아, 여기는 너무 예쁜 옷이 많다. 더플코트가 400불? 너무 밋밋하지도 않고 과하지도 않은 장식과 컬러가 마음에 들었다. 옷 말고도 아이템들도 예쁘게 잘 나오는 곳! 1층 여성복을 구경하고 2층에 혹시 부탁받은 신발이 있을까 해서 올라가 봤는데 오 딱 있다! 뉴발란스 X 제이크루 콜라보 모델의 신발이 두 켤레 진열되어있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160불. 한국보다 10만 원 싸다. 허허허 근데 돈이 없어서 바로 구매는 못할 것 같아 사이즈는 물어보지 않았다. 나중에 오면 사야지. 아, 남자옷은 더더욱 내 스타일이었다. 한국 가기 전에 제이크루 털고 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맞은편의 Adidas에 들렀다! B가 가젤을 사고 싶다고 해서 들어가 봤는데, 가격은 조금 저렴한데 컬러가 다양하지 않아서 패스. 그리고 그 옆에 닥터마틴! 역시 Dr.Martens 매장 직원들 아주 간지가 철철 흐른다. 게이같이 생겼지만 뭐 어쨌든 옷 입는 것도 스타일도 완전 멋졌다. 딱히 큰 가격차이가 나지 않아서 슥- 구경만 하다가 나왔다. 


퇴근 시간에 탄 720 Rapid Metro는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고 산타모니카 올 때보다 덜 걸려서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윌셔/버몬트 역 앞에 내려서 B의 TAP 카드 충전을 하고 스테이플스에서 나는 마우스패드를 사고 B는 테이프를 샀다. 마우스 패드가 4불이 넘었다. 흑흑 테이프는 3개 묶음에 10불이었다. 뭐 이렇게 비싸? 





집 오자마자 겁나게 밀려있는 설거지를 하고 짐 정리를 하고 B는 테이프로 카펫 청소를 했다. 집에 있는 카펫청소기는 제 역할을 하나도 하지 못해서 결국 테이프로 먼지를 하나하나 떼어내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밥을 하고 애호박이랑 양파랑 달달 볶아서 거기에 대충 끼니를 때웠다. 화장실 욕조에 낀 머리카락을 빼내는데 정말 토할뻔했다. 살다 살다 그렇게 뭉쳐있고 더러운 머리카락은 처음 봤다. J의 남자친구는 저녁 약속이 있어서 오늘 외박한다고 했고 J가 퇴근하고 거실에서 상속자들을 조금 보다가 들어와서 땡스기빙데이인 내일 무엇을 할까 검색했다.



할리우드에 갈까 했는데 땡스기빙데이가 우리나라의 설날이나 추석 같은 큰 명절이라며? 당연히 명절 땐 가게들이 문을 안 열겠지? 하하하 아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12월 1일에 콘서트를 하는데 거기 스티비 원더와 도트리가 나온다! 그 밖에 많은 뮤지션들이 나오는데 가장 저렴한 티켓이 40불밖에 안한다. 와으 40불에 저 둘을 다 만날 수 있다니 이렇게 좋을 수가. 근데 갈지 안 갈지는 모르겠고 1일이면 내가 유럽 갈 준비를 해야 해서 모르겠네. 


아, J의 계좌로 라스베가스에서 쓴 돈 300불과 내가 따로 찾을 돈 300불 해서 약 64만 원을 이체했다. 그래서 지금 총 돈이 1300불정도 있다. 저거 다 쇼핑할 거다. 흐흐흐흐흐흐흐ㅡ흫하하하하






Pacsun 77.68$

Urban Outfitters 7.67$

Lush 27.32$

McDonald 6.78$

Staples 4.35$


총 12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