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from 2013 사진 2013. 1. 21. 01:15



태어나서 처음 시집이라는걸 읽어본게

2010년이었다. 웹서핑하다가 우연히 읽은 시 하나 때문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김민정

 

천안역이었다

연착된 막차를 홀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톡톡 이 죽이는 소리가 들렸다

플랫폼 위에서 한 노숙자가 발톱을 깎고 있었다

해진 군용 점퍼 그 아래로는 팬티 바람이었다.

가랑이 새로 굽슬 삐져나온 털이 더럽게도 까맸다

아가씨, 나 삼백 원만 너무 추워서 그래

육백 원짜리 네스카페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이거 말고 자판기 커피 말이야 거 달달한 거

삼백 원짜리 밀크 커피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서울행 열차가 10분 더 연착될 예정이라는 문구가

전광판 속에서 빠르게 흘러갔다 천안두리인력파출소

안내시스템 여성부 대표전화 041-566-1989

순간 다급하게 펜을 찾는 손이 있어

코트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게서 따뜻한 커피 캔이 만져졌다

기다리지 않아도 봄이 온다던 그 시였던가

여성부를 이성부로 읽던 밤이었다





그리고 심보선 시집,

아직 읽지는 못했다.

조만간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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