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3 (mon)

 

지난 일요일부터 수아의 응가 상태가 좋지 않아 눈 뜨고 밥 먹고 어린이집 째고 소아과에 갔다. 월요일 소아과 예상은 했다만 9시 30분에 접수했더니 내 앞에 40명이 있다고 떴다. 간호사 쌤한테 "오늘 오전 중에 진료 가능한거예요?" 물었더니 "네 당연하죠 한 2시간 뒤에 오시면 돼요" 

 

 

 

 

이 소아과는 집까지 한 번에 가는 대중교통도 없고, 밖은 너무 추웠기에 어찌 할까 고민하다가 소아과에서 가까운 시댁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어머님 아버님은 출근하시고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 티비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그렇게 2시간을 보냈다. 11시 반이 되자 앞에 5명 남았다고 알람이 왔다. 정오가 넘어서야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장염은 아니고, 심한 설사도 아니어서 장운동조절하는 약과 혹시 심해지면 먹일 지사제 받아서 나왔다. 

 

 

 

 

 

 

아침에도 죽, 점심에도 죽을 먹였다. 배가 고픈지 허겁지겁 먹고... 배고파하길래 뭐 줄 수 있는게 없나 알아보니 덜 익은 바나나는 괜찮다더라! 마침 집에 살짝 초록색 꼭지를 가진 바나나가 있어서 그걸 줬더니 아주 잘 먹었다. 

 

 

 

 

 

 

아침에 세 번 설사하고, 점심 이후 세 번 설사한 수아. 몸에 힘도 없고 배도 살살 아프다고 하니 계속 걱정이다. 그래도 먹는 족족 쫙쫙 나오는 게 아니라 다행이긴 한데 쨌든 오랜만의 설사 이슈라서 설사에 좋은 음식, 저녁 메뉴 등등 알아보느라 바빴다. 수아는 기진맥진했는지 오후 3시 넘어서 늦은 낮잠을 잤다.

 

 

 

수아 저녁을 뭘 줬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계란죽을 줬던거같기도 하고... 여튼 죽을 먹였다. 약 먹이고 일찍 재웠다. 낮잠을 늦게 잠들어 늦게 일어났는데도 몸에 힘이 없는지 금방 잠이 들었다. 죽만 먹어서 기력두 없을거고! 내일부턴 기름기 없는 고기, 생선같은걸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후 계속되는 수아의 콧물, 기침, 고열 간병하느라 지쳤는데 플러스 설사까지. 삼시세끼 밥먹이고 약먹이고 똥치우고 으아! 요 며칠 은은하게 먹고싶었던 국물닭발을 시켜버렸다. 닭발은 가끔 먹지만 국물닭발은 처음이었는데, 칼칼하고 개운하고 쫄깃한 닭발과 토핑으로 추가한 한우대창까지 아주 완벽했다. 시원한 백화수복 한 잔 곁들여 맛있게 먹고 푹 잤다.

 

 

 

 

 

 

 

12/24 (tue)

 

 

 

7시 반쯤 일어난 수아. 아침은 계란죽을 줬다. 맛있다고 싹싹 긁어먹었다. 오늘도 수아는 가정보육! 예쁜 응가 나올때까지는 데리고 있어야지. 아침 먹고 응가를 했는데 오! 정상변 나왔고 설사가 살짝 섞여 나왔다. (계속 똥 이야기를 해서 조금 죄송합니다) 굳굳 좋아지고 있어!

 

 

 

 

 

수아도 컨디션이 좀 좋아졌는지 월요일과 다르게 힘이 넘쳤다. 점심은 소고기 다짐육 넣고 죽 끓여 먹었다. 

 

 

 

 

 

 

그리구 1시부터 3시까지 푹 자고 일어남. 오늘도 간식으로 덜 익은 바나나를 먹고 저녁 먹기 전까지 실바니안 갖고 놀았다. 콧물 기침이라도 없었으면 밖에 나갔다왔을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그냥 집에 처박혀서 시간 보내려니 미치는 줄 알았다.

 

수아가 저녁 먹기 전 살짝 설사를 했다. 그래도 이전처럼 좌르륵 나오진 않았다. 수아 저녁은 사과닭고기조림, 감자구이, 삶은달걀 줬더니 잘 먹었다. 퇴근한 오빠에겐 고등어구이랑 계란국 내어줬다. 간단히 차려줘도 넘 잘 먹는 고마운 오빠...흐흑

 

 

 

 

자기 전까지 방구 뿡뿡 끼면서 응가 하려는 신호는 보내는데 결국 응가는 안 하고 잠들었다. 수아가 저번주에도 말했지만 산타할아버지랑 만나기 싫다고 무섭다고(...) 하는 바람에 수아 잘때 몰래 왔다가 가실거래! 자고 일어나면 트리 밑에 수아 선물이 있을거야. 몇 번 이야기 해주고 잤다.

 

 

 

 

 


수아가 아파서 아무생각 없었는데 아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구나. 수아 재우고 나오니 밤 10시던가; 그제서야 수아가 갖고싶다고 했던 선물 포장도 하고 오빠가 산타 분장해서 사진을 남기기로 했다. 선물도 하루 전날 쿠팡에서 급하게 샀음. 하하하하

 

 

 

 

 

산타가 베란다를 통해 집으로 들어오는 중. 근데 베란다에 발자국 안 보임 이슈... 우측 하단 산타옷 포장지 이슈...

 

 

 

 

 

수아 어린이의 선물을 들고 있는 중

 

 

 

산타가 우리집에 들어온 흔적... 뒤늦게 만들어봄

 

 

 

 

 

 

 

다이소에서 산 산타복 입고 열심히 사진 찍어서 뿌듯했는데 요즘은 산타할아버지 합성하더라... 하긴... 세상이 너무 좋아졌지... 아직은 티가 나도 믿어줄 나이인데 합성할 생각을 전혀 못했넹. 흐흐 사진 다 찍고 정리하고 오빠랑 맥주에 과자 먹으며 하루 마무리했다.

 

 

 

 

 

 

 

12/25 (wed)

 

오늘도 어김없이 수아는 나보다 일찍 일어났다. 수아가 크리스마스 선물 뜯는 모습을 놓칠까봐 나도 급하게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수아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엄마까투리 퍼즐과 거북이 인형! 수아가 갖고싶다고 했던 건 '개구리 인형'이었는데 내 마음에 드는... 개구리 인형이 없어서 그냥 쿠팡에서 한사토이st 거북이 인형을 주문했다. 생각보다 적당한 사이즈에 부드러운 촉감에 실사에 가까운 묘사가 더해져 딱 마음에 들었다. 엄마까투리 퍼즐은 그냥 수아가 엄마까투리 좋아하고 퍼즐도 좋아하니깐 사봤다. 그런데 피스가 막 70개 넘는 피스의 퍼즐이고 일반 퍼즐 모양이 아닌 둥글둥글 어려운 퍼즐이라 수아가 맞추면서 짜증을 많이 냈다. 하하하

 

 

 

 

 

 

 

한바탕 선물 뜯고 닭고기랑 양배추 갈아서 죽 해먹고 바나나까지 먹고 시원한 응가까지 나오고 감기약 먹고 나갔다. 아직도 콧물이 줄줄줄인데 크리스마스라 어디라도 나가야 할 것 같아서 수아가 좋아하는 실바니안 보러 잠실 롯데월드몰에 갔다. 롯데월드몰에 12시 좀 안 돼서 갔는데 거의 만차라 아슬아슬하게 차를 댔다. 점심은 국수집 웨이팅해서 들어갔다. 고기국수였는데 뭐 양은 적고 비싸기만 하고 그렇지 뭐. 수아가 잘 먹어서 다행이었다.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실바니안 팝업을 한다길래 일부러 여기까지 왔다.

 

 

 

좁디 좁은 매장에 사람은 뭐 이리 많던지... 수아는 실바니안 마을에 정신이 팔려서 미동도 없이 구경만 했다. 우리도 구경만 할 생각으로 왔던건데 수아가 너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보고있던지라... 수아야 뭐 하나 골라! 엄마아빠가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했는데! 고르지도 않고, 갖고싶은것도 없다고 하고 허허허 그러다가 겨우겨우 실바니안 기차놀이 하나 골라서 계산하구 나왔다.

 

 

 

 

이게 기차가 바퀴가 굴러가는 게 아니고 그냥 플라스틱이라서 레일 따라 굴리는 맛은 없다. 자꾸 선로 이탈하고 그러니깐 수아는 짜증나서 울기만 함. 하하하

 

 

 

 

 

여튼 실바니안 하나 사고, 바로 앞에 커다랗게 장식해놓은 실바니안들 사이에서 사진도 찍었다.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매장마다 이벤트를 하더라. 폴로 매장에선 길쭉한 풍선으로 이것저것 만들어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딱 우리 앞에서 이벤트가 끝났음... 수아가 풍선 달라고 달라고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런거보면 4만원짜리 실바니안보다 걍 강아지 풍선 하나 어디서 가져오는게 나았을지도) 

 

 

 

 

 

 

 

밖에선 무슨 크리스마스 마켓인가 어디 해외꺼 가지고 와서 비슷하게 한답시고 사람이 진짜 바글바글. 무슨 대기가 400명이라고 계속 안내하는 사람이 고래고래 외치는데 어우. 멀리서 아주 멋진 트리 한 번 보는것만으로도 족했다. 인파에 지쳐 집으로 향했다. 근처 빵집에서 파운드 케이크 하나 사서 들어왔다.

 

 

 

 

저녁메뉴는 아롱사태수육... 파스타... 간단히... 간단하지 않아... 

 

 

집 오자마자 옷도 안 갈아입고 아롱사태 1kg 핏물부터 빼기 시작. 500g은 한우, 나머지는 미국산인데 확실히 때깔부터 좀 달랐음. 하하

 

 

 

 

 

핏물 뺀 아롱사태와 양파, 마늘, 월계수잎 넣고 1시간 끓였다. 그 사이에 수육에 깔 야채를 손질했다. 어렵진 않은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나같이 성질급한 사람에겐 좀 답답한 음식임. 근데 건성건성해도 있어보이는 음식이라 또 그건 괜찮음.

 

 

 

 

 

완성. 수아는 밥 차려주면 국물을 잘 안 먹는데 오랜만에 이 아롱사태 수육 국물을 들고 마셨다. 고기 육수도 육수지만 채수가 진짜 시원하고 달짝지근하고 맛있었다. 쯔유 세 숟가락에 간도 완벽하게 됐고! 한살림 코인육수 쓰는 엄마 반성할게... 가끔 이런 진득한 국물도 내어줄게...가끔 가끔... 마지막엔 당면까지 넣어서 자작하게 끓여먹었다. 파스타도 야금야금 집어먹었네.

 

 

 

 

우리 가족 배터지게 먹고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촛불 불었다. 케이크 대신에 건포도와 크렌베리가 들어간 파운드케이크를 사왔다. 수아가 어찌나 잘 먹던지! 살짝 계피향이 나는데도 우걱우걱 잘 먹었다. 요즘 항상 "빵 먹고 우유 먹으면 더 맛있어", "밥 먹고 고기 먹으면 더 맛있을거야. 엄마두 한 번 먹어봐!" 하며 음식 조합(?)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해준다. 내가 무의식중에 했던 말들인가... 싶기도 하고...

 

 

종일 많이 먹던 수아는 배가 아프다고 해서 엄마손 약손좀 해주고(그럼 금방 나아진다고) 수아 씻기고 재웠다. 

 

 

 

 

 

 

 

 

12/26 (thu)

 

수아 잘때 같이 잠들고 일어났다. 와 일어났는데 오른쪽 눈이 안 떠지는거다. 봤더니 눈이 시뻘겋고 눈꼽같은게 잔뜩 껴있었다. 얼굴과 몸은 팅팅 붓고 목도 코로나 걸렸을때처럼 칼칼하고 침 넘기기가 힘들었다. 와 내가 감기는 몇 번 걸렸어도 눈에 문제는 없었는데 눈꼽까지 낀걸 보니 진짜 몸상태가 심각하구나 싶었다.

 

이번주 들어 처음으로 수아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선생님이 날 딱 보자마자 헐 어머니 왜이렇게 몸이 안 좋아보이시냐고 자기가 여태까지 봤던 내 모습중에 가장 힘들어보인다고 눈도 충혈되고 얼굴도 많이 부은것같다고 (나 마스크 끼고 안경까지 꼈는데...) 수아 잘 돌볼테니 좀 쉬라고 하셨다. 와 그정도로 안 좋아보였나...

 

 

 

 

 

 

그런데 오늘은 한달을 넘게 기다려 안경 피팅 받으러 가는 날. 2017년 파리 안네발렌틴 매장에서 산 안네발렌틴 판진. 한 5년 썼는데 어느날 보니 코받침이 깨져있고, 나사도 많이 헐거워져 집에서 관리하기 어렵게 됐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면 안경이 푹 떨어질 정도로 피팅이 아예 안 된 상태라 올해 가기 전에 꼭 받아야지 했지. 검색해보니 이수역에 있는 스탠다드안경원이 피팅을 잘 한다고 해서 걍 가봐야지 했다가 와.... 피팅은 거의 한달 전에 예약해야 갈 수 있더라. 나도 온갖 날짜 다 대기 걸어뒀다가 들어가보니 12월 26일 오전에 자리 남았길래 잽싸게 예약했다. 휴 그게 거의 한 달 전이었음.

 

 

 

수아 거의 9시에 어린이집 맡겨두고 바로 튀어나옴. 이수역 도착해서 스탠다드 안경원 가니 10시 20분쯤 됐다. 외관이 엄청 고급스러운 안경점이었다. 들어가니 내부는 깔끔하고 조용했고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자리도 안내해주시고 따뜻한 차도 주셨다. 그에 반해 나의 상태는 병든 닭마냥 퉁퉁 붓고 눈은 빨갛고 눈에 눈꼽이라도 꼈을까 계속해서 확인해보는 나약한 나의 모습...

 

 

 

 

 

일기에 피팅 후기를 쓰려다가 말도 길어지고, 좀 더 자세히 써야겠다 싶어 따로 글을 올리려고 한다.

1. 코받침 깨졌는데 교체해주심

2. 쓰고 갔던 가메만넨 안경 나사도 추가해주심

3. 여태 본 적 없는 피팅 방식 와우

4. 근 3년? 4년만에 시력검사 했는데 시력은 동일한데 약간의 근시와 난시 추가됨. (노안인가)

5. 안경알 바꿨음 너무너무 자세하고 친절하심

6. 직원분 안경이 넘 맘에 들어서 비슷한 안경 잔뜩 추천받고 옴

7. 여튼 피팅 맘에 듭니다. 예약 꼭 하고 가셔요! 자세한 후기는 최대한 빨리 올려야지.

 

 

 

 

피팅은 일찍 마쳤는데 시력검사에 렌즈 교체까지 하다보니 딱 점심 시간이다. 근처가 오빠 회사여서 오빠랑 점심 먹기루 했다. 사실 아침에 몸이 넘 안 좋아서 오빠랑 점심 못 먹고 볼일 보고 바로 집에 가야지 싶었는데 또 바깥 바람 쐬니깐 괜찮아지는거같기두 하구

 

 

 

그래도 입맛도 없고 몸에 미열도 있어서 오빠가 사준 맛집 우동 조금 먹고, 오빠꺼 돈까스는 한 입도 못 뺏어먹구 그대로 30분만에 헤어지고 집에 왔다. 커피라도 한 잔 사서 들여보내려고 했는데 극구 말리는 오라버니... 

 

집에 어찌 왔는지 기억도 안 나고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잠들었다. 1시간 잤나? 다행히도 알람은 맞춰놔서 고대로 수아 데리러 갔다. 하원해서 데려왔는데 와 몸이 더 안 좋아졌다. 열이 있나 싶어 체온을 재보니 38.5도였나. 진심? 오한까지 와서 옷 껴입고 베개랑 이불 가져다가 거실에 누워서 수아랑 놀아줬다. 수아는 그냥 내가 피곤한줄만 알았나봄. 하하 진짜 뭐 대충 시켜서 먹을까 하다가 집에 먹일게 많아서 꾸역꾸역 밥도 짓고, 어제 먹다 남은 아롱사태수육 데우고, 떡갈비 에프에 돌리고, 옥수수콘 뜨거운물에 데쳐서 주니깐 수아가 넘 잘 먹어줬다. 흑흑 

 

수아 아프기 전까지만해도 나름 저녁 루틴이 있어서 공부도 하고 그랬는데... 진짜 애 아프니깐 루틴도 무너지고 스트레스 겹치니깐 결국 나도 아프게 되네. 몸이 엉망이 됐다. 

 

 

 

 

 

 

 

12/27 (fri)

 

아 수아 누런 콧물 + 가래기침이 멈추질 않아서 아예 항생제 받을 생각으로 소아과 갔다. (나는 병원 언제가나) 오늘은 오빠 회사 패밀리데이인지 뭔지 마지막주 금요일 쉬는 날이라 오빠가 오전에 소아과 오픈런했는데 1시간 전에 갔더니 10번째였다고.

 

 

 

"음 10번째면 한 1시간 걸릴거야 다시 집에 와서 우리 픽업해서 같이 병원 가자!" 하고 오빠에게 집에 오라고 했는데 갑자기 앞에 5명 남았대. 미친 바로 다시 병원으로 가는길 거의 다 왔는데 "다음 순서입니다" 라고 떠서 병원에 전화했더니 사정을 조금 봐주셨다. 입구에서 수아 들쳐업고 초인적인 힘으로 뛰어갔더니 다행히 우리 순서긴 하더라. 휴... 죄송하다고 감사하다고 헉헉거리면서 들어갔다. 설사하던건 다 나았고, 콧물이 안 멈춘다고 했더니 항생제를 주셨다. 아마 이거 먹으면 안 와도 될 거라고 하셨다. 선생님이 "어? 1월 1일 곧 수아 생일이네! 꽉 찬 나이구나! 축하해!" 하시며 사탕이랑 이것저것 잔뜩 주셨다. 수납하러 가서도 이름과 생일 말했더니 "어? 어떻게 1월 1일에 낳으셨어요?" 갑자기 분만의 비밀에 대해 물으시던...

 

 

 

 

 

 

오전 10시도 안 됐는데 밤 10시의 피로감을 느끼면서 다시 집에 왔다. 오늘은 프리미어 뽀로로테마파크 다산 위드 트래블에 가기로 했다. 서울랜드를 가려다가 낮기온이 0도밖에 안 된다길래 감기를 더 키울 수 없어 실내에서 놀기로 했다. 다산 갔다가 수원 친정에서 1박 하기로 했지롱. 그래서 가방에 짐 잔뜩 챙겨서 나왔다.

 

 

 

다산 도착하니 12시 좀 안 됐나? 입장 전에 밥을 먹고 들어가자 싶어서 1층 어딘가에 있는 가게에 들어갔다. 돈까스와 쌀국수를 파는 곳이었는데 테이블석이 없어서 바 자리에 셋이 나란히 앉아 밥을 먹었다.

 

 

 

테이블이 높아 무릎꿇고 먹은 세 살 아기... 이 집 돈까스가 정말 맛있었당. 수아도 잘 먹었다. 제대로 놀려면 잘 먹어둬야할테니 배불러도 배 터질때까지 다 먹고 나왔다. 그런데 온몸에 냄새가 배어서 난감했다.

 

 

 

 

금요일 오전이라 사람이 없을줄 알았는데 딱 우리가 간날부터 어린이집 방학인곳이 많더라. 티켓은 이미 샀고, 수아는 기대중이고, 우리도 여기까지 왔으니 사람 많아도 그냥 들어가자 싶어서 들어갔당.

 

 

네이버에서 46%인가 할인해서 셋이서 5만 5천원에 들어왔던거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공연이랑 놀이기구 다 탄다면 5만 5천원 나쁘지 않은듯? 근데 두 번 다시는 안 갈 것 같다. 가더라도 월미도점에 가봐야지. 다산점은 절레절레... 뭔가 어두컴컴하고 답답하고 그런 느낌.

 

 

 

 

 

수아는 들어가자마자 뽀로로는 커녕 편백나무만 갖고 놀았다. 아니 이건 여느 키즈카페에도 아니 심지어 우리 집에도 이거 있음. 제발 눈을 돌려 주변을 살펴봐주렴 아기야! 나와서 캐릭터들이랑 사진좀 찍다가 어두컴컴한데 들어옴.

 

 

 

 

종이에다가 그림을 그려서 스캔을 하면

 

 

 

 

 

 

커다란 스크린에 내가 색칠한 그림이 뜬다. 수아 이름을 적어서 스캔했더니 수아 해마가 떴음 수아가 좋아했음!

 

 

 

 

 

 

 

 

바깥이 시끌벅적하길래 뭔가 하고 나가봤더니 프리 허그 타임이더라. 뽀로로의 포비와 페티가 아이들을 꼭 안아주고 있었다. 말 그대로 진짜 '꼬옥' 하고 안아줌. 수아한테 가자고 하니깐 자기는 싫다고 하길래 지켜만 봤다. 다시 물어보니 수아도 안고싶다고 해서 재빨리 줄을 섰다. 

 

 

 

이런거 무서워할줄 알았는데 제법 혼자 올라가서 포비랑 페티랑 꼭 안아주고 왔네 우리 딸. 기특하고 귀여워라! 큰 캐릭터들이 신기한지 안고 나서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하하 내려와서 하루 종일 "엄청 큰 포비랑 페티 안아줬어" 하고 얘기했다.

 

 

 

 

곳곳에서 이벤트를 많이 하고 있었다. 사진 찍어서 리뷰만 올려도 사탕을 주거나, 추첨을 해서 상품을 주거나, 인스타그램 이벤트도 하고 있었고 엄청 바빴다. 놀이기구를 타면 주는 뽀로로 현금을 모으면 그걸로 실제 물건을 살 수 있게 벼룩시장도 열리고 - 여기 하루 종일 있으면 얻어갈건 많겠더라 싶었다. 하지만 그럴 체력이 부족해서... 우리 둘 중 한 명이라도 그런거에 좀 빠삭하고 바지런하면 좋았을텐데 오빠한테 졸라서 네이버 리뷰 하나 쓰게 해서 반지사탕같은거 하나 받아옴. 놀이기구 열정적으로 안 타서 뽀로로현금도 없어서 물건도 못 삼. 하하

 

 

 

 

 

 

기차 타는게 있어서 줄서서 탔다. 수아가 엄청 좋아했다. 말하는 루피 인형에다가 계속 인사해주고, 아빠한테도 인사해줬다. 이거 타는데 뭔가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이런것에도 행복해할수 있구나.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가! 수아가 항상 행복하고 예쁜것만 봤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엄청 넓은 트램폴린이 있었다. 사방으로 깔린 스크린에서는 타요랑 뽀로로가 나오고 있었고 애들마다 트램폴린 하나씩 차지해서 열심히 뛰거나 누워있거나 이곳저곳 옮겨다니고 있었다. 수아는 거의 신들린 사람처럼 뛰기 시작했다. 여기서 찍은 사진과 영상 모두 가만히 서있는 게 없네... 

 

 

 

 

뽀로로 주스 하나 마시고 바로 옆에 있는 롤러장엘 갔다. 아직 키가 작아서 스케이트는 못 타고, 헬멧 쓰고 타요 자동차 타거나 끌어줬다. 몇 바퀴를 끌어줬는지 모르겠넵. 

 

 

 

 

아이는 방전. 아빠는 화장실. 주변을 둘러보니 뭔가 사람들이 줄을 서는게 보이더라. 싱어롱쇼 입장하려는 줄인듯 했다. 우리도 냉큼 섰다. 2시 30분에 시작이었던거같다. 근데 굳이 줄 안 서도 되겠더라.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은 통로에 앉거나 맨 뒤에 서서 볼수 있게 해줌. 우리는 늦게 줄을 섰는데도 무대 맨 오른쪽 맨 앞 자리에 앉았다. 아무도 안 앉길래...

 

 

 

 

우리가 아는 뽀로로 노래는 바나나차차, 고래의 노래밖에 없다. 유명한 노래 위주로 해줄줄 알았는데 다 모르는 노래가 나와서 싱어롱이 안 됐음... 하얀 옷 입은 언니가 노래도 잘부르고 입담도 있어서 꽤 재밌게 봤다. 둥근빵이라는 노래가 나오는데 루피 인형탈 쓰신 분 너무너무 웃겼음. 춤이 완전 팝핑 수준이어서 아 수아 영상보다 루피 영상을 더 많이 찍은 것 같다. 

 

 

 

 

수아에게 소리가 너무 크고 사람이 많아서 좀 무서워할까 걱정했는데 춤도 추고 몸도 흔들고 개운하게 하품도 해주었다. 눈에 졸음이 가득함. 

 

 

 

 

 

 

나와서 트램폴린 한 번 더 놀아주고

 

 

 

 

 

 

자동차 주행하는게 있어서 타봤다. 탑승 전에 아이 사진을 찍고, 주행 완료하면 그 사진으로 운전면허증을 만들어주더라. 수아는 여기서 피곤함과 짜증이 몰려왔는지 타는 도중에 몸을 베베 꼬며 내리겠다고 울고불고 난리쳐서 나에게 겁나 혼남. 밖에 나와서 운전면허증 받은거 보여달라고 하니깐 대꾸도 안 하고 면허증 꼭 잡고 혼자 보고있다. 삐지심

 

 

 

 

 

 

 

금방 풀림

 

 

 

 

 

금방 풀림...

 

 

 

 

 

3시 반쯤 됐나 나가기 전에 편백나무 있는곳에서 좀 더 놀고 주차 정산하고 나왔다. 편의점에서 물과 커피 사서 차에 타니 4시였다. 금요일 오후 4시... 다산에서 수원까지 1시간 30분 넘게 걸렸다. 하하하 집 와서 저녁 먹는 사진도 없고 진짜 힘들었나보다. 집 오자마자 엄마가 닭볶음탕, 꼬막, 직접 만든 도토리 묵 등등등 저녁 차려주셔서 배터지게 먹었다. 

 

 

 

 

 

목욕하고 8시 반 넘어서 사과, 딸기, 배 잔뜩 먹고 졸려요 하더니만 골아떨어졌다. 자기 전에 오늘 뽀로로 파크 다녀온 이야기 하자고 해서 공연 본거랑 기차 탄거랑 페티, 포비 안아준 이야기도 조잘조잘 했다. 자동차 타다가 울었던 이야기도 했다. 좋은 기억, 울었던 기억, 화났던 기억들도 한 번 더 이야기 하고 그때 보듬어주지 못했던 마음을 지금이라도 쓰다듬어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마... 앞으로 며칠은 더 이야기 하겠지. 

 

 

 

 

 

 

 

12/28 (sat)

 

? 수아 6시 기상 실화? 바깥이 어두컴컴하니 좀 더 자야한다고 했더니 울고불고 난리다. 결국 일찍 일어난 엄마가 수아 데리고 나갔다. 허허허 나랑 오빠는 늘어지게 자고 일어났다. 안그래도 엉망진창이었던 몸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목은 코로나 걸린듯 칼칼했고, 누런 콧물이 줄줄 나왔다. 집에 있는 감기약과 쌍화탕을 먹었다.

 

 

 

 

아침메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팥죽! 울 엄마 옆에서 새알을 만들고있으니 내 주위를 왔다갔다 하며 "이게 뭐예요?" 하는 수아. 집어먹으려고 해서 깜짝 놀랐다. 흐흐 팥죽에는 설탕을 잔뜩 뿌려 먹어야죠! 팥죽 안 먹는 오빠도 울 엄마 팥죽 맛보더니 맛있다고 두 그릇이나 먹었다. 울 오빠 편식을 내가 아니라 울 엄마가 고쳐주시네... 신기허네... 수아도 한 입 먹자마자 "엄마 팥죽 더 있어요?" 하고 묻는다. 맛있다는 뜻!

 

 

 

 

 

 

 

오전엔 엄마, 아빠, 수아 셋이서만 공원에 갔다왔다. 나랑 오빠는 또 누워있었음. 와 회복이 안 되네. 흐흐 1시 넘어서 점심을 먹었는데 점심 메뉴는 엄마표 떡볶이! 엄마표 집떡볶이가 너무너무 먹고싶었다는 오빠의 의견에 따랐다. 진짜 맛있었다. 수아에겐 매우니깐 간장 넣고 떡볶이 해줬는데 "할머니 이거 더 있어요?" 하며 물었다. 흐흐 일찍 일어나서 졸린데도 눈 비비며 싹싹 긁어먹더라.

 

 

 

 

 

수아 낮잠! 우리도 모두 누워서 쉬었다. 원래 오늘 서울로 올라가려 했는데 엄마가 내 상태 보더니 여기서 하루 더 쉬다 가라고, 오빠도 쉬고 올라가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수아도 집에 가기 싫다고 (아마 다음날은 더더더 집에 가기 싫을텐데)해서 두 밤을 지내기로 했네!

 

 

 

낮잠 자고 일어나 간식으로 과일 잔뜩 먹고, 나랑 오빠는 찌뿌둥한 몸 좀 풀겸 동생이랑 셋이 나왔다. 1박만 할 줄 알고 수아 옷을 조금 가져왔지. 집에 건조기가 없어 빨래 + 건조하려고 빨래방에 왔는데 캬 이 근처 빨래방 모두 세탁기가 다 돌아가고 있었다. 20분 기다려서 겨우 빨래 넣고

 

 

 

35분동안 옆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기다리다가 건조기에 빨래 옮기고! 시간이 너무 늦어 동생을 집으로 보내고, 나랑 오빠가 빨래 챙기고 슈퍼에서 수아 먹을 다짐육 사고 장 볼거 장 봐서 집엘 갔다. 갔더니 저녁 7시였음 흑흑

 

 

 

밥 다 먹고 수아는 1월 1일 생일, 아빠는 1월 9일 생신이셔서 좀 멀었지만 다 같이 묶어서 생일축하 했다. 견과류 들어간 파운드 케이크에 초를 꽂고 고깔모자를 사왔더니 수아가 좋아했다. "할아버지도 써야지" 하면서 챙겨주는 모습이 귀여웠다. 사랑받는 아이의 모습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흐흐 활짝 웃는 표정에 나도 웃음이 났다.

 

 

 

 

 

 

 

 

12/29 (sun)

 

기상! 아침은 엄마표 팥죽 다시 한 번 먹었다. 수아에게 오늘 우리 집에 가는 날이라니깐 벌써부터 싫다고 도리도리한다.

 

 

 

점심은 배달음식 시켜먹었다. 아침을 거하게 먹어서 그런지 점심 생각이 덜해서 탕수육 전문점에서 탕수육만 시켰다. 쫄깃한 찹쌀 탕수육과 김피탕을 시켰는데 둘 다 맛있었다! 수아도 맛있게 먹었다. 옛날에 울 아빠가 집에서 탕수육 튀겨줬었는데 그때 이야기도 했었다. 다음에 오면 탕수육 튀겨주겠다고, 새콤달콤한 소스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점심 먹고 수아 낮잠 시간 맞춰 나왔다.

 

 

 

차에 타자마자 바로 골아떨어져서 집에 도착할때까지 푹 잤다.

 

 

 

 

 

 

집에 오자마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듯 한 명은 빨래, 한 명은 청소를 했다. 엄마가 싸준 오겹살, 한우 떡갈비, 생밤, 떡국떡 등등을 냉동실에 넣고 집 청소를 하고 나니 개운했다. 

 

 

 

 

 

수아도 예상치 못한 외박에서 돌아오니 집이 그리웠는지 엎드려서 과자 먹으며 책을 보더라. 다들 아침, 점심을 거하게 먹어서 배가 부르다길래 저녁은 간단히 감자계란샌드위치 해먹었다. 감자도 있고 계란도 많아서 한 솥에 넣고 삶아 껍질 까서 으깨고 간 해서 식빵에 발라먹었다. 간단히 먹고 수아 씻기고 재웠다. 왠지 이번주는 7일이 아니라 77일은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네. 나에게 너무 길고 힘들고 가혹했던 흑흑.

 

올해도 다 갔다. 밀린 일기를 허겁지겁 쓰다보니(허겁지겁이라기엔 글밥이 너무 많지만) 여기에 주절주절 2024 회고 하기는 좀 그렇고... 그냥 뭐 올해도 또 잘 보냈구나. 내 일기가 아니라 수아의 일기가 대부분이지만 내년엔 나의 이야기를 더 많이 남길 수 있길. 딱 그정도만 돼도 좋겠다. 오늘의 마음과 내일 마음 다르겠지만 히히. 2024년에도 찾아주신 읽어주신 그냥 잠깐 스쳐가신 분들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2025년엔 하고자 하는 일 모두 잘 되시기를...!