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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보내고 아침 6시에 맞춰놓은 알람에 한방에 깼다. 

6명이나 되는 사람이 한방에서 자고 욕실이 하나밖에 없다보니 빨리 썻어야겠다는 생각에 알람을 맞췄는데 집에선 알람은 10분마다 맞춰놔도 절대 못일어나는데 역시 낯선곳에 오니 몸이 긴장해서 그런가보다. 벌떡 일어나서 여유롭게 씻고 방에서 나와서 선선한 바람에 머리를 말렸다. 벌써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한 언니를 만나고 군인언니는 한바퀴 돌고 오겠다면서 이어서 나갔다. 


케이프 게스트하우스에선 아침 식사로 빵과 우유, 음료, 달걀을 제공한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주인언니가 있어서 그런지 원두커피도 향이 좋았다. 우유 한컵에 토스트에 잼과 버터를 발라서 한입 먹고 싱싱한 오렌지 한조각이랑 어제 조용히 잘 놀고 잘 정리했다며 주인아저씨께서 직접 달걀 스크럼블을 해주셨다. 으 너무 배부르고 든든했다. 티비 앞에 앉아서 한참 보면서 맛있게 먹었다. 뒤늦게 내려온 언니들과 수다 떨고놀다가 8시 45분에 땅끝에서 광주로 나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마지막 정리를 하고 인사를 나누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왔다.


겨울에 꼭 다시 와야겠다. 추워 얼어 죽을것같은 날에 꼭 와야지 꼭















땅끝에서 해남, 광주, 목포로 가는 버스가 있고 버스표는 맞은편 슈퍼에서 판매하고 있다.

표를 사고나서 버스 타기 바로 직전까지 주변을 둘러봤다. 아침부터 산악자전거 동호회같은 사람들 댓명이 바위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침 날씨는 쌩쌩했다. 하지만 아직도 구름이 잔뜩 껴서 새벽 산책을 다녀온 언니 말로는 일몰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으, 담양 날씨는 좋아야 할텐데 하고 걱정을 했다. 날씨가 여행에 꽤 많은 영향을 미치는구나 싶었다. 그냥 비오던 말던 돌아다녀야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흑흑



















으아 오전 11시쯤 광주터미널 도착

터미널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311번을 타면 '죽녹원'까지 1시간정도 걸린다. 버스를 타기 전에 기사 아저씨한테 목적지를 정확하게 말한 뒤에 요금을 내고 타야한다. 죽녹원 간다고 말한 뒤 2200원을 찍고 버스 뒷자리에 앉았다. 동광주 터미널과 담양 터미널을 지나서 담양 버스터미널에 잠깐 정차했다. 작고 아담한 터미널이었고 노인분들이 느긋하게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풍경이 참 좋았다. 















'죽녹원' 정류장에 내린 뒤 길을 건너면 바로 죽녹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예전에 누군가가 죽녹원 참 좋았다고, 꼭 여행 가보라고 해서 들렀다. 내가 상상한 죽녹원은 그늘 아래로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벤치에 앉아서 땀을 식힐 수 있는 그런곳을 상상했다. 우선 입장하는곳부터 기념사진 찍는 사람들로 제대로 된 사진 한장 대충 찍고 올라와서 입장권을 샀다. 들어가기 전에 짐을 보관하는곳이 있으니 무거운 사람들은 짐 넣고 들어가면 되겠다. 



내가 들어갈때만 해도 사람이 많이 없었다. 

좀 더 높은곳까지 올라간 다음에 내려오는 길엔 관광하러 온 아줌마 아저씨들로 북적였다. 나도 껴서 설명좀 듣고 그렇게 슬렁슬렁 걸어다녔다. 가장 더울 시간일 오후 12시, 1시대라 그런지 햇빛은 절정이었고 정말 아 '타죽는게 이런건가' 싶을정도로 매우매우 더웠다. 커플들이 많은건 상관 없는데 대나무에다가 자기네들 이름 새기고 다니느라 정신없는 뇌없는 년놈들을 보니 짜증났다. 좀 심할정도로 낙서가 많았다. 낙서없는 깨끗한 대나무 사진을 찍고싶었는데 찾기 힘들었다. 아줌마 아저씨들은 죽순 뽑으려고 하는지 새로 올라오는 죽순 찾느라 정신 없어보였다. 





















죽녹원 위쪽으로 쭉 올라가면 운동기구도 있고 쉬는곳도 꽤 많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먹고 좀 쉰다음에 주변을 둘러봤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꽤 시원했다. 바람도 많이 불고! 1박2일 촬영지엔 안가려고 했는데 길을 잃어서 여차저차 가게 되었다. 여긴 나무도 없고 정말 개더웠다. 빨리 나왔음. 저기 밑에 빨간 열매는 뱀딸기라고 했다. (엄마가) 옛날에 산에 올라가는길에 산딸기는 많이 먹었는데 뱀딸기는 낮은곳에서, 풀에서 열리는것같았다. 내 앞에 가던 아줌마들이 '어머 산딸기넹' 하고 몇개 뜯어 먹던데 쩝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려고 작정하고 찾아간 '담양 국수거리'

진우네 국수집이 유명하다고 해서 당장 걸어갔는데 으어 사람이 너무너무 많았다. 관광하러 온 사람들 다 여기서 밥을 먹는게 아닌것이냐아

밖에 위치한 정자같은곳에서 먹어야 하는데 거기에 사람이 가득했다. 딱 봐도 나같은 한사람이 들어갈 자리는 전혀 없었다. 자리를 차지하는게 미안할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결국 주린배를 움겨쥐고 다시 광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갔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금방이라도 쓰러질것같았다. 메타세콰이어길과 관방제림은 보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 자전거 타는게 목적이었는데 흑흑








광주역에 내려서 앞에 버스를 타러 갔다.

대인예술시장과 광주예술의거리를 가기 위함! 하지만 기다리는 버스는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고, 대충 지도를 보니 걸어갈만 해서 열심히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배고파 뒤지는줄 알았다. 에라 모르겠다 금남로4가역인가, 여튼 충정로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그린티라떼 그란데 사이즈 시켜서 열좀 식히고 아이폰 충전도 하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좀 했다. 수원으로 올라가는 기차는 5시 25분기차. 지금 시간은 4시! 금남로에서 광주송정역까지 지하철로 30분. 초행길이기때문에 좀 더 여유를 두고 가야하는건데 아무래도 시간이 너무 애매하고 촉박했다. 




결국 4시 반즈음 스타벅스에서 나와 광주송정역으로 향했다.














광주의 지하철 승차권도 대구것처럼 동글동글했다. 대전도 저렇게 생겼다던데, 대전은 언제 가볼라나!

여튼 지하철을 타고 송정역에 내렸다. 마치 수원에서 출발했던것처럼 우유 하나를 사고 기차를 탔다. 내 앞쪽 대각선에 앉은 엄마와 딸이 있었는데 진짜 딸이 인간적으로 너무 시끄러워서 뭐라고 할까 생각까지 했다. 방금 화장실 다녀왔으면서도 또 화장실 가겠다고 엄마를 놀리고, 계속 크게 노래를 부르고 단 한순간도 말하는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아 정말 최악이었다. 점점 기차에 사람이 많아지고 약간 신호를 주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엄마는 민망했는지 결국 이상한 기차역에서 급하게 내렸다. 


내 옆자리에 앉은 남자분은 의자를 끝까지 뒤로 젖혀서 코를 미친듯이 골았다. 나한테 왜 '지금 앉으신곳이 제 자리같은데요' 하다가 '네?' 했더니 '아 아니네요 죄송합니다.' 하고 내 옆에 앉더니 아주 무슨 세상모르게 잔다. 조치원쯤 왔더니 학생들이 타기 시작했다. 천안에 도착하니 학생들은 배로 늘었고 평택에선 기차가 꽉 찼다. 근데 조치원에서 누군가를 본것같은데...아니겠지. 아니겠지? 음? 잘 모르겠다. 







밤 10시 반쯤 집 도착

집 가자마자 엄마가 차려준 밥 먹고 여행 이야기를 좀 풀어놓았는데 갑자기 사촌오빠인 계환오빠가 우리집에 들렀다. 

오빠의 여자친구이자 나의 12년 지기인 지혜가 콘후레이크 먹고싶다고 해서 그거 사주고 걔네 집 근처에 있는 우리집에 잠깐 들른것이다. 아니 평소엔 그냥 지나가다가 갑자기 왜 왔... 덕분에 나는 거의 1시간동안 내 방에 처박혀있었다. 분명히 오빠가 나 만나면 얼마나 잔소리를 해댈지 상상할 수 있었기에 진짜 쥐죽은듯 방에 불도 끄고 혹시 몰라 핸드폰도 진동으로 해놓고 아주 가만히 있었다. 


허 오빠가 '미진이 어디갔어요' 하면서 나한테 전화를 했다. 핸드폰 진동이 미친듯이 울렸다. 진짜 손떨렸음.

엄마는 '어? 아 미진이 해남 여행갔는데 아까 핸드폰 배터리 없다고 하더라, 아마 안받을거야' ... 

마침 아빠가 도착했다. 아무것도 모를 아빠를 위해 내가 미리 카톡으로 '아빠 집에 오면 나 없는척 해 제발 아빠 제발 살려줘' ...

11시 훌쩍 넘어서 돌아간 계환오빠


오빠 조만간 연락 드릴게요. 술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