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마지막 날

from 2012 사진 2012. 3. 26. 00:57

3/25
제주도 2박3일간의 촬영, 마지막 날!
이날은 영상 촬영이 아니라 취재 촬영차 할일이 많았다.
오전에 일어나서 호텔 근처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을 먹고 기다리니 제주전쟁역사평화박물관의 이영근 관장님이 직접 우리를 픽업하러 오셨다.

현재 다음 희망해에서 활발하게 모금진행중이자 각종 매체에 이슈가 되고있는 제주평화박물관



제주의 아픈 역사를 기록한 이 박물관이 일본에게 넘어갈 위기에 처해있다.
흐, 이 박물관을 만든사람이자 관장님이신 이영근 관장님과 제주평화박물관으로 가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태평양전쟁때 일본이 제주에 100개가 넘는 땅굴을 만들었는데 그 땅굴을 파다가 살아돌아온 사람들 중 한명이 바로 이영근 관장님의 아버지. 제주7대경관이다..최고의 관광지다 뭐다 하지만 이렇게 아프디 아픈 역사를 땅속 깊이 가지고 있는 제주를 어느 누가 알까? 이를 알리기 위해 50억 넘게 들여 부지를 사들이고 매일매일 곡괭이 하나로 아버지가 팠을 그 땅굴들을 파면서 그때의 흔적을을 찾고 계시던게 벌써 14년째...


  돈을 목적으로 시작한것도 아니었는데, 찾아오는 사람들덕분에 유지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닥친 신종플루와 각종 자연재해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박물관을 살리기 위해 시청, 도청, 영향력있는 기업들에 전화하며 요청해보지만 그들에게 돌아온것은 무관심과 어이없는 한마디였다. '왜 우리보다 먼저 나섰는가' 였다. 나서다니... 나서다뇨... 역사를 지키고 보존하고 평화를 외치는 사람에게 나서다뇨. 이 사람들아. 


  일본에서 두번 접촉이 왔다. 일본에서 발견하지 못한 자료들이 희귀자료들이 많다고 했다. 첫번째는 박물관 자료를 팔아라, 두번째는 박물관과 전체 부지를 사들이겠다. 조건 금액은 박물관을 지을 때 사용했던 금액과 은행빚까지 모두 갚고도 남을 금액이었다. 관장님은 주머니 속에서 그들의 명함을 구겼다고 한다. 

  관장님은 박물관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점점 실망하고, 마음이 다치면서 저절로 건강에도 문제가 생겼다. 치아가 하나 둘 빠져 지금은 틀니로 생활하신다. 박물관 유지비용이 한달에 몇천만원을 넘어가면서 이제는 더이상 주변사람들에게 피해줄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관장님. 박물관에 도착하는 길은 그동안 관장님이 겪으셨던 일들처럼 꼬불꼬불거렸지만 앞으로 만날 희망을 말해주듯 환하기만 했다. 








얼마 전 SBS에서 방송된 제주평화박물관 관련 영상과 박물관 관련 영상을 15분정도 관람했다.
눈물이 나서 참느라 힘들었다. 관장님이 우리에게 특히 박물관 이곳저곳을 보여주셨다. 관장님이 그동안 모아오신 전쟁 관련 물건들과 직접 발굴하신것들을 볼 수 있었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한국인도 많이 오지만 일본인이 그 다음으로 많이 온다고 한다. 관장님의 손을 꼭 잡고 대신해서 사과한다고 눈물을 흘리고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밖에도 많은 나라에서 방문한 사람들의 메시지를 적어서 저렇게 보관하고 계신다. 한국말을 배우는 터키인 대학생, 수녀님, 일본에서 견학 온 학생들, 한국에서 역사를 배우고 있는 대학생들 등등











공개된 땅굴에 들어갔다. 입김이 날정도로 으슬으슬 추웠다.
땅굴의 길이는 총 2000미터. 그 어마어마한 길이를 매일매일 파면서 기록하고 정리해놓은 땅굴 지도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때의 상황들을 재연해놓은 모형들도 볼 수 있었다. 땅굴 구석구석 관장님의 손이 닿지 않은곳이 없었다. 뒤쪽에 짧은 산책길을 올라갔다. 바람이 차가웠지만 열심히 올라가니 저 멀리 눈쌓인 한라산도 보였고 풍경도 기가막혔다. 내려가는 길에 쑥이 자라고 있었고 만개하진 않았지만 유채꽃을 볼 수 있었다. 









박물관 내부에서 관장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때 마셨던 따끈한 오미자차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마무리! 
관장님이 같이 식사 하자며 우리를 어디론가 데리고 가셨다. 극구 사양했지만! 관장님께서 너무 감사하다고 꼭 대접해야겠다고 하셔서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이동했다. 자주가는 횟집이 있다며 이동하는 길에 산방산도 볼 수 있었다. 태준찡이 초록색 풀더미가 뭐냐 물으니 마늘이라고 하셨다. 흐흐 








관장님이 데리고 간 횟집!!!! 진짜 뭐라고 하지 완전 뭐지 우선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생선이었고 저 회 한점이 내 한뼘길이 만했다 진짜로! 태어나서 처음 이 가격에 이 미친듯한 반찬과 판타스틱한 맛을 느껴본적이 없었다. 내가 진짜 어떻게든 우리 부모님 모시고 가서 죽는한이 있더라도 이 횟집에는 무조건 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이곳이 어딘지 기억이 안나는게 함정이지만 미연님이 명함을 챙기셨을거라 믿고 있다 하하하, 한라산 두병과 함께 정말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던 식사였다. 관장님께서 공항까지 또 데려다주시고...너무 감사해서 어떻게 보답해야할지... 열심히 모금 홍보하고 기부하는것밖엔 돌려드릴 수 있는게 없는것같다. 




위 사진은 아까 평화박물관 언덕 올라갔을 때 찍은 파노라마 사진.




제주공항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 하고 쉬다가 기념품좀 사고 비행기를 타자마자 미친듯이 잤다.
오후 7시 반쯤 김포공항 도착. 미연님은 택시타고 회사로, 태준찡은 지하철타고 집으로, 나는 수원까지 가는 버스를 30분이나 기다려서 탔다. 집에 오자마자 너무너무너무 피곤했지만 영상 만들 부담감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아 걱정이다. 잘 만들 수 있을까? 뭔가 엄청난 짐을 떠맡은것같다. 내일은 한국콘텐츠아카데미에서 에펙강좌를 신청해야겠다. 잊지말고 꼭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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