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mon)
새 이불 깔자마자 쉬 실수해버리는 이상한 법칙. 수아는 먹다 남은 떡갈비랑 밥이랑 조물조물 주먹밥 해서 아침 먹이고 등원시켰다. 주말 내내 할머니랑 붙어있다가 어린이집 가려니 싫었는지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슬프지만 그래도 잘 다녀와서 오후에 보자 하고 헤어지고 집에 왔다.
엄마랑 둘이서 두런두런 얘기하고 놀고 밥도 먹고 그랬다. 결혼 하고 나서야, 아이를 낳고 나서야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던 엄마의 행동들. 그녀의 강인함과 지혜로움을 나는 아마 반도 못 따라 가겠지. 우리 둘 어떻게 키웠냐고 물어보면 기억이 안난다고만 한다. 어우 난 말썽피우고 사고치고 나쁜짓한것만 기억나는데 엄마는 하나도 기억 안 난단다. 안 날리가... 그나저나 결혼하고 엄마랑 여행간게 딱 한 번인가. 심각하다 심각해. 2025년에는 수아랑 데리고 꼭 다녀와야겠다.
오후엔 집 청소하면서 작아진 수아옷을 무료나눔으로 당근도 하고, 청소하고 나서 수아 데리러 갔다.
수아 하원! 할머니가 숨어있다가 까꿍하며 나왔더니 수아가 세상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뒷모습만 봐도 신났다.
수아한테 할머니 오시는데 뭐 먹고싶냐고 물어봤더니 "할머니 김밥 먹고싶어" 라고 했지. 그래서 오늘은 할머니표 김밥을 말아서 저녁 해결했다. 뭐 따로 사지 않고 집에 있는 양배추, 당근, 콜라비, 계란 지단 넣어서 간단하게 싸먹었다. 콩나물국도 끓이고, 엄마가 수아 좋아한다고 연근조림까지 해줘서 그걸로 저녁 해결! 수아 씻기고 재우고 나도 누웠는데 잠이 안 왔다.
2/4 (tue)
새벽 3시 넘어서 잔 것 같다. 하 수아가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할머니 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일찍 일어난 엄마는 우리가 깰까봐 조용히 계시다가 수아가 방문 열고 나오는 순간부터 움직인다. 덕분에 나는 8시까지 푹 자고 일어나 다 같이 먹을 빵을 꺼내고 우유를 데웠다.
든든히 먹고 다같이 나왔다. 수아 등원시키고 집 앞 세탁소에 들렀다. 수아가 깔고 자는 이불이 튿어져서 누벼야겠더라. 미싱만 20년 가까이 해온 울 엄마랑 세탁소 아주머니랑 대충 의견 교환 하시더니 4천원에 합의하고 맡기고 나왔다.
그리고 이마트엘 왔다. 쇼핑도 하고 점심도 먹을겸!
장 보기 전 먼저 이른 점심부터 먹었다. 입구 들어가면 이 식당때문에 쌀국수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사람이 많길래 먹어보기로 했다. 엄마는 쌀국수를 좋아해서 자주 먹는데, 이 집 쌀국수가 나쁘지 않다며 맛있다고 했다.
장을 봤다. 엄마가 요 며칠 우리 집에서 요리를 하다보니 필요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라며(아니 내가 열심히 사다놨는데도...) 간장도 사고 김밥김도 사고 설탕도 사고 수아 해먹인다고 메추리알도 사고 장조림용 한우도 사고 허허 또 잔뜩 사가지고 집에 왔다. 금방 수아 데리러 갈 시간이네. 수아 데려오고 엄마랑 나랑 번갈아가며 수아 보다가 저녁 먹었다. 소고기 굽고 연근조림과 메추리알 장조림, 그리고 어묵탕 끓여먹었다. 수아가 아주아주 잘 먹었다. 너무 완벽한 조합의 반찬들이잖아... 흐흐 수아 씻기고 재우고 나도 꿀잠잤다.
2/5 (wed)
아침은 수아가 좋아하는 메추리알 장조림, 버터, 밥 넣고 섞어줬다. 고소하고 짭짤, 달달해서 잘 먹는다. 수아 등원시키고 집 오는 길에 세탁소 들러 이불 누빈거 찾아왔다. 튼튼하게 잘 해주셔서 다행!
점심은 엄마표 김밥 왕창 먹었다. 시어머님이 주신 김장 김치도 꺼내먹었다. 두 달 지났더니 푹 익어서 주말에 김치찜 해먹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네. 내가 젤 좋아하는 엄마표 어묵감잣국도 먹구 진짜 좋아하는것만 가득한 식탁이었다. 수아 먹일 수제햄 만들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금세 하원이다.
집 와서 실바니안 갖고 놀고, 수아 저녁 차렸다. 엄마표 감자된장국, 수아 좋아하는 오이무침, 오늘 만든 수제 햄 구이, 엄마표 장조림까지 내어주니 싹싹 아주 잘 긁어먹었다. 일찍 씻기고 일찍 재우고 나오니 9시다. 역시나 잠이 안 와서 2시 반 넘어서 잤다.
2/6 (thu)
할머니가 계셔서 그런가 수아가 아침에 넘 일찍 일어난다. 7시도 안 돼서 일어나서 할머니한테 쪼르르 달려갔다. 아침엔 빵이랑 우유 간단히 먹이고 등원시켰다. 오늘은 오빠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이기도 하고, 엄마도 다시 수원으로 내려가는 날. 저번에 할머니 이제 집에 가신대 하면서 등원 했다가 그날 수아가 아침 내내 오열한다고 데리러 가라고 어린이집에서 전화 온적이 있던터라 할머니 이제 집으로 내려가신다는 말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등원길에 조심스레 이야기해봤는데 오! 생각보다 수아가 "웅 알았어요. 할머니 잘가요" 하는게 아닌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오늘 아빠가 집에 오는 날이어서, 할머니가 집으로 내려가는게 많이 슬프지 않았던 것 같다. 허허... 엄마는 뭔가 서운하지만 그래도 울지 않고 잘 들어가서 다행이라고 했다. 쩝
수아 등원시키고 다시 집에 와서 엄마 짐도 정리했다. 오랜만에 집에 올라와 며칠 지내보니 코팅팬도 다 벗겨지고, 수아 전집도 오래된 것 같아며 용돈 두둑이 챙겨주고 가셨다.
날이 은근 서늘해서 마트에서 핫팩 하나 사서 열심히 흔들어 손에 쥐어주고 보냈다. 도대체 2028년에 GTX-C 노선 완공 예정이더라. 그때 되면 수원 - 창동 오며가며 좀 수월해지겠지. 좀 더 크면 수아도 혼자 갈 수 있겠지(먼 미래) 참 역에 다 왔는데 엄마가 집에 지갑을 놓고 와서 다시 한 번 왔다갔다 하느라 좀 힘들었음...
집 와서 청소하니 1시간 뒤에 오빠가 집에 도착한단다. 7시 반쯤 인천공항 떨어져서, 회사에 보고하러 회사 들렀다가 이제 집에 온다고. 흑흑
그래서 부리나케 오빠를 위한 서프라이즈 선물을 포장했다.
올해 오빠가 입사한지 10년이 됐고 차장으로 진급했다. 그저 그저 그저 우직하게 사건 사고 없이 출퇴근 잘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별거 아니지만 평소에 오빠가 관심있던 브랜드의 카드지갑으로 골랐다. 프라다 홈페이지에서 가방을 구경하던 그의 모습. 내가 가방은 나중에 꼭 해줄게. 흐흐 그리고 오빠는 가끔 카드지갑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거나, 차에 놓고 내리거나, 어떤 바지주머니에 있는지도 모르거나 할때가 많은데 아마 비싼거 사주면 그럴 일은 안 생기지 않을까 싶네.
4박 5일 자카르타 출장 다녀온 오빠 도착. 오자마자 선물 건넸더니 엄청 좋아했다. 그리고 거기서 사온 초콜렛이나 과자나 맥주같은거 실컷 구경하구 점심 먹으러 나갔다.
사누끼 가서 돈까스 먹었당. 난 오빠가 매콤하고 칼칼한거 찾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돈까스를...
세븐 일레븐 들러서 성시경 와인이라는 앨런 스콧 쇼비뇽 블랑 한 병 사왔다. 음 한 번 마셔봐야지
집에 와서 오빠 짐 정리하고 빨래 돌리고 청소하고 이제 수아 데리러 나가려는데 눈이 억수로 온다.
앞이 안 보일정도로 내렸다. 갑자기 내린 눈 때문에 도로와 길가가 엉망이었다. 도로에선 계속해서 클락션 소리가 가득했고 차들은 내리막길, 오르막길에서 우왕좌왕 하고있더라. 여튼 수아 하원! 내가 데리러 갔는데 뒤에서 오빠가 나타나니깐 수아 표정이 뭔가 잘못 봤나? 눈을 다시 비벼서 동그랗게 뜨고 아빠인거 확인하고 활짝 웃는 딱 영화같은 표정이었다. 아 얼마나 웃기던지 진짜 수아는 좋아서 방방 뛰면서 아빠만 따라다녔다.
당연히 집에 안 가고 눈 만지러 가야지. 했는데 눈이 좀 많이 오는데? 눈 쌓이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오빠한테 집에서 썰매랑 어른들 장갑 가지고 오라고 하고 수아랑 눈 만지면서 놀았다. 수아 옷 위로 눈 쌓이는걸 보니 좀 무서웠다. 눈이 어떻게 이렇게 많이 오나 싶었다. 그러든지 말든지 수아는 신나게 눈을 밟고, 만지고, 굴리면서 놀았다. 방수바지 입지도 않았는데 허허...
해가 지고
오빠가 가져온 썰매를 조금 탔다. 자기 주장이 어찌나 쎈지 수틀리면 안 한다고 던져버리고, 맘에 안 들면 진정될때까지 울고 불고한다. 나는 그냥 다 울때까지 기다렸다가 울음이 잦으면 그때 설명해주곤하는데, 하 점점 울음도 세지고 길어지고 쉽지 않다.
집 앞 놀이터 가서 빗자루로 눈 쓸어요 라길래 또 열심히 걸어갔다. 어르신들이 운동 삼아 비질 하려고 가져다놓은 빗자루 꺼내서 열심히 비질하고, 나름 눈 쓸며 청소도 하고 땀도 내고
둥글고 기다란 미끄럼틀을 엎드려 내려오는 바람에 얼굴에 눈이 잔뜩 묻었다. 다치진 않았지만...하... 진짜...
꼭꼭 숨어있던 검은고양이도 만나고 신나게 놀고 집에 들어왔다. 저녁은 된장국, 오이무침, 메추리알 장조림, 감자전 구워서 맛있게 먹고 후식으로 딸기 먹고 씻기고 재웠다.
2/7 (fri)
흑흑 수아 새벽에 쉬 실수하고... 자다가 일어나서 날 깨우는데 그 순간 그냥 침대에 쉬를 해버렸다. 축축...뜨끈... 다시 재우고 일어나서 아침 먹였다. 블루베리 남은 게 있어서 으깨서 핫케이크 가루랑 계란, 우유 넣고 블루베리 핫케이크 해먹었다.
어제 눈이 엄청 왔는데 아침 기온이 낮아서 눈이 단단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등원길 넘 추워서 따뜻하게 입히고 나갔다. 집 와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점심은 집에 있는 반찬으로 간단히 먹었다.
순식간에 하원.
눈이 또 온다.
어제 썰매 타고 놀았던곳에 갔더니 누가 엄청 귀여운 눈사람을 만들어놨더라. 똘망똘망한 눈빛에 비해 소박하고 작은 팔이 어찌나 귀엽든지. 수아가 같이 사진 찍어달래서 열심히 사진도 찍어줬다.
귀여운 고양이 발자국도 엄청 많이 봤다.
고드름 따고 고드름 노래도 불렀다. 이렇게 큰 고드름은 수아도 처음 볼 듯? 옛날엔 동네 곳곳에 고드름 참 많았는데. 심지어 엄청 깨끗하고 투명하고 두껍고 단단한 고드름들이었지.
주차장 차에 고드름이 엄청 많길래 몇 개 뜯어서 수아랑 갖고 놀다가 버리고 집에 들어왔다. 저녁은 에어프라이어에 통목살= 굽고, 메추리알 장조림, 어묵 야채 볶음, 오이무침해줬더니 잘 먹었다. 수아 씻기고 재우고, 오빠는 야식으로 치킨 먹고. 나는 그냥 수아 잘때 씻지도 않고 자버렸다. 하하하 누가 내 눈을 본드로 붙여놓은 줄... 눈이 안 떠짐...
2/8 (sat)
와 잠 들자마자 그냥 푹 자고 일어났다. 가끔 한 번씩 이렇게 기절하듯 자다 일어나면 "아, 맞아 진짜 잠만 잘 자도 삶의 질이 확 올라가지" 라고 몸소 느끼지만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일찍 자는 날은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지 뭐. 새벽 내내 가는 시간 아까워 뭐라도 하고 뭐라도 붙잡고 있게 되지.
여튼 오늘은 수아가 아침 메뉴로 주문한 간장 버터 계란밥 두 그릇 차려서 하나는 수아, 하나는 오빠 먹이고! 밥 다 먹고 칭찬 스티커 붙이고 까투리 20분 보여줬다. 몇 주 전부터 시작했던 칭찬스티커. 한 판을 꽉 채웠네! 밥 먹을 때 책을 보거나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고, 반찬까지 싹싹 긁어 먹으면 스티커를 붙이게 해줬다. 야채를 꽉 채울때마다 수아가 좋아하는 엄마까투리를 20~30분 보여주었다. 이제 장난치지 않고 밥 다 먹는건 어느정도 할 줄 아니깐, 다른 규칙으로 칭찬스티커를 붙여봐야겠다.
여튼 오랜만에 @이케아 고양
11시 반 넘어서 도착했는데 레스토랑에 사람이 많더라. 수아가 벌써 배고프다고 바로 밥 먹자고 해서 자리 잡았다.
애들 놀 수 있는 공간에 아무도 없길래 좀 놀다가
오빠가 알아서 주문해온 식사! 돈까스, 닭다리살구이, 연어샐러드, 크림파스타, 콘샐러드 가져왔는데 수아는 돈까스랑 밥, 감자튀김만 먹고 나머지는 거의 안 먹었다. 이마저도 별로 맛이 없는지 배가 부른지 별로 먹지 않았다.
밥 다 먹고 오빠가 아이스크림 두 개 사와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실컷 수다 떨구 놀았다. 수아가 "이거 다 먹으면 물찌똥(설사) 나오니깐 조금만 먹어야돼" 라고 해서 한참 웃었다.
화장실 갔다 와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저 몰라 이젤 사고싶어서 당근 직전까지 갔는데 실제로 보니깐 너무 크고 자리차지도 많이 하는 것 같더라. 그냥 집에 있는 책상에서 그리고 놀고 하면 될 듯. 자석 칠판같은건 하나 사고싶긴 하다. 참 온김에 클레이 사려고 했는데 하나도 없었다. 뭐지;
오 이케아 주방놀이가 새로 나왔나보다. 실트루트. 컬러가 좀 밝으면 좋을텐데 애매하네. 가격은 89,900원이다. 비싸당. 수아가 여기서 한참을 놀더라. 컵 장난감을 잘 갖고 놀길래 하나 담았다.
새로 나온 인형들도 엄청 귀여웠다. 벌 인형이랑 부엉이 인형 진짜 넘 귀여웠음.
수아가 크고, 우리도 올해 안에 이사를 계획중이라 아이방 구경하는 게 재밌었다. 아 이렇게 해주면 좋아하겠다, 이거 놔주면 재밌겠다 하면서 수아랑 오빠랑 나랑 한참을 구경했다. 수아도 예쁜 침대와 책상과 조명들이 마음에 드는지 작은 곰인형 하나 들고 다니며 이곳 저곳 누워보고 들어가보고 앉아보았다.
일렉기타가 붙어있는 방에서 방 구경은 안 하고 기타 연주만 하는 둘. 수아 악기도 하나 사주고싶은데 고민이네. 피아노, 기타, 바이올린 뭐가 좋을까.
급 피곤해진 그녀... 밥 먹고 졸린지 짜증짜증내길래 좀 안고 다녔다. 어우 이젠 넘 무거워서 못 안고 다니겠다.
뭐 사지도 않았는데 5만원 넘고 하하 나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하나씩 더 먹었다. 수아는 바닐라, 나는 초코 먹었는데 와 초코 진짜 맛있더라. 고디바라고 해도 믿을정도로 달고 부드럽고 초콜렛도 씹히는 게 넘 내 스타일이었다. 여튼 집 오는 길 수아는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반복하고 당근거래 살 게 있어서 잠깐 거래 하고 집에 들어오니 오후 5시다;;;; 저녁은 간단히 떡만둣국, 떡갈비, 배추된장무침, 어묵볶음 먹었는데 다들 잘 먹었다. 손질해둔 파인애플이 있어서 후식으로 파인애플 먹고 씻기고 재우고 하루 끝!
2/9 (sun)
일요일 오늘은 자유부인의 날! 아침밥 차리려고 일어나지도 않았고 자고싶은만큼 자고 뒹굴거리다가 일어났다. 수아 아침밥은 오빠가 알아서 챙겼다. 메뉴가 뭔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씻고, 나갈 준비해서 점심 먹기 전 11시에 그냥 나왔다. 오빠랑 수아랑 오늘 뭐할지 물어보지도 않았고, 나갈때 입을 옷이나 준비물을 챙겨주지도 않았다. 오롯이 나 혼자만 생각했다. 다음엔 혼자 자고 혼자 일어나서 혼자 밥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씻고 다시 혼자 잠드는 걸 하고싶군... 쨌든
나는 명동에 왔다. 약속 시간은 5시였고 약속 장소는 서울역이었다. 명동에 깔리고 깔린 스타벅스 중 아무데나 들어와서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벤티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두 번 넣고, 치킨랩 하나 시켜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거의 4시 반까지 여기서 죽치고 하고싶은거 했다. 노트북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거나 그냥 엉덩이 터질때까지 앉아있었다. 그냥 좀 벗어나고 싶었던거같다. 쇼핑을 하거나 돌아다니거나 그러고싶지도 않았고,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다.
그렇게 약속 시간 맞춰서 김송신이전 만나서 @어슬 서울
곗돈이 꽤 두둑하게 모여서 신년회 느낌으로다가 맛있는 한 끼 식사 하러 만났다.
13층이었나? 고층뷰가 넘 예뻤다. 게다가 오후 5시라 적당히 차분해진 색감이 분위기 잡는데 한 몫 한 듯. 근데 우리는 분위기 잡을 필요 없고 그저 수다 떨기 바빴다.
아래는 여자 5명이서 주문한 어슬 서울의 메뉴. 총 8개 주문했다.
돌문어 피스타치오 파스타 good good
칠게 강정 good
어슬 소갈비찜 good
잣소스로 버무린 관자와 홍새우
명태회 들기름 파스타
우렁된장 크림리조또
감자전 good good
새우 송화버섯전
술은 천비향 약주, 한영석 청명주 두 병 마셨다.
한식 파인다이닝이지만 기본적으로 나오는 밑반찬같은 게 없어서 아쉬웠다. 요청하면 됐을지도?
메뉴 주문하고 바로 술부터 나왔다. 천비향 약주.
술 즐기는 송씨 친구가 이 술을 마시고 너무 맛있어서 양조장까지 다녀왔다길래 한참 깔깔대고 웃으며 고민도 없이 주문했다. 한 잔 마셨는데 데 은은한 단맛이 마음에 들었다. 홀짝홀짝 마시게 되더라.
처음으로 새우 송화버섯전이 나왔다. 세 접시 시켜서 다 같이 맛을 보았다.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명태회 들기름 파스타. 들기름 맛이나 향이 잘 안 나서 아쉬웠다. 콜드파스타인지 몰랐음. 콜드파스타 안 좋아해요.
돌문어 피스타치오 파스타! 난 이게 제일 맛있었다. 문어는 없어도 될정도로 피스타치오 베이스 소스가 너무너무 맛있었다. 소스를 그냥 싹싹 긁어먹고싶을정도! 사진은 없지만 우렁된장 크림리조또도 먹었다. 그냥... 된장 크림 리조또 맛이었다. 그닥.
어슬 소갈비찜. 하나 시켰는데 5명이서 두번씩 나눠먹기 괜찮았다. 갈비는 아주 부드러웠다. 아래에 깔린 달큰한 당근 소스를 발라 먹으니 갈비의 강한 맛을 부드럽게 바꿔주는 그런 맛이었다! 소갈비찜이 뭐 맛이 없을 수가 없지...
7시가 다 돼가서 주문한 메뉴인 잣소스로 버무린 관자와 홍새우. 두 접시를 시켜서 나눠먹었다. 플레이팅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봤다. 상큼하고 시원한 샐러드 먹는듯 입이 개운했다.
감자전! 와 이런 감자전은 처음 먹어봤다. 바삭하고 두툼한데 기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담백하고 뭔가 감자 과자 같은 느낌이고! 너무 감자맛이 나는것도 아닌, 그렇다고 특정한 맛이 있는것도 아니고 하 감자전 정말 맛있었다.
살짝 아쉬워서 주문한 한명석 청명주! 당도가 낮고 산미가 있는편이다. 이것도 맛있어서 홀짝홀짝 마셨네.
친구들의 모습을 많이 담았지만 표정과 얼굴은 가려야 할 것 같아서 흐흐... 김송신이전 곧 20주년 되겠다... 고2때 만나고... 고3때 만나고... 스무살에 만난 애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제 세 명은 애 엄마가 되고, 한 명은 결혼하고, 한 명은 커리어우먼으로 살고있네. 다들 다른 삶을 살고 있어서 그래서 오히려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다. 스펙트럼 넓은 이 친구들이 좋다. 오래오래 해야지.
이용 시간이 있더라... 주말은 2시간 30분... 5시에 들어와서 7시 반 좀 안 돼서 부리나케 나왔다. 그리고 조금 아쉬워서 어디서 한 잔 더 해야지 하고 찾아 들어온 게 @서울역 더 플레이스
7시 반 조금 넘어 들어갔더니 영업시간 9시까지라고 안내했다. 괜히 눈치보여서 사람들 있나 없나 보니 그래도 몇 팀이 남아있었다. 직원들 표정은 똥씹은 표정이고... 서빙하다가 치킨이 테이블에 떨어져도 사과조차 할 힘도 없나봄... 그러려니 하고 여기서 와인이랑 치킨, 샐러드 먹으며 9시 꽉 채워서 나왔다. 다음에는 꼭 1박으로 편하게 먹고 편한 옷 입고 편하게 쉬면서 그렇게 놀기로 약속했다. 5명 어찌 다 각각 다른 방향으로 찢어지는지 웃기다 웃겨. 그렇게 집으로 향했다. 오빠가 주문한 밤식빵 대신 카스테라 빵이랑 밀키스 사서 집에 들어갔다.
아빠랑 신나게 놀았는지 낮잠을 거른 수아는 8시도 안 돼서 잠들었단다. 도란도란 오늘 있던 일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식사자리에서 마셨던 약주의 취기가 이제야 올라오는지 뭐 대충 씻고 바로 기절해버렸다. 노는것도 체력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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